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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몸 된 안방마님… 구인난에 몸값 오르는 포수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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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로 이적한 포수 박동원. [연합뉴스]

KIA로 이적한 포수 박동원. [연합뉴스]

"투수는 귀족, 외야수는 상인, 내야수는 노비, 포수는 거지. 포수가 제일 많이 고생해요."

2013년 NC 다이노스 포수 김태군(현 삼성 라이온즈)은 당시 인기 드라마 '추노'에 빗대 포수의 고충을 설명했다. 포수는 어렵고(difficult), 위험하며(dangerous), 더러워(dirty) 야구계의 3D 업종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요즘 포수들의 위상은 달라졌다. 10개 구단 모두 포수 찾기에 열중하면서 '귀한 몸'으로 떠올랐다.

몇 년 간 FA 시장에서 포수들의 몸값은 상종가를 쳤다. NC는 2019시즌을 앞두고 양의지(35)는 4년 총액 125억원을 제시했다. 성적에 따른 옵션 없이 계약금 60억원에 연봉 65억원을 안겼다. 2013년 롯데 자이언츠와 처음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었던 강민호(37·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 벌써 세 번째 FA 계약을 맺었다. 세 차례 계약 총액은 191억원으로 역대 3위다.

파울 타구를 잡는 한화 포수 최재훈. [연합뉴스]

파울 타구를 잡는 한화 포수 최재훈. [연합뉴스]

국가대표 포수들만 그런 건 아니다. 한화 주전 포수 최재훈(33)은 올시즌을 앞두고 5년 최대 54억원에 사인했다. KT를 우승으로 이끈 장성우(32)도 4년 42억원에 잔류했다. '낙수 효과'는 백업 포수들에게까지 이어졌다. 허도환(37)은 KT에서 LG로 이적하면서 연봉이 소폭 향상(7500만원→1억원)됐다.

일반적으로 선수들의 몸값은 나이가 어릴수록 높다. 부상 위험이 적고, 기량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포수들은 30대가 되어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경험이 매우 중요하고, 육성하는 데는 꽤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강민호가 떠난 뒤 내부 육성으로 가닥을 잡았던 롯데는 몇 년간 고생하다 지시완(28)을 트레이드해 왔다.

NC 포수 양의지

NC 포수 양의지

10개 구단 중 20대 포수가 주전인 팀은 정보근(23)과 지시완이 번갈아 나서는 롯데 자이언츠 뿐이다. NC는 박대온(28)이 제일 많이 마스크를 썼지만, 팀내 '넘버원' 포수는 양의지다.

최근 1~2년 사이 포수 가치는 더 올라갔다. '포수 거지론'을 편 김태군도 지난 겨울 트레이드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삼성은 FA 강민호를 붙잡은 데 이어 김태군까지 영입해 든든한 안방을 구축했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해까지 김민식(33)과 한승택(28)을 번갈아 포수로 기용했다. 두 선수 모두 수비 쪽에 장점이 있지만, 공격력이 떨어졌다. KIA는 이지영(36), 박동원(32), 김재현(29) 등 포수 자원이 넉넉한 키움 히어로즈에 트레이드 카드를 제안했고, 지난달 박동원을 영입했다.

SSG로 이적하게 된 포수 김민식. [연합뉴스]

SSG로 이적하게 된 포수 김민식. [연합뉴스]

올 시즌 뒤 FA가 되는 박동원을 데려오기 위해 KIA는 꽤 큰 출혈을 감수했다. 내야수 김태진에 내년 신인 지명권, 현금까지 넘겼다. 장정석 KIA 단장은 "당연히 FA 계약도 맺을 것까지 고려했다"며 '선행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박동원 트레이드는 또다른 트레이드로 이어졌다. 박동원이 온 뒤 2군으로 내려갔던 김민식이 9일 SSG 랜더스로 이적했다. 주전포수 이재원이 부상에 시달리는 등 포수 자원이 아쉬웠던 친정팀 SSG가 김민식을 6년 만에 다시 데려갔다. KIA에게 손을 내민 팀은 SSG 뿐만이 아니었다. 백업이 된 한승택 또는 김민식을 원하는 팀이 여럿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투수 스탁과 대화를 나누는 두산 포수 박세혁(오른쪽). [뉴스1]

외국인 투수 스탁과 대화를 나누는 두산 포수 박세혁(오른쪽). [뉴스1]

포수는 다른 팀에 쉽게 내주지 않는다. 투수들의 장단점과 성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팀의 전략, 전술적인 움직임도 포수에서 시작된다. 포수를 떠나보낸 팀이 벤치와 선수들이 주고받는 사인을 바꾸거나, 볼 배합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포수 이적이 잦아진 건 그만큼 귀하기 때문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도 '포수 구인난'을 겪고 있다. 야구 대표팀은 23세 이하 또는 프로 3년차 이하 선수들로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포지션은 예외를 두기로 했고, 포수도 '와일드카드'가 유력하다. 국제대회에서 뛸만큼 경력을 갖춘 젊은 포수가 부족해서다.

땅볼을 몸으로 막고 있는 LG 포수 유강남. [연합뉴스]

땅볼을 몸으로 막고 있는 LG 포수 유강남. [연합뉴스]

올 겨울엔 포수들을 둘러싼 '머니 게임'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양의지가 NC와 맺었던 4년 계약이 끝나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포수 출전 경기가 줄어들었지만 공격력이 뛰어난 양의지는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다. 공격력이 뛰어난 LG 트윈스 포수 유강남(30), 두산의 우승을 이끈 박세혁(32)도 FA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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