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니 무사히 끝났구나 생각”…文 환영인파 수천명 '북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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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평산마을에 전입신고 드린다"

5년간의 임기를 마친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사저로 낙향했다. 울산통도사역과 평산마을 일대는 이른 아침부터 문 전 대통령을 환영하려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문 전 대통령은 "이제야 무사히 끝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0일 평산마을 사저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0일 평산마을 사저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문 전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후 2시50분쯤 평산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초입에서 차 문을 열고 내린 문 전 대통령은 2400여명의 시민들을 향해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드디어 제 집으로 돌아왔다. 평산마을 주민들께 전입신고 드린다"며 "이제야 무사히 다 끝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완전히 해방됐다"고 했다. 그는 또 "아내와 함께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겠다"며 "먼 길 나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10일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김민주 기자

10일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김민주 기자

문 전 대통령은 전날 마지막 청와대 퇴근길을 배웅해준 시민들에 대해서도 "역대 누구도 받지 못한 뜻깊은 선물을 받았다"고 인사한 뒤 "평산마을에서 보낼 제2의 삶이 기대된다. 마을 주민들과 막걸리도 나누며 지내고 싶다"고 했다.

이에 평산마을에 모인 지지자들은 문 전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하며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외쳤다. 문 전 대통령 내외는 마을 초입에서 사저까지 도보로 이동하며 악수와 손짓으로 화답한 뒤 사저로 들어섰다. 박범계, 도종환 등 전 정부 내각 인사와 국회의원들이 뒤따랐다. 앞서 울산역에서도 문 전 대통령은 "빈손으로 갔다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훨씬 부유해졌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 왼쪽) 2014년 양산시 매곡동에서 당시 문재인 국회의원과 김홍균씨 그리고 분양받은 강아지 '달'. 10일 울산역에 문 전 대통령 귀향을 환영하러 온 김홍균씨와 성견이 된 '달'. [김홍균씨 제공 및 안대훈 기자]

(사진 왼쪽) 2014년 양산시 매곡동에서 당시 문재인 국회의원과 김홍균씨 그리고 분양받은 강아지 '달'. 10일 울산역에 문 전 대통령 귀향을 환영하러 온 김홍균씨와 성견이 된 '달'. [김홍균씨 제공 및 안대훈 기자]

文 반려견 분양받은 60대 등 수천명 몰려  

이날 낙향길에는 갖가지 사연을 지닌 이들이 문 전 대통령과 함께 했다. 이날 오후 1시쯤 KTX 울산역에 풍산개 '달'을 데리고 나온 김홍균(64·부산 해운대구)씨는 "넥타이나 정장 차림 할 것 없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뜻대로 조용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2014년 9월 양산시 매곡동 옛 사저에서 반려견 '마루'의 새끼인 달을 분양받은 인연이 있다고 했다. 달은 10년새 늠름한 성견으로 자랐다. 이날 울산역 안팎은 김씨와 같은 이유로 방문한 시민 500여 명으로 붐볐다.

전남 목포시에서 3시간30분가량 차를 몰고 울산역으로 온 지지자도 있었다. 최모(38·여)씨는 사비를 들여 제작한 가로·세로 1m 크기의 현수막을 들고 문 전 대통령을 기다렸다. 현수막에는 “문재인 대통령님과 함께 했던 5년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최씨는 “(문 전 대통령은) 여느 정치인들과 달리 권력욕 없이 오직 국민을 위해서만 일하신 대통령이었다. 항상 모든 공을 시민들에게 돌리고 정직했다”며 “이제는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정치와 상관없는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했다.

10일 울산역 앞 광장에서 사비를 들여 제작한 환영 현수막을 들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 안대훈 기자

10일 울산역 앞 광장에서 사비를 들여 제작한 환영 현수막을 들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 안대훈 기자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에는 경찰 추산 2400여 명이 몰렸다. 차량 통제로 통도사 인근에 차를 세운 채 2㎞가량 거리를 걸어가야 했지만 방문객은 남여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부산 사상구에서 왔다는 문모(38)씨는 "회사 연차를 내고 아내와 함께 왔다"며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뜻 깊은 날이라 소풍 오는 기분으로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사상구 국회의원을 지내던 때부터 지지했다"며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잘 관리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10일 과격한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방문객의 평산마을 출입이 통제됐다. 김민주 기자

10일 과격한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방문객의 평산마을 출입이 통제됐다. 김민주 기자

아이 업은 부부…사비로 요구르트 돌린 지지자
이날 평산마을에는 아이를 업거나 유모차를 미는 젊은 부부와 가족 단위 방문객들 사이로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인사들도 보였다. 다만 차량이나 피켓에 '간첩' 등 과격한 문구를 새겨넣은 일부 방문객은 출입이 통제되자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마을 내부에서도 자리 선점이나 정치 성향 등을 이유로 간혹 고성이 오갔지만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통도사에서 평산마을까지 이르는 길목에 자리한 카페에선 아이스박스를 내놓고 좌판을 벌인 모습도 보였다. 한 가게 주인은 "생수를 50개 정도 준비했는데 점심때가 되기 전에 동이 나는 바람에 직원이 다시 사러 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평산마을 내부에 철제 울타리를 쳐 차도와 임시 보도를 구분했다. 방문객 가방 내부 확인 및 금속 탐지 등 검사 조치도 함께 이뤄졌다. 경찰은 경호를 위해 한동안 마을 안팎에 경력을 상시 배치할 방침이다. 사비로 요구르트를 사 방문객에게 나눠주던 박모(65·경주시)씨는 "무엇보다 문 전 대통령이 더는 정치 시비에 휘말리지 않고 평안한 사저 생활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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