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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IP 3.0도 온다, 아바타의 미래

중앙일보

입력 2022.05.10 05:00

업데이트 2022.05.16 20:46

팩플레터 233호, 2022.5.5

Today's Interview
IP 3.0도 온다, 아바타의 미래

팩플레터 233호

팩플레터 233호

오늘 인터뷰를 소개하기 전에, 팩플레터 운영 관련 새 소식부터 말씀드릴게요. 다음주(5월 둘째주)부터 팩플레터 발송주기가 주3회(화⋅목⋅금)에서 주2회(화⋅금)로 변경됩니다.

화요일에는 혁신기업들의 동향과 아젠다를 심층 분석하는 ‘팩플 익스플레인’을 지금처럼 그대로 보내 드리고요. 팩플팀 기자들의 취재후기와 팩플레터 구독자 설문 결과를 분석해 드리는 ‘팩플 언박싱’도 금요일 아침에 계속 발송됩니다.

그러면 그 재미있던 팩플 인터뷰를 이제 못 보는 것이냐, 궁금하실 텐데요. 그럴 리가요~ 당.연.히. 팩플의 질문은 계속 됩니다!

깊고 진한 ‘목요 팩플 인터뷰’는 앞으로 The JoongAng 팩플 홈에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놓치지 않고 꼭 챙겨보실 수 있도록 팩플레터에서 업데이트 소식도 알려 드릴게요. 간단히 회원가입(무료) 하시면, 팩플 홈에서 편하게 인터뷰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아시겠지만, 팩플 홈에는 인터뷰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있답니다. 2020년 7월부터 제작한 팩플레터 아카이브가 차곡차곡 쌓여 있고요. 팩플팀 기자들이 쓰는 팩플 뉴스도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1일 1팩플’ 저희와 함께하실 여러분, 팩플 홈에서 만나요!

김경동 IPX(전 라인프렌즈) 부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김현동 기자

김경동 IPX(전 라인프렌즈) 부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김현동 기자

자, 그럼 오늘의 인터뷰 얘기로 다시. 지난 화요일엔 어린이날 기념 키즈테크 레터를 보내드렸죠. 어린이날인 오늘은 ‘키덜트’들을 대거 흡수 중인 캐릭터 시장의 미래에 관한 인터뷰를 보내드립니다.

팩플이 지금까지 다뤄왔던 많은 IT 기업들이 코로나19를 기회로 날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쪼그라들었죠.

오늘 소개해드릴 IPX(전 라인프렌즈)도 그런 기업들 중 하나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폐쇄되고, 캐릭터 굿즈 매출이 뚝뚝 떨어지는 2년의 보릿고개를 견뎌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는 ‘디지털 전환’을 택했습니다. 김정민 기자가 IP 비즈니스의 달인 IPX 김경동 부사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IPX의 위기 극복 스토리, 그리고 김 부사장이 제시하는 IP 3.0의 비전, 들어보실래요?

IPX가 출시할 부캐 생성 플랫폼 ‘프렌즈’의 키 비주얼. 사진 IPX

IPX가 출시할 부캐 생성 플랫폼 ‘프렌즈’의 키 비주얼. 사진 IPX

요즘 핫한 웹3은 ‘개인화된 웹’이다. 그럼 지식재산(IP) 3.0은? 개인화된 IP다. IP란 본래 디즈니나 지브리 같은 미디어 공룡들의 전유물 아니었던가. IPX가 제시하는 IP 3.0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유튜버와 유튜브의 관계처럼, 개인이 캐릭터 IP를 창작하고 그 수익을 기업이 나눠갖는 시대가 온다는 것.

IPX는 상반기 중 ‘나만의 3D 아바타’를 만들어주는 IP 플랫폼 프렌즈(FRENZ)를 출시한다. 동물형·인간형·수인형 등 종족, 눈·코·입, 헤어, 패션, 배경화면 등을 마음껏 고를 수 있다. 캐릭터엔 NFT를 붙여 개인이 소유권을 갖는다. 커스터마이징한 캐릭터는 각종 플랫폼, SNS, 게임, 메타버스 등에 내보낼 수 있을 전망. 쉽게 말해 돈 벌 수 있는 부캐 생성 플랫폼이다.

팩플팀은 지난 3월 서울 한남동 IPX 사옥에서 프렌즈 사업을 총괄한 김경동(48) IPX 부사장(비즈니스 및 신사업 총괄)을 만났다. 인터뷰엔 임은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배석했다.

