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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신나게 일해봅시다"…'용산시대' 첫날 尹 11시간 강행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용산 집무실로 향하며 시민들을 향해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용산 집무실로 향하며 시민들을 향해 손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10일 낮 12시 33분. 윤석열 대통령을 태운 국산 에쿠스 리무진 방탄차량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으로 들어섰다. 이날 용산에 마련된 새 대통령 집무실에 윤 대통령이 첫발을 내디딘 장면이다. 원래 국방부 청사였던 대통령실 입구엔 이날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휘장이 내걸렸다.

윤 대통령은 마중 나온 대통령실 직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국민이 다 함께 잘 사는 이 나라를 위해서 우리가 한 번 신나게 일해봅시다”라고 외쳤다. 직원들은 “화이팅”을 외치며 집무실로 들어서는 윤 대통령을 향해 환영 손뼉을 쳤다. 임시 집무실이 마련된 5층에 들어선 직후인 낮 12시 40분에 대통령실에서의 첫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동의 요청안 제출을 취임 이후 1호 안건으로 결재했다.

2호 안건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종호 과학기술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이정식 고용부 장관,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등 국회에서 청문 보고서가 채택된 국무위원 7명의 임명 관련 서류 결재였다. 이어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정무직들과, 전날 발표한 차관들에 대한 임명 서류에도 차례로 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에 새로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참모들과 오찬 회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에 새로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참모들과 오찬 회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어 윤 대통령은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경호처장, 이진복 정무수석을 비롯한 참모진과 집무실 내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김 비서실장이 “(취임식 때) 하늘에 무지개까지 떠서 대한민국이 다 잘될 것”이라고 운을 떼자 윤 대통령은 “열심히 해야죠”라고 답했다.

같은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주요 참모진은 전복죽을 먹으며 점심을 함께했다. 당초 윤 대통령 첫 오찬 자리엔 비서실장과 안보실장 두 사람만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윤 대통령의 제안으로 수석비서관 전원도 식사를 함께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집무실 이전을 담당한 ‘청와대이전TF’ 실무자들에게 “집무실에서도 언제든 필요하면 버튼을 눌러 실무진과 수시로 대화하며 일하겠다”며 “앉은 자리에서 곧바로 여러 명을 연결해 회의하는 미국식 업무모델을 구현하자”는 뜻을 수차례 전달했다고 한다. 업무시간 내내 문을 열어두고, 참모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백악관 ‘웨스트윙’식 개방형 집무실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실제로 대통령실 5층엔 대통령 집무실을 비롯해 비서실장과 안보실장, 경호처장 및 5명의 수석비서관 사무실이 모두 함께 위치한다. 백악관의 웨스트윙 사례를 본뜬 형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만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관행을 깨고 전 참모와 자유롭게 소통하는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 경로당, 어린이집 찾아 '전입신고'

윤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전 9시 52분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를 나섰다. 서울 한남동의 관저(구 외교부 장관 관사) 공사가 끝날 때까지 윤 대통령 내외는 이곳에 머무른다. 환영 인사를 나온 주민들은 ‘엉덩이 탐정 아크로비스타’ ‘계란말이 요리사!’ ‘토리 아빠 파이팅!’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나와 윤 대통령 내외를 배웅했다. 함께 나선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 뒤에 조금 떨어져 걸으며 두 손을 모은 채 수차례 주민들에게 목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일 취임식 참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사저를 나서면서 어린이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일 취임식 참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사저를 나서면서 어린이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스1

이어 윤 대통령 내외는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동해 순국선열에 참배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박주선 취임준비위원장 등과 함께였다. 방명록엔 “순국선열의 희생과 헌신을 받들어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현충원을 나선 뒤 취임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 내외는 대통령집무실에 들어서기 직전인 낮 12시 20분엔 대통령실 인근의 한 경로당을 들렀다.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였다. 지역 주민에 대한 이른바 ‘전입신고’인 셈이다. 경로당 야외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던 할머니, 할아버지 8명은 윤 대통령 내외를 보자 손뼉 치며 환영했다.

윤 대통령이 “아이고 어르신들, 동네에 이제 오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한 할아버지가 “용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며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동네에 관공서가 들어왔다고 복잡하지 않게, (동네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내외는 연신 허리를 숙이며 어르신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김 여사는 한 할머니와 포옹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일 취임식을 마치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주변 놀이터를 찾아 어린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일 취임식을 마치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주변 놀이터를 찾아 어린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어 윤 대통령 내외는 인근의 한 놀이터로 이동해 국방부 직장 어린이집 원생들과 만났다. 어린이들이 나무판에 쓴 편지를 전달하자 윤 대통령은 “고맙다. 어린이를 위해 할아버지가 열심히 일할게”라며 웃었다. 한 어린이가 상공에 지나가는 헬리콥터를 보며 “헬리콥터다”라고 외치자 윤 대통령은 “그래, 그래, 헬리콥터야”라며 맞장구쳤다.

