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靑, 군 장성 블랙리스트 있었다" 파행 인사 5가지 증거

중앙일보

입력 2022.05.10 00:35

업데이트 2022.05.12 14:00

지면보기

종합 24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오직 평화입니다"를 외쳤던 문재인 대통령의 5년 임기가 9일로 끝났지만, 진정한 평화는 정착되지 못했다. 2018년 일련의 정상회담으로 평화 무드가 조성되는 듯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선제 사용'을 대놓고 천명하고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될 만큼 한반도 긴장 상황은 문 정부 초기로 되돌아간 듯하다. 굴욕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문 정부가 대북 유화 태도를 고집했지만, 북한은 위장된 평화 전술을 구사하며 지난 5년을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십분 이용했다.

[문재인 정부 군 인사 파행과 정상화 숙제]
청와대, 북한 위협 강조한 장군을 빨간색으로 '부적합' 표시해 인사 배제
정권 입맛에 맞게 협력한 장군들은 '적합' 분류하고 승진과 보직에 혜택
육사·육군 소외시키고 해·공군과 학군 및 호남 출신은 파격적으로 챙겨
추천권은 각 군에, 제청권은 장관에 돌려주고, 철저히 능력 위주로 가야

2020년 9월 청와대에서 열린 '4성 장군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당시 남영신 군사안보지원사령관이 학군 출신으로 처음 육군총장에 발탁돼 논란이 됐다.[사진 청와대]

2020년 9월 청와대에서 열린 '4성 장군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당시 남영신 군사안보지원사령관이 학군 출신으로 처음 육군총장에 발탁돼 논란이 됐다.[사진 청와대]

 '평화 타령'의 결과는 어떠한가. 문 정부는 2019년 발표한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개념을 삭제하면서 국민의 안보 경각심이 둔감해졌다. 무엇보다 우리 군대는 지난 5년 수많은 파행과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치권력의 요구에 순응하고 입맛에 맞게 처신한 '정치군인'들이 군 지휘부와 요직을 대부분 차지했다. 장교와 병사 갈라치기, 육사와 비육사 편 가르기 인사가 만연하면서 군의 위계질서가 흔들렸다. 병사들의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면서 군인정신이 해이해지고 사기도 떨어졌다는 개탄의 목소리도 들린다. 국가 안보와 군을 걱정하는 전·현직 간부들은 인사 시스템 붕괴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거론한다.
 군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문 정부 들어 임명된 김용우(육사 39기) 육군참모총장이 2017년 9월 국방부 인근 카페에서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을 비밀리에 만난 사건을 주목했다. 2017년 탄핵 와중에 집권한 문 정부 청와대 실세들이 군 장악을 위한 인사 지침을 하달하기 위한 만남으로 보는 시각이 퍼져 있다. 복수의 군 소식통 전언을 토대로, 문 정부 5년간 적폐 청산과 국방개혁 등을 내세워 진행된 몇 가지 파행 인사 유형을 정리한다.

2017년 8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이순진(왼쪽 첫째) 합참의장 이임식과 정경두(오른쪽 첫째) 합참의장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송영무(오른쪽 둘째) 국방부장관과 함께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8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이순진(왼쪽 첫째) 합참의장 이임식과 정경두(오른쪽 첫째) 합참의장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송영무(오른쪽 둘째) 국방부장관과 함께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째, 육·해·공 3군 참모총장의 인사 추천권과 국방부 장관의 제청권을 무력화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인사수석실에서 군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봄·가을 인사를 앞두고 3군 총장이 후보자를 추천하면 국방부 장관이 제청했고, 이를 토대로 청와대가 정무적 판단을 10% 정도 반영해 내려보내면 확정하는 방식이었다. 군 장교들의 역량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는 현장의 판단을 존중하는 상향식(bottom-up) 인사 관행이었다.
 하지만 문 정부는 "청와대의 정무적 입김을 90% 이상 반영한 하향식(top-down)으로 바꿨다"고 군 소식통이 전했다. 진급 시기가 도래하면 청와대가 막후 채널을 통해 모든 장군 진급 대상자 명단을 미리 받았다. 이를 토대로 적합자(파란색), 부분 부적합자(노란색), 부적합자(빨간색) 등으로 분류하고 정권 차원에서 진급시켜야 할 특정 군인들을 콕 찍어 각 군 총장의 추천과 국방부 장관의 제청에 포함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각 군 본부와 국방부는 공식 인사 심의 과정에서 앞서 청와대가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적합자는 추천 및 제청 대상에서 철저히 뺐다는 증언이 나왔다.
 둘째, 환경부 등 일반 행정부처뿐 아니라 군 인사에도 이른바 '블랙 리스트'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위협을 강조한 대북 강경파인지, 좌파 정권과 코드가 맞는 반미(反美) 성향인지가 기준이란 거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 때 중용됐다는 낙인이 찍힌 이종섭(육사 40기)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2018년 11월 당시 합참차장에서 한직인 국방부 육군정책연구관으로 밀려났고, 2019년 3월 군복을 벗었다. 적폐로 내몰려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던 이재수(육사 37기)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사령관은 2018년 12월 유서를 남기고 숨지는 비극도 벌어졌다.

