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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이재명 섞어 던졌다...안철수가 끝내 답하지 않은 질문 [정치언박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일보 ‘정치 언박싱(unboxing)’은 여의도 정가에 떠오른 화제의 인물을 ‘비디오 상자’에 담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 복잡한 속사정,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정리해드립니다.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국민의힘 관점에서 보면 ‘새내기’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단숨에 대권 주자급 거물로 정치권에 등장한 그였지만 10년 넘는 세월 동안 제3의 정당 또는 더불어민주당 계열에 속해 있었다. 그러다 3·9 대선을 엿새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하면서 그는 비로소 보수 진영 정당인 국민의힘에 합류하게 됐다. 이념 성향에 비춰 보면 비로소 맞는 옷을 갖춰 입었다. (※대선을 앞두고 지난 1월 중앙일보·한국정당학회가 실시한 대선 후보 정책 이념 조사에서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가장 우파적인 성향을 가진 걸로 조사됐다.)

그런 그는 내심 국민의힘의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다. 당내에선 “안 전 위원장이 친윤석열계와 손을 잡고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나서려 한다”는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당내 기반이 부족한 안 전 위원장과 비윤석열계를 견제하고픈 친윤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이유다.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경기 성남 분당갑 선거에 출마하는 것 역시 당권 도전을 위한 사전 작업이란 해석도 나온다.

지난 8일 중앙일보 ‘정치언박싱’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안 전 위원장은 “지금 거기까지 생각 안 했다”며 당권 도전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다선 의원들은 밥도 같이 먹은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치적 ‘앙숙’인 이준석 대표의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안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핵심에 안착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첫 선거에 나서는 안 전 위원장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분당갑을 벗어나서 전체 지방선거를 이끌 생각이 있나.
“분당갑을 포함해서 그 주변에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 시장 후보들과 함께 분당갑 선거를 잘 치르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왜 인천 계양을에 출마했다고 보나.
“나를 피해서 갔다고 생각한다. 나하고 정면승부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생각한 것 같다. 같은 당 후보(김병관 전 의원)조차 자기 자리 비워두겠다고 한 마당이니까 다른 핑계는 댈 수가 없는 상황이다.”
‘병사 월급 200만원’ 등 대선 공약 후퇴 논란이 있다.
“사실 (윤 대통령은) 말을 지키고 싶어 했다. 그런데 ‘매달 200만원 받아서 그냥 흥청망청 쓰는 것보다는 제대하고 (목돈으로 받으면) 그 돈으로 나머지 대학 학비 다 댈 수 있다. 직업 훈련하기에도 충분한 돈이다’라고 (윤 대통령을) 설득해서 바꿨다.”
내각과 대통령실 인사가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비판이 있다.
“정치를 오래하면 안배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감한다. 아마 (윤 대통령도) 그 의미에 대해서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다.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모든 사람들의 생각 아니겠나. 예를 들면 24명의 인수위원 중 여성은 거의 다 내가 추천한 것 같다.”
앞으로 전당대회 열리면 출마하나.
“지금 거기까지 생각 안 했다. 근데 분명히 당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 실용·중도적 정당이 대중 정당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 내가 10년 동안 그 일을 하지 않았나. 이제 여기(국민의힘) 소속은 됐지만 생각은 안 바뀌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의원들과 손잡고 당내 외연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실제 윤핵관이 누군지 잘 모른다. 그러면 (윤핵관) 세 명 대 나머지 100명이면 그게 어떻게 서로 대결이 되느냐. 이미 다선 의원은 밥도 같이 먹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잠재적 여권 경쟁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어떻게 생각하나.
“굉장히 유능한 검사라고 들었다.”
굉장히 유능한 검사가 굉장히 유능한 정치인이 될까.
“그건 다른 문제다. 장관은 반(半) 정치인, 반 행정가 정도 될까. 진짜 정치인은 국회의원이 돼 봐야 안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질문 하나 하겠다.
“재미없을 것 같다.”
밸런스 게임이다. ‘안철수 전 위원장이 이준석 대표의 비서실장 되기’와 ‘이재명 상임고문을 (안 전 위원장이 대주주로 있는) 안랩의 최고경영자(CEO)로 앉히기’ 중에서 어떤 걸 고르겠나.
“둘 다 불가능한 것 같긴 한데, 안랩은 말아먹을 게 확실하네요.”

그는 끝내 마지막 질문에 답하지 않고 한 시간여의 인터뷰를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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