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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전 美국방 “한국이 중국의 궤도로 끌려가는 상황 우려”

중앙일보

입력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 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 연합뉴스

“일본과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 가까워질까 봐 우려했다”고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이 회고록에서 밝혔다.

트럼프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에스퍼 전 장관은 10일 출간한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에서 한미관계에 대해 “평양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일치한다고 확신했지만, 나는 한국이 무역, 경제, 지형이라는 중력에 끌려 중국의 궤도로 끌려가고 있는(drift into) 상황을 걱정했다”고 적었다.

그는 “핵심 문제는 한국이 미국을 안보 파트너로 유지하면서 중국을 경제 파트너로 선택하고, 이런 관계를 동시에 유지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라며 “당연히 양립할 수 없지만 한국은 이 길로 향하는 듯했다”고 했다.

또 경북 상주 사드 포대에 배치된 미군의 생활여건이 너무 열악해 한국 정부에 거듭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럴 때마다 한국 측은 인내를 요구했다면서 “우리는 서울(한국 정부)의 무반응이 국내 정치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우려에서 비롯됐다고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와 일본발 수출규제,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보류 등으로 갈등한 상황에 대해선 “큰 그림에서 한일 양국은 물론 미국도 지는 상황이었다. 북한과 중국만 내분으로 이익을 봤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특히 “문재인 정부는 일본보다 북한과 더 이견을 접어두고 대화하려는 의지가 있어 보였다. 이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갈등에 ‘역겨움’을 표현하면서 “우리의 훌륭한 동맹들”이라며 비꼬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하는 대신 연장 결정을 ‘보류’하기로 한 게 자신의 제안이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2019년 11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런 방안을 제시했고 당시 문 대통령이 별다르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결국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연기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을 견제하려면 한미일간 안보협력이 중요하다면서 한국이 쿼드에 가입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왼쪽)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왼쪽)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뉴시스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 제안 폼페이오가 막아” 

“文정부, 전작권 전환 무모할 정도로 필사적”

에스퍼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완전 철수를 제안했는데 이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재치로 위기를 넘긴 순간을 소개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는 두 번째 임기 우선순위로 하시죠”라고 제안하자 트럼프가 “그렇지, 맞아, 두 번째 임기”라고 하며 미소를 지었다는 것이다.

에스퍼 전 장관은 “한국군이 준비가 안 됐지만 문재인 정부가 전시작전권 전환을 임기 내 달성하는데 무모할 정도로 필사적(hell-bent)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임기 중 한국에 배치한 주한미군의 4세대 전투기를 5세대 F-35 스텔스기로 대체하고 싶었지만, 한국의 정치적 분위기로 추진이 쉽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도 F-35 배치를 지지했지만,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포함해 정치, 외교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라고도 말했다.

당시 에스퍼 전 장관은 “F-35를 한국에 영구 배치하는 대신 6개월 단위로 순환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했고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2020년 12월 관련 브리핑을 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에스퍼 전 장관은 그해 11월에 경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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