2019년 9월 19일 평양에서 당시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남북군사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19년 9월 19일 평양에서 당시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남북군사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셋째, 문 정부는 한·미 동맹을 앞장서 지지해온 육사 출신 엘리트 장성들을 요직에서 배제하거나 승진에서 탈락시켰다고 한다. 기존에는 육사 대 비육사 장성 비율이 대체로 8대 2였는데, 기계적 균형을 내세운 문 정부가 5대 5로 맞추려 하는 바람에 군내에 상당한 불만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군내 다수이자 주류를 형성해온 육사 출신 장성들을 쫓아낸 자리에 해·공군과 학군·3사 등 비육사 출신을 두루 앉혔다. 첫 국방부 장관으로 해군 출신 송영무(해사 27기)를, 이어 공군 출신 정경두(공사 30기)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합참의장 자리도 정경두·박한기(학군 21기)·원인철(공사 32기)로 이어지면서 육사와 육군이 밀려났다.
 기무사를 해체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사)로 바꾼 조치도 정치권력의 군 장악 시도 사례로 불린다.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대민 활동을 민간인 사찰로 몰았고, 2016년 촛불 시위 국면에서 작성된 계엄 문건을 쿠데타 모의로 부풀려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재판에서 대부분 무혐의나 근거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논란 와중에 안보사 사령관 자리는 남영신(학군 23기)·전제용(공사 36기)에 이어 이상철(학군 28기) 사령관까지 모두 비육사·비육군 출신이 차지했다.
 특히 남영신 장군은 문재인 정부 지난 5년 군 인사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군내 비주류인 학군 출신으로 문 정부 들어 2017년 9월 창군 이래 첫 비육사 출신 육군특수전사령관, 2018년 8월 기무사령관에 이어 한달 후인 2018년 9월 안보사령관, 2019년 4월 지상작전사령관을 거쳐 2020년 9월엔 육군 창설 이후 최초로 학군 출신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파격적으로 초고속 꽃길 보직을 5년 내내 걷다 보니 "남 총장과 근무 인연이 있어야 출세에 유리하다며 줄 대려는 군인들이 많다"는 말까지 돌았다.

2019년 4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의 진급 및 보직신고를 받았다. 남 사령관은 학군 출신으론 최초로 육군참모총장에 오를 정도로 문 정부 5년간 승승장구해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

2019년 4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의 진급 및 보직신고를 받았다. 남 사령관은 학군 출신으론 최초로 육군참모총장에 오를 정도로 문 정부 5년간 승승장구해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