김경동 IPX(전 라인프렌즈) 부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왼쪽은 임은규 CFO. 김현동 기자

김경동 IPX(전 라인프렌즈) 부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왼쪽은 임은규 CFO. 김현동 기자

라인프렌즈에서 IPX로 

사명을 바꿨다.
“다양한 IP 경험(eXperience), 다양한 IP 콜라보레이션(X)의 의미다. 수많은 IP를 중심으로 다양한 회사와 손잡고 여러 수익모델을 붙여나가겠다는 의미다.”
이미 성공한 브랜드인 ‘라인’을 회사 이름서 뺐다. 불안하지 않나.
“라인, 그리고 그 뒤의 네이버가 주는 안정감은 물론 달콤하다. 하지만 그 안정감이 새로운 도전엔 독이었다. 우린 디지털 IP 플랫폼이 되려는 건데, 라인은 ‘브라운’과 ‘봉제 회사’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더 큰 그릇이 되고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라인이나 네이버와 관계가 달라지나.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관계엔 변화 없다. 여전히 라인이 지분의 70%를, 네이버가 30%를 가졌다. 라인의 자회사, 네이버의 손자회사다.”
팩플레터 233호

팩플레터 233호

생존을 위한 디지털 전환 

코로나19 전까지 IPX는 승승장구했다. 2016년부터 연평균 28%씩 성장했고 2017년 BTS와 만든 캐릭터 BT21이 대박을 치면서 협업하자는 곳들이 “BT21 굿즈를 사려는 아미들만큼 줄을 섰다. (김경동 부사장)” 임은규 라인 글로벌 투자총괄이 2019년 말 IPX CFO를 겸직하게 된 것도 상장(IPO) 준비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합류 직후 터진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매출의 60%를 차지했던 오프라인 리테일이 뿌리째 흔들린 것. 2019년 1303억원이었던 매출은 이듬해 718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국내 기준). 적자만 200억원. 물론, IPO도 물 건너갔다.

코로나로 회사가 어려워졌다.
“매출이 뚝뚝 떨어졌다.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미래가 보이지 않더라. 당시 우린 온라인 판매를 극대화하면 나아질 거라 여겼다. 그런데 그건 매장을 운영하는 전 세계 모두가 하는 생각 아닌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돌파구가 없던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개발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기존에 라인이나 네이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도 아니고, 깔아놨던 인프라는 매장 밖에 없는데 매장은 다 폐쇄됐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을 정면돌파 해보자는 게 프렌즈의 시작이었다.”
온라인 판매를 극대화하지 않은 이유는?
“당시로선 그게 최선인 동시에, 사실 내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었다. ‘누구나 할 법한 생각’을 실천하는 건 기업으로서 잘못된 방향이다. 사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업 구조를 어떻게 바꾸나. 오프라인을 줄이는 방향으로?
“그에 더해 파격적인 디지털 전환을 하는 방향으로. 매출의 60%였던 오프라인 비중을 30% 아래로 낮출 생각이다. 대신 디지털 IP 사업, 라이선스 사업, 온라인 판매를 키울 거다. 디지털 IP는 이제부터 ‘프렌즈’로 키워야 하고 우선 라이선스를 30%, 온라인을 30%까지 끌어올릴 생각이다. 지난해 온라인 부문, 라이선스 부문 매출은 2019년 대비 31%, 11% 성장했다.”
중국 매장을 모두 없애면서 ‘중국 철수설’이 돌았다.
“철수하지 않았다. 코로나19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겪으면서 ‘리테일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나라가 아니다’란 걸 깨닫고 라이선스를 강화하는 노선으로 바꿨을 뿐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지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 건수가 전년 대비 150%, 매출이 32% 늘었다. 중국은 여전히 순수 영업이익으로 200억원을 올릴 수 있는 나라다. 단일 국가 의존도를 낮췄으니 오히려 사업구조가 건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오프라인 스토어와 메타버스 플랫폼 ‘플레이투게더’의 버추얼 스토어 속 브라운 앤 프렌즈. 사진 IPX

오프라인 스토어와 메타버스 플랫폼 ‘플레이투게더’의 버추얼 스토어 속 브라운 앤 프렌즈. 사진 IPX

“욕 먹는 건 경영진 숙명, 프렌즈는 살려고 만들었다”

