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힘껏 했다고 생각해요.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사람이 다 완벽할 순 없죠.”
9일 오후 경남 밀양시 삼량진읍 용전마을. 마을회관 위쪽 한옥(사제관)에서 만난 송기인(84) 신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5년 임기에 대해 한 말이다. 송 신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꼽히는 인물이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2005년 12월 사목(司牧) 직을 은퇴하고 이곳에 머물고 있다. 인근에 있는 조선 최초의 천주교 희생자 김범우(1751~ 1787) 묘를 지키는 ‘능참봉(陵參奉·조선시대 능을 지키던 벼슬)’을 자처하고 있다.
5년 전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던 송 신부는 당시 문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이제 우리나라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가는구나 생각했지”라고 말했다. 5년이 흐른 지금 송 신부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문 정부 5년에 대해 담담히 자기 생각을 털어놨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문 대통령의 지난 5년 국정운영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자기 힘껏 했다고 생각해요. 국민들에게 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서민들과 가까이 살았다고 생각해요.”
- 지난 5년 국정운영 만족스러웠는지.
-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죠.”
-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 “우리가 공통으로 느끼는 거죠. 인사에서 폭이 좁았다고 생각해요. 부임한 그해 겨울인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인사 폭이 청와대 비서진 뭐 하는 사람들이고,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 조국 사태가 그런 대표적인 예인지.
- “그렇죠. 굉장히 잘못된 거죠. 조국이라는 개인으로 봤을 때는 좋은 사람이라고 봤어요. 같이 일한 적도 있고요. 훌륭하게 행동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국민에게 많은 실망을 준 그런 사건이 되고 말았어요.”
- 당시 문 대통령은 어떤 선택이 맞았다고 보는지.
- “당장 떠나보내고 그랬어야 할 일을 붙잡고 있었다는 게 잘못된 거죠.”
- (조국 사태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됐다는 말씀이신지.
- “부담됐겠죠. 그 사람을 너무 신임했으니까 부담됐을 것이고. 대통령이 그런 실수를 하면 안 되는데, 대통령으로서 그런 실수를 했기 때문에 잘못된 거죠.”
- 실수라는 의미는 대통령이 다른 선택을 해야 했다는 말씀이신지.
- “그렇죠. 바로 다른 선택을 했어야죠.”
- 문 대통령의 공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공은 민주주의가 살았다는 것이에요. 우리나라가 아직 불안정하지만, 우리나라 역사에서 이만큼 민주주의를 누려 본 때는 없었으리라 생각해요. 국민 아무나 대통령을 욕하고, 옛날에는 상상도 못 할 자유를 국민이 느꼈다는 것이지요. 국민이 자유롭게 살 수 있었다는 점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 일이죠. 국방이나 외교 이런 부분도 다 잘했다기보다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요. (전시) 작전권이나 한미 관계도 가시적으로 보이는 게 있어야 하는데 노력만 했지 결과는 없잖아요. 그런 게 좀 답답하고 아쉬웠죠.”
- 과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 “인사 측면에서 보면 국민을 답답하게 했다고 생각해요. 우리 국민이 생각하기에 시원시원하게 일을 못 하는 그런 분이다.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다 보니 그런 것이겠지만. 그런 과오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 문 대통령 재임 기간에 통화나 연락하신 적 있으신지.
- “대통령하고 한 번도 안 했어요. 대통령이 청와대 들어가기 전에 (내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안 갈 거라고 했었죠. 다만 첫해 정초 신년인사 때는 한 번 갔었어요. 그리고는 그 이후에 단체로 청와대에 간 적 있었습니다. 또 여름휴가 때 진해에서 저녁을 한 번 같이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문 대통령이) ‘할 말이 많죠?’ 그러니까 제가 ‘하나도 없어’ 그랬어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 인사 등 아쉬운 점이 있었을 때 따로 연락하진 않으셨는지.
- “그런 얘기는 하나도 안 했어요. 내가 볼 때 대통령이 너무 피곤한 거예요. 이전의 활기를 잃고. 피곤함에 찌든 얼굴. 그런 모습을 보니 ‘정치로 끌고 간 내가 잘못했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괜히 변호사 하면서 재밌게 살 텐데 끄집어내서 고생을 시켰는가 싶었어요.”
- 문 대통령이 퇴임 후 “잊힌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했는데.
- “그러고 싶을 거예요. 내가 생각해도 사람들 찾아오고 하면…. 조용히 자기 취미생활하고 그러면 좋을 텐데, 우리 국민이 그렇게 놔둘까 싶긴 해요. 주위에서 못살게 굴면 문젯거리죠.”
- 문 대통령이 낙향 후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셔야 할까요.
- “퇴임 후 지역에서의 역할은 없어야 해요. (전임) 대통령이 있다고 해서 특별히 그 지역이 잘되고 이러는 것도 바람직한 게 아니에요. 다 공평해야지, 대통령이 갔기 때문에 그 지역이 더 발전하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 10일 시작되는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것은.
- “뭘 바란다기보다는 외교에 있어서 실수를 안 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그런 말을 할만한 영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 간절한 마음일 뿐이죠. (윤 당선인은) 즉흥적인 결정을 잘하는 것 같아요. 국민들은 그런 것을 좋아하잖아요. 박력 있고 시원하다고. 국내 문제에서는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다만 외교 문제에서는 단어 하나도 문제가 되는 만큼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