 넷째, 2019년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 과정에서 보듯 육사 출신 중에서도 정권에 협조적이면 인사 때 최대한 배려 또는 구제하고 끝까지 보직을 챙겨줬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 지시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주도한 9·19 합의문 작성의 실무는 북한통으로 불려온 김도균(육사 44기) 국방부 대북정책관이 맡았다. 9·19 합의 내용은 국가 대비 태세와 주요 군사력 건설 등에 관련된 민감한 이슈인데도 합동참모회의라는 공식 논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대신 서욱(육사 41기) 당시 합참 작전본부장과 안준석(육사 43기) 합참 작전부장이 국방부에 다녀온 뒤 평양으로 합의문이 보내졌다고 한다.
 9·19 합의에 기여한 장군들은 예외 없이 인사로 통 크게 보상받았다. 야전에서 사단장 경력도 없는 김도균 정책관은 2020년 5월 중장으로 승진해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으로 영전했다. 서욱 작전본부장은 2019년 4월 대장으로 승진하며 육군참모총장으로 영전했고, 다시 1년 만에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안준석 작전부장은 2018년 11월 중장으로 진급하고 2020년 9월에 대장으로 승진해 지상작전사령관에 발탁됐다. 기무사 해체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던 이석구(육사 41기) 기무사령관은 전역 이후 UAE 대사로 나갔다.

2020년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도균 육군수도방위사령관의 진급 신고를 받았다. 북한통인 김 사령관은 야전에서 사단장을 거치지 않고 수방사령관으로 직행해 군에서 입방아에 올랐다. [사진 청와대]

2020년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도균 육군수도방위사령관의 진급 신고를 받았다. 북한통인 김 사령관은 야전에서 사단장을 거치지 않고 수방사령관으로 직행해 군에서 입방아에 올랐다. [사진 청와대]

 다섯째, 육군이든 비육군이든 호남 출신은 최대한 중용했다. 586 운동권 출신이자 전남 장흥 출신으로 문 정부 초기 호남 세력의 구심점이었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서 군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육군에서는 김용우(육사 39기·장성) 육군참모총장,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서욱(광주) 국방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김정수(해사 41기·목포) 해군참모총장 임명 때는 군인사법 제24조의 2항에 명시된 ‘임기제 진급 2회 제한’ 규정을 깨고 임기제로만 3회째 진급해 편법 논란을 빚었다. 문 대통령이 밀어붙인 경항공모함 사업 등을 주도한데 대한 보은 인사라는 입방아에 올랐다. 박인호(공사 35기·김제) 공군참모총장도 호남 인맥이다.
 지금 군 내부에서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 5년간 청와대의 과도한 인사권 개입으로 현장의 지휘 체계가 흔들리고, 장교들은 진급에만 집착하고, 수뇌부는 소신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군의 정체성이 실종됐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념 과잉으로 헝클어진 군을 정상화할 것인가.

2020년 1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준장 진급자 77명에게 삼정검을 수여한뒤 거수경례를 받고 있다. 기존 관례와 달리 준장들까지 청와대로 불러모아 삼정검을 수여해 줄세우기 논란이 있었다. [사진 청와대]

2020년 1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준장 진급자 77명에게 삼정검을 수여한뒤 거수경례를 받고 있다. 기존 관례와 달리 준장들까지 청와대로 불러모아 삼정검을 수여해 줄세우기 논란이 있었다. [사진 청와대]

 첫째, 군 전문가에 인사권을 돌려줘야 한다. 추천권은 각 군 총장에게, 제청권은 장관이 행사하면 뒷말이 덜 나올 것이다. 둘째, 정치군인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능력 위주 인사 원칙을 회복해야 한다. 육사라고 배제해도 안 되고, 비육사라고 우대할 이유도 없다. 셋째, 특정 지역이나 군종 출신이란 이유로 배제하지도 말고 요직을 독식하지 않도록 하고 역차별도 차단해야 한다. 넷째, 군의 위계를 다시 세우고 투철한 국가관과 안보 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다섯째, 적폐 청산 와중에 부당하게 고통받은 군인들에게 합당하게 보상하고 명예를 회복해줘야 한다. 윤 정부의 군 정상화는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2021년 12월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강원 철원군 백골부대에서 손식 육군 3사단장의 보고를 받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5년간 왜곡된 인사를 정상화하자는 목소리가 높다.[국회사진기자단]

2021년 12월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강원 철원군 백골부대에서 손식 육군 3사단장의 보고를 받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5년간 왜곡된 인사를 정상화하자는 목소리가 높다.[국회사진기자단]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관련기사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