왜 프렌즈를 만들었나.
“살려고 만들었다. IP의 중요성이나 메타버스 얘기는 2018년부터 나오고 있었다. 우리의 캐릭터 자산을 잘 디지털화 하면 엄청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 IPO 하고 그 돈으로 디지털 전환하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가 터졌다.”
디지털 전환 자체는 ‘앞당겨진’ 셈이다?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시장에서 차별화될 것이 뭘까 고민하며 뒤를 돌아봤다. 남아있는 게 ‘콜라보하려고 줄 서있던 곳들’ 밖에 없었다. 그 기업들도 힘들었을 텐데 ‘IP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남아있었다고 하더라. IP를 만들어준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경쟁력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 IP 생성이 우리의 본질이라면, 그 본질에 집중한 사업을 하자 해서 만든 게 프렌즈다.”
테크 인프라가 부족했을 텐데.
“앱 개발 잘하는 팀, 블록체인 잘하는 팀을 인수했다. ‘이런 거 할 거다’ 설명하니 선뜻 와주더라. 실력자를 데려올 땐 돈을 주거나, 비전을 주거나⋯ 여러 방법이 있다. 이때 돈보다 위가 비전이더라. 우리 스스로 무엇을, 왜 할 것인지 견고한 철학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인재 데려오기 어렵다.”
프렌즈로 생성한 다양한 캐릭터 IP. 사진 IPX

프렌즈로 생성한 다양한 캐릭터 IP. 사진 IPX

NFT화 가능한 메타버스용 캐릭터란 걸 앞세웠다.
“프렌즈를 준비한 지 1년 반 정도 됐을 때였다. 웹3의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소위 ‘탈중앙화’나 ‘소유에서 공유로’ 같은 개념들이 사람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프렌즈는 ‘아바타 만들어서 재밌게 놀다 나가세요’였다. 다 바꿨다. 개인이 아바타 소유권을 갖고 여기저기서 놀 수 있게 만드는 모델이다. 제페토와는 다른 노선이다.”
기존 직원들은 ‘프렌즈 하자’ 했을 때 어떤 반응이었나.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누군가에겐 지옥 같았을 수 있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겐 비전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안 가본 길’을 갈 때 감내할 부분이니까. BT21 출시할 때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어떤 일이었나.
“브라운 앤 프렌즈의 인기가 2015년부터 급상승하면서 회사가 연 200%씩 성장했다. ‘와, 우리 회사 미쳤네’ 생각했다. 그런데 2017년에 중국에서 사드 문제가 터졌다. 한한령(限韓令)으로 브라운의 인기가 뚝 끊겼다. 중국의 발길이 끊기니까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찾은 게 BTS였다.”
BTS면 성공 보증수표 아닌가?
“그때 BTS의 인기는 10대 중심이었다. ‘10대들이 돈을 써줄까’ 고민이 됐다. 불안했지만 돌파구가 절실했기 때문에 나와 김성훈 대표가 결정을 했다. 당시 직원들은 ‘회사가 이렇게 힘든데 대표하고 부사장이 연예인에 미쳐서 소속사나 만나고 다닌다’고 욕했다. 그때 가장 욕했던 직원이 있는데, 청담 분더샵에 첫 제품 론칭하는 날 매장 앞에 늘어선 줄을 보면서 엄지를 척 올려주더라.”
지금도 내부에서 욕을 먹나.
“경영진의 숙명이다. 그래도 요샌 그때만큼 욕하진 않는다(웃음). 다만 다들 코로나 때문에 지쳐있어 ‘왜 자꾸 딴 짓을 할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연말에 전 직원이 프렌즈 캐릭터를 만드는 대회가 있었다. 그때 진심이 통했는지 직원들이 ‘이게 우리의 새로운 미래’라는 걸 믿어준다.”
BTS와 IPX가 2017년 함께 만든 캐릭터 BT21. 사진 IPX

