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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장관과 불편한 동거…尹도 피해가지 못한 '반쪽 내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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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에 새로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후보자 임명 동의안과 국무위원 임명안 등에 서명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대기 비서실장, 강인선 대변인, 최상목 경제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에 새로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후보자 임명 동의안과 국무위원 임명안 등에 서명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대기 비서실장, 강인선 대변인, 최상목 경제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 [연합뉴스]

전임 정부의 국무총리 혹은 장관들과 한동안 ‘불편한 동거’를 하는 이른바 개문발차 ‘반쪽 내각’의 출범. 2005년 인사청문회 대상이 모든 국무위원으로 확대된 뒤 한국 정치에서 반복되는 익숙하고 서글픈 풍경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도 결국 이 ‘반쪽 내각’을 피해가진 못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날 대통령실 참모와 일부 장관만을 데리고 용산 집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그의 곁에 국무총리는 없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서명한 1호 안건은 국회에 제출하는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 요청안이다. 2호 안건은 전임 정부의 총리인 김부겸 국무총리가 임명 제청한 국무위원 7명에 대한 임명안이었다.

'文정부 총리' 김부겸의 임명제청 

김 총리는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포함해 국방부와 환경부·고용노동부 등 국회에서 청문 보고서가 채택된 7명의 국무위원을 제청했다. 앞서 사의 의사를 밝힌 김 총리는 11일 재외동포 관련 행사를 마무리한 뒤 12일 퇴임한다. 김 총리의 제청에도 윤석열 정부의 장관만으론 국무회의 구성을 위한 최소 인원인 15명을 채울 수 없다. 윤 대통령 측은 12일 추경안 처리를 위한 첫 국무회의를 검토 중이다. 전임 정부 장관들의 참석이 불가피하단 뜻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총리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0일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7명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행사했다. 사진은 지난 3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부겸 국무총리가 10일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7명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행사했다. 사진은 지난 3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측은 현 상황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발목 잡기가 도를 넘었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정부조직법 개편까지 취임 뒤로 미루며 나름대로 성의표시를 했는데 민주당이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다.

정부 조직개편까지 미뤘지만…

윤 대통령이 정부 개편을 미룬 건 과거 보수 정부의 교훈 때문이기도 했다. MB와 박 전 대통령은 모두 인수위 기간 중에 정부 조직 개편을 강행하며 야당과 극한 갈등을 벌였다. 그렇게 인사청문회가 늦어졌고, 이명박 정부의 첫 국무회의는 노무현 정부의 총리였던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가 주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뒤 2주간 국무회의 자체를 열지 않았다. 야당을 겨냥한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정부조직 개편을 뒤로 미뤘지만 야당의 반응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 최진 대통령리더쉽 연구원장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오히려 예전보다 갈등이 더 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당선인 시절 주변 참모들에게 “민주당이 한 총리 후보자 인준을 안 해주면 총리 없이 갈 것”이라 밝히며 배수진을 친 상황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 답변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 답변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때 낙마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분위기도 읽힌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청문회에서 민주당에 한방이 있었느냐”며 “큰 문제가 없었다면 야당은 새 정부 출범에 협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 총리 후보자와 함께 한동훈·정호영 장관 등 일부 국무위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한 총리 후보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새 정부 출범을 막는 선택을 하진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총리인준안의 부결 가능성이 더 큰 상황이다.

6월 지방선거까지 강대강 국면 

정치권에선 이런 강 대 강 국면이 6·1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선 여야 모두 지지층에게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의 전형적인 정치 공세에 따라가면 대통령의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의 본질은 서로 타협하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 그럴 의사가 없어 보여 대치 국면이 장기화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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