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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도 살려낸 '어벤저스'의 어벤저스, 美천재 만화가 별세

중앙일보

입력

미국 만화가 조지 페레즈. 마블 코믹스의 ‘어벤저스’와 DC 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JLA) 등 미국 양대 만화 출판사의 대표 시리즈가 그의 손을 거쳤다. [사진 페이스북]

미국 만화가 조지 페레즈. 마블 코믹스의 ‘어벤저스’와 DC 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JLA) 등 미국 양대 만화 출판사의 대표 시리즈가 그의 손을 거쳤다. [사진 페이스북]

 ‘어벤저스’를 탄생시킨 미국의 천재 만화가 조지 페레즈가 지난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자택에서 67세로 숨졌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8일 보도했다. 그는 내놓은 작품마다 대부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만화계의 전설로, 마블 코믹스의 ‘어벤저스’와 DC 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 오브 아메리카’(JLA) 등 미국 양대 만화 출판사의 대표 시리즈가 그의 손을 거쳤다.

페레즈는 푸에트리코 이민 2세대로 1954년 뉴욕 사우스 브롱스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식료품점 종이봉투를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리곤 했지만,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건 고등학교 때 만화 전시회를 본 후였다. 정식으로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그림 샘플을 들고 출판사들을 찾아갔지만, 평가는 가혹했다. 훗날 그와 ‘뉴  틴 타이탄즈’ 등 대표작을 함께 한 만화가이자 당시 마블 에디터였던 마브 울프먼은 그에게 “해부학이나 원근법을 모른다”고 혹평했다.

만화 독학…“타고난 스토리텔러”

조지 페레즈와 그가 그린 캐릭터들. [사진 페이스북]

조지 페레즈와 그가 그린 캐릭터들. [사진 페이스북]

페레즈는 “그들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려고” 엄청나게 연습했고, 결국 1973년 마블 소속 만화가 리치 버클러의 조수로 고용돼 만화가가 됐다. 울프먼은 NYT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조지는 몇 년 후 ‘나를 그렇게 비판하면서 왜 계속 고용했냐’고 물었다”며 “원근법은 배울 수 있지만, 스토리텔링은 가르칠래야 가르칠 수 없다. 조지는 첫날부터 (가르칠 필요가 없는) 타고난 스토리텔러였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출신을 반영해 빌 맨틀로와 함께 마블 최초의 히스패닉 히어로 ‘화이트 타이거’를 만들고, ‘스파이더맨’ 등 마블의 ‘어벤저스’ 캐릭터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1980년 울프먼의 제안으로 마블의 라이벌 DC로 옮겨 그와 함께 만든 ‘뉴 틴 타이탄즈’는 베스트셀러가 됐고 몇 차례 이어진 시리즈를 통해 각종 상을 휩쓸며 최고의 만화가로 입지를 굳혔다. DC에서 만든 ‘JLA’ 200호(1982년) 표지는 2016년 경매에서 7만6675달러(약 9760만원)에 판매됐다.

원더우먼 재탄생…JLA/어벤저스까지

1987년 원더우먼을 재탄생시킨 조지 페레즈. [사진 페이스북]

1987년 원더우먼을 재탄생시킨 조지 페레즈. [사진 페이스북]

페레즈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가 1987년 리부트 작업한 ‘원더우먼’이다. 원더우먼은 1941년에 처음 나왔지만 당시 인기가 시들해졌다가 페레즈의 손을 거쳐 슈퍼히어로인으로 재탄생했다. 기존 버전보다 더 젊고 그리스 신화의 기원을 살려 상징성을 더했다. 페레즈는 지난해 12월 NYT와의 인터뷰에서 “원더우먼이 사느냐 죽느냐는 나에게 달려있었다”며 “나에게 놀라운 성취감을 준 큰 성공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어벤저스’로 돌아온 건 1997년. 함께 일한 만화가 커트 뷰식은 NYT에 “페레즈에게 어떤 어벤저스를 쓰고 싶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들 모두’라고 답했다”고 했다. 이들의 협업은 2003년 DC의 ‘JLA’(배트맨과 슈퍼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와 마블의 ‘어벤저스’(아이언맨과 토르, 헐크, 스파이더맨, 캡틴 등)를 합친 ‘JLA/어벤저스’로 이어졌다. 이 프로젝트는 당초 1983년 계획했지만, 양사의 합의 실패로 20년 만에 이뤄졌다.

페레즈는 자선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만화 제작자와 작가들을 위한 ‘히어로 이니셔티브’ 창립에 참여했고 2019년 은퇴한 후에도 꾸준히 그림을 그려 다양한 자선단체에 기부와 모금활동을 했다. 그가 지난해 12월 췌장암 진단 사실을 발표한 후 ‘히어로 이니셔티브’는 지난 3월 ‘JLA/어벤저스’ 7000부 한정판을 재발간했다. 페레즈는 이에 대해 “너무 감사하다. 팬들을 대신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DC와 마블 잘했어’”라며 “모든 수익금이 내가 좋아하는 자선단체로 가서 기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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