BTS와 IPX가 2017년 함께 만든 캐릭터 BT21. 사진 IPX

탈중앙화, IP 3.0의 시대 

프렌즈가 제시하는 IP 3.0이란.
“IP는 원래 디즈니나 유니버설 같은 ‘기득권 회사’의 것이었다. IP를 쓰고 싶으면 몇 억원씩 돈을 내야 했고 제약 사항도 많았다. IP 홀더들은 그 권력을 휘두르며 시장을 독점했다. 우리는 우리 플랫폼을 통해 개인들이 IP를 가질 수 있게 하고 싶다. IP 소유자 개개인이 그걸 통해 수익을 얻고 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 그게 IP 3.0이다. 웹 3.0이 기존 인터넷 시장을 파괴하듯 캐릭터 시장도 그런 바람이 불고 있다.”
IP 홀더들의 권력 해체기가 온다는 뜻? 사업모델이 있나?
“아직 IP 3.0의 개념으로 검증된 사업모델은 없다. 우리가 만들기 나름이다. 가장 유사한 형태는 유튜브다. 부캐를 만들고, 그 부캐로 창작 활동을 하고, 과금 모델이나 광고 수익이 생기면 나눠 갖는 것. 프렌즈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인기가 많아지고 돈을 많이 벌면 서로 나눌 만한 수익이 생긴다는 게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사람들이 프렌즈를 쓸까?
“유튜브나 틱톡은 인플루언서들이 돈을 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예쁠 수 없고 누구나 다 잘날 수 없다. 신상 공개를 꺼릴 수도 있고 귀여운 캐릭터가 그냥 좋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우린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여럿 붙일 수 있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여럿 붙인다는 건?
“프렌즈는 유튜브, 페이스북, 틱톡 등 개방형 플랫폼에선 다 쓸 수 있고 다른 여러 메타버스 플랫폼과 게임들에도 쓸 수 있게 할 거다. 설사 수익모델이 약하다고 해도, 일단 개인에게 IP를 주면 NFT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 누군가 인기를 얻으면 0원이었던 NFT의 가치가 함께 오를 테니까.”
모두가 NFT를 사고팔진 않는다. 최근엔 ‘NFT 거품론’도 거센데.
지금의 NFT는 거품 맞다. 작품 하나가 수십, 수백 억원씩 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 개인적으론 소수의 부유층이 금전적 이익을 보기 위해 NFT란 도구를 ‘펌프질’하고 이용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블록체인 업계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 중 ‘NFT는 거품 때문에 진입 안 한다’는 사람들 많다. 실제로 NFT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가치가 떨어지는데 왜 NFT를 붙이나?
“NFT의 본질은 소유권의 증명 수단이기 때문이다. 버블이 걷혀야 적정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우린 NFT를 주민등록증이나 여권 정도로 보고 있다. 개인이 예쁜 IP를 잘 만들어서 활동도 하고 인기도 얻었는데 ‘이 캐릭터 내 꺼’라고 주장할 수 없으면 안 되지 않나. NFT는 결국 무형의 가치를 창출했을 때 수익 배분이나 각종 권리를 확인해주는 도구로 정착할 거다. 그러면 사람들은 더 안심하며 디지털 경제 활동을 하게 될 것이고.”
IPX의 다양한 IP들. 사진 IPX

IPX의 다양한 IP들. 사진 IPX

이 모든 시나리오는 프렌즈의 성공을 전제한다. 지금의 모객 전략은.
“기본적인 철학은 단 100명이라도 ‘이 서비스 너무 잘 만들었다’ 생각하는 찐팬을 모으는 것이다. 100만명, 1000만명 채우는 것만 목표로 무작정 확장해선 오래가지 못한다. 100명도 만족시킬 수 없는 디지털 서비스라면 마케팅으로 1억명 끌어와봤자 소용 없다. 100명을 만족시키면 그 다음부턴 쉽다. 지금까지 늘 그렇게 성장했다.”
여러 사용처 중에 제일 전략적으로 공략할 곳은?
“1단계는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나 블록체인 또는 일반 게임들에 플러그인 돼서 활동하는 거다. 필요하면 제페토도 들어갈 수 있고. 플레이투게더 등 메타버스 플랫폼들과 차근차근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다. 그런데 0단계가 있다. 라인, 카카오톡 등에서 프렌즈가 ‘프로필 사진’이 되는 것이다. 누가 ‘야 너 그거 어디서 바꿨어? 예쁘다’ 생각하게 하고 사용자를 유입시켜야 한다.”
프렌즈가 진출하려는 메타버스나 게임에도 기존 캐릭터가 있을 텐데, 문을 열어줄까?
“10개 중에 1~2개는 딱 거절한다. 과금을 충분히 잘 해서 수익 내는 데 아쉬울 게 없는 회사들이다. 그런데 나머지 8개는 ‘우리 거 버려도 되니까 너희 거 쓰자’는 회사들이다. 캐릭터를 매력있게 만들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기본 툴을 쓰는 데도 많고, 못생긴(?) 친구들도 많고. 그런 곳은 오히려 우리를 환영한다.”
IP 3.0 시대가 오면 자사 캐릭터만 쓰라고 폐쇄적 정책을 펴는 곳들은 도태될까?
“자사 캐릭터도 쓰고 외부 캐릭터도 받아들이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 도태된다기보다는 프렌즈는 그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길이지 않을까. 실제로 여러 곳에 노크해서 지금 잘 설득해가고 있다.”

