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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땐 수제맥주, 朴땐 와인...베테랑 소믈리에도 놀란 尹만찬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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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만찬장에는 국내에서 제조된 전통주 6종이 선보인다. 그동안 청와대 만찬장에는 해외 와인이나 알코올 도수가 높은 국내 증류주가 주로 쓰였다. 이번 만찬에는 도수가 약하면서도 전국 각지 농산물을 이용해 만들어진 한국 와인이 주로 선택됐다.

10일 오후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릴 만찬에는 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과 외국 사절단 대표, 5대 그룹 총수 등이 귀빈으로 참석한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취임식준비위원회가 만찬에 쓰일 전통주 6종을 공개하자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소믈리에도 인상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알코올 도수 8~12도 사이 한국 와인이 대부분   

최정욱(51) 소믈리에는 “쌀로 만든 약주 1종을 제외하고는 5종이 모두 한국 와인”이라며 “지역이 적절히 선정돼 있고 특히 경남 사천에서 자라는 참다래(키위)로 만든 와인을 골라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전통주 분야 전문가인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한국 와인 업계에서 주류인 회사와 소규모 법인이 골고루 들어갔다”고 말했다.

공개된 만찬주는 ▶강원 홍천의 ‘너브내 스파클링 애플 라이트’ 와인 ▶경기 양평의 ‘허니문’ 와인 ▶제주의 ‘니모메’ ▶전북 무주의 ‘붉은진주 머루’ 와인 ▶충북 영동의 ‘샤토미소 로제스위트’ 와인 ▶경남 사천의 ‘3004’ 와인 등 모두 6종이다. 알코올 도수는 8~12도 사이다. 홍천의 사과와 양평의 꽃꿀, 사천의 키위 등 지역 농산물로 만든 우리 술이다. 6종 모두 전통주산업법에 따라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아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다. 정부가 지난 1998년부터 전통주를 중심으로 온라인 주류 판매 규제를 점차 완화해왔기 때문에 일반 온라인 쇼핑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쉽게 주문할 수 있다.

너브내 스파클링 애플 라이트는 2009년 설립한 샤또나드리 와이너리에서 생산된다. 너브내는 '넓은 내'를 의미하며 진한 금빛으로 새콤달콤한 사과 맛이 난다. 허니문와인은아이비허니 양조장에서 만들고 있으며 꿀을 발효시킨 술이다. 국내산 벌꿀이 33% 이상 함유돼 있다. 니모메는 제주 방언으로 '너의 마음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제주샘영농조합법인이 제주산 쌀과 귤피를 원료로 만들고 있으며 2017년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약주·청주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붉은진주 머루 와인은 붉은진주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제품으로 과즙이 풍부하며 색깔과 선명도, 머루향이 진하다. 샤토미소 스위트 로제는 캠벨포도를 직접 재배하는 농가형 와이너리 도란원에서 만들고 있다. 3004 와인은 경남 사천에서 영농조합법인 오름주가가 현지에서 자라는 100% 참다래(국내산키위)로 빚고 있다.

 2017년 7월 청와대 상춘재앞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수제 맥주를 직접 따르고 있다. [당시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7월 청와대 상춘재앞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수제 맥주를 직접 따르고 있다. [당시 청와대사진기자단]

중소기업 수제맥주 즐긴 문재인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기 대선으로 치러진 탓에 2017년 5월 취임식 만찬을 생략했다. 대신 두 달 뒤인 그해 7월 국내 기업인들을 초청한 청와대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인 세븐브로이의 수제맥주를 공식 만찬주로 선정해 의미를 부여했다. 문 전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직접 맥주를 뽑아 줬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그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참석 소감을 전하며 “맥주가 아주 맛있었다”고 적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때 문배주를 준비했다. 1942년 평양에서 태어난 이기춘 명인이 어렸을 적 부모가 북한에서 찰수수와 메주로 만든 전통 소주를 재현했다. 도수는 40도 안팎이다. 이대형 연구사는 “이전에는 도수가 높은 술에 정치적인 내용을 담아내는 방식을 썼다면 이번 만찬에는 강한 스토리보다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술을 골랐다”고 말했다.

청도 와인과 미국산 와인 준비한 박근혜 전 대통령 

2013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 만찬에는 미국 레드 와인이 등장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취임식 당시에는 경북 청도에서 만든 ‘감그린 아이스 와인’이 사용된다는 정도만 외부에 공개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2009년 미국 방문 당시 직접 들렸던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파 니엔테’ 60병이 공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뒤늦게 품귀 현상이 일었다.

이용수 신라대 바이오식품공학과 교수는 “수입 주류가 엄청나게 들어오는 상황에서 국내 농촌을 살리기 위한 전통주 선택은 고무적”이라며 “전통주를 더욱 살리기 위해 주류 온라인 유통 방식을 현실화하고 청소년 구매 금지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규제 장치는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충남 천안시 테크노파크에서 열린 충남창조경제 혁신센터 출범식에서 예산사과와인 등 농수산품 명품화 지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사진기자단]

2015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충남 천안시 테크노파크에서 열린 충남창조경제 혁신센터 출범식에서 예산사과와인 등 농수산품 명품화 지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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