“얼른 시원한데 가서 밥 먹어라”라며 어린이들과 작별한 윤 대통령은 김 여사와 함께 대통령실 정문까지 약 50m가량을 걸으며 환영 인사를 나온 주민들과 일일이 주먹을 맞부딪쳤다.

윤 대통령 내외는 오후 4시 8분 다시 국회로 돌아와 경축연회에 참석했다.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진행된 연회엔 김부겸 총리와 박병석 국회의장 등 5부 요인과 국가 원로, 국회의원, 주한 외교관 및 외교사절 등 850명가량이 참석했다. 대부분 취임식 때 윤 대통령과 같은 단상에 앉았던 인사들이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은 새 정부가 출범하는 기쁜 날입니다만, 대통령에 취임하는 저 윤석열이라는 개인의 정치적 승리의 날도 아니고 제가 몸담은 국민의힘이란 정당의 승리 날도 아니다”라며 “오늘은 우리가 평화적으로 다시 한번 정권 교체를 이룩한 국민 승리의 날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승리한 날이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 내로라하는 자유민주주의 인권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당당한 리더국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저녁 7시엔 신라호텔 영빈관으로 이동해 5부요인 및 인수위, 정ㆍ재계 주요 인사, 고위급 외국 대표 등과의 외빈 만찬에 참석한다.

미국 사절단 첫 접견, 싱가포르 대통령과 첫 정상환담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청사에서 미국 축하 사절인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를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청사에서 미국 축하 사절인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를 접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할리마야콥 싱가포르 대통령과 첫 정상환담을 하는 등 해외 경축사절도 잇따라 접견했다. 특히 주변 4강 국가 가운데 전쟁 중인 러시아를 제외한 미국, 일본, 중국을 접견했는데, 접견 순서를 두고 새 정부의 외교 노선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오후 1시 26분 용산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과 만난 첫 경축사절단은 미국이었다. 사절단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배우자인 ‘세컨드 젠틀맨(부통령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단장을 비롯해 마티월시 노동부 장관, 아미 베라 연방하원 의원, 인기 소설 ‘파친코’를 쓴 한국계 이민진 작가 등이었다.

윤 대통령은 “70년 역사의 한미동맹은 동북아 역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이었다”면서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다. 미국의 여러 동맹 중에서도 한미 동맹은 가장 성공적인 모범 사례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엠호프 단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서를 윤 대통령에게 전하며 “취임 축하 말씀뿐 아니라 앞으로 5년간 윤 대통령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싶다는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단장으로 ‘세컨드 젠틀맨’을 파견한 건 첫 한미정상회담이 임박한 상황을 고려한 것이란 정치권 분석이 나온다.

오후 2시 5분에 윤 대통령은 미국에 이어 일본 사절단을 접견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대신은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친서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빠른 시일 내 총리를 뵐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오후 2시 45분엔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대표로 하는 UAE 사절단을 접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 집무실에서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을 접견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 집무실에서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을 접견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국회 경축연회에 참석한 뒤 다시 용산 집무실로 돌아와 오후 5시 29분 중국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사절단을 접견했다. 왕 부주석은 역대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린다. 중국이 윤석열 정부에 대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왕 부주석은 윤 대통령을 만나기 전 방명록에 ‘중한우의 세대전승’이라고 썼다. ‘중국과 한국 간 우의를 대를 이어 전승하리라’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시 주석께서 친서도 보내주시고 직접 축하 전화도 주셨다”며 “오늘 취임식에 부주석이 직접 와줘서 정말 기쁘다. 한중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의 뜻을 잘 알겠다”고 말했다. “당선되신 것을 축하한다”는 시 주석의 인사를 전달한 왕 부주석은 이어 “시 주석께선 양측이 편한 시기에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시는 것을 환영하고, 초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왕 부주석은 “중ㆍ한 양국은 서로에 있어서 우호적인 이웃이자 중요한 협력 동반자”라며 ▶전략적 소통 강화 및 원활한 소통 유지 ▶한ㆍ중 FTA 협상 조속 마무리 등 실질적 협력 심화 ▶문화 교류 등 양국 국민 우호 증진 ▶한ㆍ중ㆍ일 FTA 구축 등 밀접한 다자조율 ▶한반도 문제 관련 협력 강화 등 다섯 가지 건의사항을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공개 접견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인사말이 1분이 채 걸리지 않은 반면, 왕 부주석은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해 8분가량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오후 6시 13분부터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과 30분가량 첫 정상환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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