“디지털 IP, 2040 남심 잡아야”

IPX가 지난 3월 선보인 버추얼 아티스트 웨이드(Wade). 오른쪽 사진은 올해 라이카 사진전에 작가로 참여한 모습. 웨이드 우측이 공동 제작자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KB Lee다. KB 옆은 배우 류준열. 사진 IPX

IPX가 지난 3월 선보인 버추얼 아티스트 웨이드(Wade). 오른쪽 사진은 올해 라이카 사진전에 작가로 참여한 모습. 웨이드 우측이 공동 제작자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KB Lee다. KB 옆은 배우 류준열. 사진 IPX

최근 새로운 캐릭터도 선보였다.
웨이드라는 버추얼 아티스트다. 지드래곤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의 조력자이자 국내 최초로 나이키와 협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KB Lee(이규범)와 공동 제작했다. 남극을 탐험하던 부부가 빙하 속에서 발견한 뮤턴트(돌연변이)란 설정이다. 그래서 물처럼 생겼다. 뉴욕에 살고 디제잉과 서핑, 스케이트 보드가 취미다. 스트리트 감성의 옷을 좋아한다. 앞으로 뮤지션으로 키울 생각이다.”
캐릭터를 뮤지션으로? 어떻게?
“국내 유명 프로듀서가 웨이드의 섀도우 맨이 될 예정이다. 실제 음원도 내고 뮤직비디오도 찍고 가상 공간에서 콘서트도 열 거다. 올해 웨이드를 중심으로 NFT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왜 이런 캐릭터를 만들었나.
“우리 캐릭터 소비자 90%가 MZ세대 여성이다. 그런데 디지털 IP 사업은 NFT, 게임, 블록체인 이용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이런 것들의 소비자는 대부분 2040 남성이다. 그래서 2040 남성을 잡을 캐릭터를 만들었다.”
업계 반응은 어땠나.
“지난해 세계적인 스트리트 패션 컨퍼런스인 미국 컴플렉스콘에서 웨이드를 공개했는데 주최 측 반응이 무척 좋았다. 먼저 올해 컴플렉스콘 협업을 제안해왔다. 버추얼 아티스트로선 최초로 올해 라이카(Leica) 사진전에 작가로 참여했고 지난해 말 GD한테 운동화 ‘나이키 퀀도1’ F&F(패밀리&프렌즈) 버전도 받았다. 언박싱 영상도 있다.”
웨이드에게 기대하는 건 남성 소비자?
“다른 것도 있다. 메타버스에서 중요한 아이템이 뭘까? 바로 패션이다. 웨이드를 주축으로 강력한 메타버스 패션 브랜드를 만들 생각이다. 루이비통이나 에르메스 같은 기존 브랜드들은 메타버스에서 자사 로고를 단 ‘짝퉁’ 아이템이 팔리는 걸 불쾌해한다. 지금 메타버스엔 기존 브랜드만큼 강력한 패션 브랜드가 필요하다. 그 브랜드 제품을 NFT로도 만들어 가치의 선순환을 만들 생각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캐릭터 사업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보나.
“적어도 나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IP라고 하면 어떤 건 캐릭터, 어떤 건 만화, 어떤 건 게임 이렇게 영역이 있었다. 그 안에서만 경쟁했다. 그런데 디지털 IP는 본질 자체가 ‘바운드리스(boundless, 경계 없음)’다. 어디로든 갈 수 있고 경쟁은 훨씬 치열하다. 결국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에 가장 빨리 대응하는 곳이 이긴다. 젊은 소비자들이 캐릭터를 ‘집에 갖다놓는 인형’이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서 나를 대리하는 존재’로 대하고 있다면, 비즈니스는 거기에 맞춰 누구보다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 남들보다 아날로그 중심이었던 우리 회사가 코로나 ‘덕분에’ 그런 변화를 만들 수 있었다. 앞으로도 IPX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회사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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