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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물 다 빼란 거냐"…골퍼 연못 익사가 부른 논란 [이슈추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7일 오전 8시51분쯤 전남 순천의 한 골프장에서 50대 여성이 깊이 3m 연못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순천소방서

지난달 27일 오전 8시51분쯤 전남 순천의 한 골프장에서 50대 여성이 깊이 3m 연못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순천소방서

골프장 익사에 중대재해법 적용 검토

골프장 이용객이 연못에 빠져 숨진 사건에 대해 경찰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검토하자 관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에게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처벌법을 골프장을 비롯한 공중이용시설까지 확대할 경우 중대한 책임을 져야할 범위가 크게 넓어져서다. 벌써부터 일부 골프장 업주들 사이에선 "골프장 물을 다 빼라는 말이냐"는 말까지 나온다.

전남경찰청은 “지난달 27일 전남 순천의 한 골프장 이용객 A씨(52)가 골프를 치던 중 연못에 빠져 숨진 사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를 검토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지난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에게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외에도 공중이용시설이나 교통수단에서 발생한 중대시민재해에 대해서도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해놓아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이 법이 적용된 경우는 모두 ‘중대시민재해’가 아닌 ‘중대산업재해’였다.

중대재해처벌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수단에서 설치·관리상의 결함 등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해당한다. 경찰은 골프장이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고, 1명 이상이 사망한 만큼 이번 사건이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골프장, 공중이용시설인가? 관건

만약 해당 골프장 업주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될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그동안 유사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때 사업주에게 적용됐던 업무상과실치사죄(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처벌이 훨씬 무겁다.

결국 골프장에서 발생한 익사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 혐의를 적용하려면 골프장을 공중이용시설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공중이용시설은 다수인이 이용하면서 이용자의 건강 및 공중위생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물·시설을 뜻한다. 경찰은 골프장도 다수인이 이용하는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한다는 판단 하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전남지방경찰청 전경. [사진 전남경찰청]

전남지방경찰청 전경. [사진 전남경찰청]

공중시설, 기차·버스 모두 처벌 대상?

경찰이 이번 골프장 익사 사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한다면 ‘1호 중대시민재해’ 사례가 된다. 이 경우 골프장 뿐만이 아니고 향후 공중이용시설과 기차·버스·지하철 등 교통수단 전반에 걸친 법 적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해놓은 처벌 대상이 국내 대부분의 공중이용시설과 공중교통수단에 대부분 해당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익사 사고가 난 골프장 사업주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 등도 따져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인명사고가 발생하기 전 사업주가 연못 주변에 펜스를 치거나 구조장비를 비치하는 등 안전 확보 의무를 이행했을 경우 면책 사유로 볼 수 있어서다. 경찰은 이번 사고 당시 이용객이 깊이 2~4m의 연못에 빠지자 캐디와 일행들이 주변에 있던 구명튜브를 던지는 등 구조를 시도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광주지방변호사회 박승일 변호사는 “공중의 안전을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를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며 “광주 동구 학동 붕괴사고처럼 중대재해로 시민들이 희생된 참사와 달리 골프장에서 발생한 사건은 파급효과가 워낙 큰 만큼 관련 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신중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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