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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中 노동절 황금연휴 달군 ‘클라우드 여행’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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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초, 중국에서는 상반기 춘절(春節) 다음으로 긴 노동절 연휴가 이어진다. 통상 5월 1일부터 5일까지 이어지는* 닷새간의 황금연휴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이 기간 집을 떠나 타지역 여행길에 오른다.

*2022년 노동절 연휴는 4월 30일부터 5월 4일까지이다.

[사진 왕이]

[사진 왕이]

그러나 올해는 당국의 엄중한 코로나 19 확산 통제로 예년보다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줄어들 전망이다. 베이징시는 일찌감치 시민들에게 연휴 기간 이동 자제령을 내렸으며, 지난 1일부터는 시내 모든 음식점의 매장 내 음식 판매를 금지했다. 이 밖에, 자금성 등 주요 관광지는 황금연휴임에도 문을 닫았고, 영화관을 비롯한 문화 체육시설의 운영 역시 제한됐다.

이에 여행의 아쉬움을 방구석 '클라우드 여행(雲旅遊)'으로 대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클라우드 여행’은 한국인에게 더 친숙한 단어인 ‘랜선 여행’으로 바꿔서 이해해도 무방하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여행 크리에이터들의 여행 영상이나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거나, 지도 앱을 켜 고화질로 여행지의 로드뷰를 보며 대리 만족하는 것 모두 ‘클라우드 여행’에 해당한다.

중국에서 발간한 '2022 신(新) 관광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의 절반 이상이 '클라우드 여행'을 자주 즐긴다고 답했다. 여행 플랫폼 페이주(飛豬)에 따르면, 지난해 춘절 기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각 유명 여행지를 관람한 이용객 수는 전년 대비 1000% 상승했다. 이처럼 ‘클라우드 여행’은 중국 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시안 야경, 베이징 올림픽 삼림공원 로드뷰 [사진 36kr/바이두·텐센트 지도]

시안 야경, 베이징 올림픽 삼림공원 로드뷰 [사진 36kr/바이두·텐센트 지도]

자웨이(賈薇)는 중국 매체 36 kr 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전 세계 곳곳의 로드뷰를 보는 데 푹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창사(長沙)의 귤섬(橘子洲), 시안(西安)의 중러우(鐘樓), 충칭(重慶)의 홍야동(洪崖洞) 등 국내 인기 명소를 중심으로 로드뷰를 보다가, 최근에는 시야를 넓혀 세계 각지의 로드뷰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 때문에 핸드폰에 깔린 지도 앱도 하나에서 세 개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뷰이 장양(張楊)은 “최근 들어 클라우드 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 외출을 하지 않는 날엔 방에서 지역구 현지 여행 크리에이터, 전국구 대형 여행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모두 섭렵하며 클라우드 여행을 즐긴다”고 답했다.

"UP주* 따라서 오후 내내 여행했다"  (*UP주:비리비리에 콘텐츠를 올리는 크리에이터 (‘유튜버’ 격))
"한밤중에도 여행 영상 계속 보는 사람, 누구?"

틱톡(抖音), 콰이서우(快手)등 중국의 여러 플랫폼에선 자웨이와 장양처럼 클라우드 여행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클라우드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에선 “팡치키키(房琪kiki)”, “한 선장 표류기(韓船長漂流記)”, “보타산 멋쟁이(普陀山小帥)” 와 같은 개인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대거 배출됐다.

왼쪽부터 “팡치키키(房琪kiki)”, “보타산 멋쟁이(普陀山小帥)”,“한 선장 표류기(韓船長漂流記)” [사진 바이두,샤오훙슈,즈후]

왼쪽부터 “팡치키키(房琪kiki)”, “보타산 멋쟁이(普陀山小帥)”,“한 선장 표류기(韓船長漂流記)” [사진 바이두,샤오훙슈,즈후]

개인 여행 크리에이터 외에 전문 가이드와 여행사, 관광지 등도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여행’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로나 19로 오프라인 여행 산업이 타격을 입자, 이들 역시 '클라우드 관광'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5년 차 가이드인 푸즈(福)는 리장 고성을 돌아다니며 라이브 여행 방송을 진행한다. 그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 콰이서우(快手)에서 ‘여행공략(푸즈)(旅游攻略(福子))’ 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현재 100만 명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푸즈는 여태까지 460여 건의 여행 영상을 올렸으며, 그중 국경일 연휴에 갈 만한 여행지를 추천하는 영상이 570만 번 이상 재생됐다. 그는 여행 가이드로서 본인만의 전문성을 살려 관광 명소를 소개하고, 시청자의 질문을 Q&A 영상으로 만드는 등 활발한 소통을 이어 나가고 있다.

푸즈는 "리장 고성을 찾는 관광객이 많을 때는 하루 20만 명에 달했는데, 요즘은 워낙 인파가 적어 실시간 관광객이 만 명 안팎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마저도 대부분 영상을 찍는 크리에이터와 스태프들”이라며 “몇 걸음꼴로 고성 안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 중인 사람을 발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콰이서우에 올라온 ‘여행공략(푸즈)(旅游攻略(福子))’ 숏폼 영상 [사진 콰이서우]

콰이서우에 올라온 ‘여행공략(푸즈)(旅游攻略(福子))’ 숏폼 영상 [사진 콰이서우]

이 밖에, 틱톡에서 활동 중인 항저우 여행 가이드(닉네임 '杭州小黑諸鳴')도 최근 팔로워가 1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시안의 병마용 전문 가이드(닉네임 ‘冰蛋’) 역시 틱톡 팔로워 800만 명, 콰이서우 팔로워 3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계정 프로필에는 본인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투어나 숙박업소 정보 등이 소개돼 있다. 푸즈는 "라이브 스트리밍은 팬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그들이 내 방송을 보고 나중에 여행을 올 때 실제로 나를 찾도록 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여행업계가 침체한 가운데, 이들은 ‘클라우드 여행’을 통해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 관광지 역시 자체적으로 ‘클라우드 여행’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상하이 야생동물원(上海野生動物園)은 24일간 연속으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해 시청자에게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와 원숭이, 얼룩말 등을 보여줬다. 동물원 직원들은 1인칭 시점으로 영상을 촬영해 생동감을 높였고, 동물들은 카메라 렌즈 앞에서 애교를 부리며 실시간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댓글 창에는 자신이 원하는 동물을 보여 달라는 팬들의 댓글이 쇄도했다.

상하이 야생동물원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캡처 [사진 왕이]

상하이 야생동물원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 캡처 [사진 왕이]

최근 한 달간 진행한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상하이 야생동물원은 누적 720만 뷰를 기록했으며, 현재 231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상하이 야생동물원이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인기를 끌자, 상하이 하이창동물원(上海海昌動物園), 후저우 용의 꿈 해저세계(湖州龍之夢海底世界) 등 역시 비슷한 방식을 채택해 클라우드 여행을 장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전경고궁]

[사진 전경고궁]

한편, 이번 노동절 연휴에 산둥(山东) 성 옌타이(煙台) 시는 200여 명의 전문 방송팀을 구성해 '타이산(泰山) 랜선 여행'을 선보였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5시 20분(현지시각) 타이산의 일출과 유명 관광지를 소개한 생방송의 누적 시청자 수는 33만 명(연인원)에 달했다.

베이징의 고궁박물관은 '전경고궁(全景故宫)'을 출시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자금성을 360도 파노라마 뷰로 감상할 수 있게 하고, 일부 전시의 경우 온라인으로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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