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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 “이젠 자유인, 주민과 막걸리 나누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저는 해방됐습니다. 저는 자유인이 됐습니다.”

임기를 마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을 환송하기 위해 서울역으로 몰려든 지지자들을 향해 “퇴임하고, 시골로 돌아가는 걸 섭섭해하지 말라”면서 한 말이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모여 있던 지지자들은 이 말에 환호성을 지르며 호응했다.

5년 임기를 마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도착해 마을회관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주민들과 함께 농사도 짓고, 막걸리잔도 나누고, 경로당도 방문하고, 잘 어울리면서 살아보겠다”고 말했다. 송봉근 기자

5년 임기를 마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도착해 마을회관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주민들과 함께 농사도 짓고, 막걸리잔도 나누고, 경로당도 방문하고, 잘 어울리면서 살아보겠다”고 말했다. 송봉근 기자

문 전 대통령은 10일 오전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원래 우리가 있었던 시골로 돌아간다”며 경남 양산행 열차에 올랐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여러분 덕분에 저는 마지막까지 행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누가 그렇게 아름다운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했다.

이날 오전 9시쯤부터 서울역 앞 계단 인근에는 약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문재인 공식 팬카페(문팬)’ 등 지지자들은 문 전 대통령이 KTX에 탑승하기 전 그를 맞이하기 위해 일찍부터 모여들었다.

정오를 갓 넘기자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서울역에 도착했다. 지지자들은 문 전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자 우레와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문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며 화답한 뒤 “어제 아주 멋진 퇴임식을 가졌다”며 “공식 행사도 아니고, 청와대가 기획한 것도 아닌데 많은 시민이 아주 감동적인 퇴임식을 마련해 줬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마지막 퇴근길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제가) 성공한 대통령이었습니까?”라고 물었고, 지지자들은 “네”라고 답했다.

문 전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후 2시 50분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초입에서 차 문을 열고 내린 문 전 대통령은 모여있는 시민들을 향해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평산마을 주민들께 전입신고 드린다”며 “이제야 무사히 다 끝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또 “아내와 함께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겠다”며 “평산마을에서 보낼 제2의 삶이 기대된다. 마을 주민들과 막걸리도 나누며 지내고 싶다”고 했다.

이에 평산마을에 모인 지지자들은 문 전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하며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외쳤다. 문 전 대통령 내외는 마을 초입에서 사저까지 도보로 이동하며 악수와 손짓으로 화답한 뒤 사저로 들어섰다. 박범계, 도종환 등 전 정부 내각 인사와 국회의원들이 뒤따랐다. 앞서 울산역에서도 문 전 대통령은 “빈손으로 갔다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훨씬 부유해졌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낙향 길에는 갖가지 사연을 지닌 이들이 문 전 대통령과 함께했다. 이날 오후 1시쯤 KTX 울산역에 풍산개 ‘달’을 데리고 나온 김홍균(64·부산 해운대구) 씨는 “뜻대로 조용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2014년 9월 양산시 매곡동 옛 사저에서 반려견 ‘마루’의 새끼인 달을 분양받은 인연이 있다고 했다.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에는 경찰 추산 2400여 명이 몰렸다. 차량 통제로 통도사 인근에 차를 세운 채 2㎞가량 거리를 걸어가야 했지만, 방문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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