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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다툼 해법이 용서·화해? 결코 아니다"…해결사의 조언 [백성호의 한줄명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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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그대로 있어.”

#풍경1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다들 부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문제의 크기가 작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는
티끌만 한 문제도 없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소수이겠지요.

원불교 권도갑 교무는 "배우자를 자신의 거울로 볼 줄 알 때 비로소 부부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원불교 권도갑 교무는 "배우자를 자신의 거울로 볼 줄 알 때 비로소 부부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포토]

원불교의 권도갑 교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부부 문제 해결사’로
불리었습니다.
‘행복한 부부 캠프’를 종종 열면서
부부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문제없는 부부’는 세상에 없다는데,
우리가 그 문제를 풀려면 어찌해야 할까.
저는 그걸 물었습니다.

#풍경2

권도갑 교무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결혼 전에는 서로 멋지고 예쁜 면만 본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이런저런 기대를 한다.”

문제는 ‘결혼 후’라고 했습니다.

  “결혼 후에는 대부분 그 기대가 무너진다.
   상대의 꾸밈 없는 일상을 보기 때문이다.”

부부에게는 결혼 전과 결혼 후에 간격이 존재하다. 그 간격을 메우는 방법이 중요하다. [중앙포토]

부부에게는 결혼 전과 결혼 후에 간격이 존재하다. 그 간격을 메우는 방법이 중요하다. [중앙포토]

결국 ‘간격’ 때문이었습니다.

결혼 전과 결혼 후,
그 사이에 간격이 존재하니까요.
따지고 보면
그런 간격이 없는 부부가 있을까요.
거의 모든 부부가 그 간격을
마주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럼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요.
그런 간격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권 교무는 ‘간격의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부부 사이가 멀어진다고 했습니다.
상대방을 통해 만족감을 얻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부부는 다른 걸 통해서
만족감을 찾으려고 합니다.
권 교무는 “남자는 주로 일에서,
아내는 주로 아이를 통해서 찾는다”고 했습니다.

#풍경3

권도갑 교무가 내미는
문제 해결의 열쇠는
용서와 화해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의무적인 용서와 화해는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진정한 관계의 변화는 마음이 바뀔 때 따라온다.[중앙포토]

의무적인 용서와 화해는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진정한 관계의 변화는 마음이 바뀔 때 따라온다.[중앙포토]

  “용서와 화해는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참아야지’ ‘용서해야지’하면서
   다섯 번, 열 번은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오래 못 간다.
   곧 폭발하고 만다.
   열쇠는 용서와 화해가 아니다.
   배우자가 나의 거울임을 알아야 한다.”

“배우자가 나의 거울”이라니.
대체 무슨 말일까요.
배우자는 배우자이고.
나는 나일 뿐인데 말입니다.

“배우자는 나의 거울이다.
   세상의 어떤 거울보다
   더 가까이서,
   더 구석구석,
   더 남김없이
   ‘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권 교무는 배우자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내 안의 집착,
내 안의 기질,
내 안의 욕망이 송두리째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배우자라는 거울을 통해서 말입니다.

남편과 아내는 상대방을 통해 자신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권도갑 교무는 말했다. [중앙포토]

남편과 아내는 상대방을 통해 자신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권도갑 교무는 말했다. [중앙포토]

그걸 볼 줄 알 때 비로소 우리는
‘간격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상대방을 통해
자신을 바라볼 때,
비로소 문제가 풀린다고 했습니다.

“참을성 없는 배우자를 통해
   참을성 없는 나를 봐야 한다.
   고집스러운 배우자를 통해
   고집스러운 나를 봐야 한다.
   상대방이 온전히 ‘나의 거울’임을
   받아들이면 된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문제를 풀
   열쇠를 갖게 된다.”

#풍경4

저는 다시 물었습니다.
배우자가 ‘나의 거울’임을
온전히 받아들이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말입니다.
권 교무의 답은 이랬습니다.

  “이전에는 모든 게 배우자의 문제였다.
   거기에 나의 문제는 없었다.
   상대방이 나의 거울임을 인정하면
   그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한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겨도
   이제는 ‘배우자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고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무한한 우주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그건 나 자신뿐입니다.
나 자신을 바꾸는 걸 통해서
세상과 우주를 바꾸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나 자신은 그대로 둔 채,
상대방만 바꾸려고 합니다.

부처님도 모든 사람을 깨달음의 언덕으로 데리고 가진 못했다. 여래는 다만 길을 안내할 뿐이라고 했다. [중앙포토]

부처님도 모든 사람을 깨달음의 언덕으로 데리고 가진 못했다. 여래는 다만 길을 안내할 뿐이라고 했다. [중앙포토]

그런 일은 역사 속의 성인들도
하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은 말했습니다.
각자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라고.
왜 그럴까요.
누구도 대신 짊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도 그랬습니다.
여래(如來)가 당신을 서울에서 부산까지
옮겨주는 게 아니라고,
여래는 다만
길을 안내할 뿐이라고 말입니다.

부처님도 예수님도 왜
그렇게 말했을까요.
그렇습니다.
그게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부부 사이의 문제도 그렇습니다.
상대방에게서 문제를 찾으면
열쇠가 찾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상대방을 바꾸기는
불가능하니까요.
대신 상대방을 통해서
나의 문제를 찾으면
달라집니다.
내가 나를 바꾸는 건
가능한 일이니까요.
거기에는 문제를 풀 열쇠가 있습니다.

예수님도 각자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라고 했다. 누구도 그 일을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예수님은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제자가 아니라고 했다. [중앙포토]

예수님도 각자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라고 했다. 누구도 그 일을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예수님은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제자가 아니라고 했다. [중앙포토]

마지막으로 권도갑 교무는
말했습니다.
배우자를 자신의 거울로 받아들인
사람은 이런 식으로 말한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그대로 있어요.
   그래야 내 문제를 풀 수가 있으니까.”

〈‘백성호의 한줄명상’은 매주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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