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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드리운 尹취임식… 시민과 주먹인사, 朴·文엔 폴더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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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자유입니다.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10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 국민 4만1000여명이 운집한 이곳에서 취임사를 낭독하던 윤 대통령이 유난히 ‘자유’를 힘줘 외치자, 함성이 뒤섞인 박수 소리가 봄바람을 타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윤 대통령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울려 퍼지던 그때, 관중들의 머리 위로 별안간 무지개 한 자락이 드리웠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 천안함 생존자 전준영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축하의 기운이 넘쳐흘렀던 윤 대통령 취임식의 한 장면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날 오전 국회 이곳저곳은 취임식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취임식 초대장을 손에 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날 취임식 참석자 4만1000명 중 3만여 명은 추첨을 통과했거나 특별 초대를 받은 일반 국민들이었다. 일찌감치 취임식 음악이 흘러나오며 흡사 축제 현장을 방불케 했다. 행사장에 미리 도착한 몇몇 시민들은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준비한 '윤석열 등신대'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날 “정권 교체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취임식에 왔다”는 시민 권모씨(62)는 “가족 중 한 명은 수술한지 얼마 되지 않은 다리로 새벽부터 전철을 타고 취임식에 왔고, 내 옆에 앉았던 한 아저씨는 전날 마산에서 올라왔다더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퇴장하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퇴장하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오전 11시쯤 국회에 도착한 윤 당선인 내외가 정문에서 내려 무대로 걸어갈 땐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 감색 정장에 옥색 넥타이를 맨 윤 당선인은 흰 정장을 차려입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차에서 내려, 미리 기다리고 있던 김부겸 국무총리와 인사했다. 『위풍당당 행진곡』이 울려 퍼지자 윤 대통령은 단상 앞까지 180m가량을 걸으며 펜스 밖 지지자들과 일일이 ‘주먹 인사’를 나눴다.

무대에선 1000여명의 내빈이 윤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등도 함께였다. 정문부터 10여분을 걸어온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가 후손, 댄서,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 등 국민 희망 대표 20명과 손을 잡고 단상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10일 취임식장인 서울 여의도 국회 상공에 채운(彩雲, 여러 빛깔로 아롱진 고운 구름)이 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10일 취임식장인 서울 여의도 국회 상공에 채운(彩雲, 여러 빛깔로 아롱진 고운 구름)이 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가장 먼저 문 전 대통령 내외와 악수했다. 문 전 대통령도 밝게 웃으며 화답했다. 김건희 여사도 김정숙 여사에게 허리 굽혀 인사한 다음 문 전 대통령과도 악수했다. 단상 위 좌석 가장 앞줄에 앉은 박 전 대통령과도 악수를 나눴다. 인사를 마친 윤 대통령이 자리에 앉자,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이 청와대를 떠나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하는 내용의 개식 영상이 틀어졌다.

행정안전부 의정관의 개식선언과 함께 시작된 본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은 천안함 생존자 전준영 씨 등이 낭독했다. 애국가는 다문화 어린이들로 이뤄진 ‘레인보우합창단’이 불렀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총리인 김부겸 총리는 식사(式辭)에서 “새 정부는 공정과 상식, 자유와 통합의 민국을 열어나간다는 웅대한 포부를 천명하고 오늘 그 첫발을 내디뎠다. 앞으로 5년 동안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으고 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이어나가기를 온 국민과 함께 기원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 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웅하고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 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웅하고있다. 김성룡 기자

곧이어 윤 대통령이 돌출무대로 나가 헌법 제69조에 따라 대통령으로의 책무를 성실히 다할 것을 선서했다. 취임 선서 말미에는 XR(확장현실) 기법을 활용해 대통령 표장인 무궁화와 봉황을 형상화한 모습이 방송 중계에 나타나기도 했다. 이어 군악대 및 의장대 행진, 군사 대비 태세 보고와 21발의 예포 발사가 이어졌고, 윤 대통령은 거수경례를 보냈다.

윤 대통령이 전날까지 고심하며 작성한 ‘취임식의 꽃’ 취임사는 17분 가량 낭독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국내외 당면 위기와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자유’란 단어가 35차례나 등장했다. 참석자들은 취임사 중간중간 37번의 박수로 화답했다.

『아리랑』, 『네순 도르마(Nessundorma·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 축하 공연이 끝난 이후에는 환송 인사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유족 노재헌·노소영 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차례로 인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환송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환송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어 양산 사저로 떠나는 문 전 대통령 부부가 팔짱을 끼고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윤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악수한 후 미리 무대 밑에 주차된 승용차까지 내외를 배웅했다. 출발하는 차를 향해서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뒤따르던 김 여사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무대를 내려왔다. 박 전 대통령과 악수한 대통령 부부는 출발하는 차를 향해서도 허리를 굽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 대통령은 입장 때와 역방향으로 단상 앞에서 국회 정문 앞까지 걸어가며 시민들과 주먹 인사를 나눴다. 차에 올라탄 윤 대통령 부부는 국회를 나온 다음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며 시민들에게 인사를 했다. 용산 집무실로 향하는 국회 앞 도로에서는 예정에 없던 카퍼레이드도 펼쳐졌다. 시민들과 창문 너머로 인사를 나누던 윤 당선인은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약 6분 동안 선루프를 열고 일어서서 손을 흔들며 용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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