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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노벨상 수상자 “마르코스 복귀, 조직적 가짜뉴스 탓”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자국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가짜뉴스의 폐해를 지적하며 “이는 필리핀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 현지 매체 래플러의 최고경영자(CEO) 마리아 레사. [AFP=뉴스1]

필리핀 현지 매체 래플러의 최고경영자(CEO) 마리아 레사. [AFP=뉴스1]

9일(현지시간) 레사는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전 상원의원에 대해 “그의 인기는 꾸준한 이미지 쇄신 작업의 결과물”이라며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가짜뉴스를 활용한 캠페인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필리핀 민주화 혁명으로 아버지와 함께 하와이로 망명했던 마르코스 주니어(일명 봉봉)가 다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 가짜뉴스를 통한 홍보였다는 것이다. 지난 1986년 필리핀 민주화 세력은 21년간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인권을 유린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에 맞서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였으며, 결국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봉봉은 부친 사망 후 1991년 필리핀으로 복귀했다.

레사는 이어 “글로벌 정보 생태계 속에서 필리핀의 실패는 이곳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 11월 미국 중간 선거에도 가짜뉴스를 활용한 선거운동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레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자이르 브라질 대통령 당선의 시작점에도 지난 2016년 필리핀 선거가 있었다”고 했다. 봉봉은 지난 2016년 필리핀 부통령 선거에 나가 레니 로브레도 현 부통령에 석패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마르코스 주니어 측은 SNS를 통한 조직적 가짜뉴스 유포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의 지지자 중 많은 수는 아버지의 통치 기간에 태어나지 않은 젊은 유권자들”이라며 “필리핀은 가짜뉴스 규제를 도입하고 있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아직 관련 법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 대통령 후보 마르코스 주니어(왼쪽)와 부통령 후보 사라 두테르테. [EPA=연합뉴스]

필리핀 대통령 후보 마르코스 주니어(왼쪽)와 부통령 후보 사라 두테르테. [EPA=연합뉴스]

한편, 필리핀 ABS-CBN 뉴스에 따르면 10일 오전 7시 기준(비공식 개표율 95.3%) 개표 결과 마르코스 주니어 전 상원의원은 3033만 9026표를 얻어 사실상 대통령에 당선됐다. 2위인 로브레도 부통령(444만 8183표)을 2배 이상 앞섰다. 부통령 선거에선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장녀 사라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이 3066만 9569표를 받아 승리가 확정됐다. 2위 키코 판힐난 후보는 900만 2563표를 얻는 데 그쳤다.

CNN 동남아 특파원으로 20년간 일한 레사는 지난 2016년 온라인 탐사보도매체 ‘래플러’를 공동 창립했다. 이후 그는 두테르테 현 필리핀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 속 인권 문제를 폭로하며 정권의 탄압을 받았다. 지난해 언론의 자유 수호 등 활동을 인정받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을 비판해온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와 함께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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