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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 히딩크’ 찰스 로 감독, 럭비계 손흥민 찾으려 팔도 누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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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럭비 공을 들고 활짝 웃는 찰스 로 럭비 대표팀 감독. 피주영 기자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럭비 공을 들고 활짝 웃는 찰스 로 럭비 대표팀 감독. 피주영 기자

"예상했습니다. 계획대로 진행하면 걱정 없습니다."

7일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만난 찰스 로 한국 럭비 대표팀 감독의 표정엔 여유가 넘쳤다. 하루 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연기 소식이 나왔지만, 긴급 회의 등 별도 조치 없이 2022 코리아 럭비 슈퍼리그  현장을 찾았다. 다음 달 2023 프랑스 15인제 월드컵 아시아 예선과 오는 9월 2022 남아공 럭비 7인제 월드컵에 나설 멤버를 고르기 위해서다.

로 감독은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일정이 겹쳐 고민했는데, 오히려 잘 됐다. 현재 주축 멤버로 월드컵을 치른 뒤, 세대 교체를 거쳐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겠다. 차세대 기대주를 일찌감치 여럿 점찍어 놓았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기술 고문으로 한국 럭비와 인연을 맺은 로 감독은 2년 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현재 7·15인제 감독 외에도 대한럭비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 유·청소년 럭비 총괄까지 맡고 있다. 별명은 '한국 럭비의 거스 히딩크'다. 실업팀 4개, 성인 선수 100여 명 뿐인 '럭비 황무지' 한국을 3년 만에 아시아 최강 반열에 올려놓은 성과를 인정 받은 결과다.

로 감독이 이끈 한국은 2020 도쿄올림픽(7인제) 예선에서 아시아 최강 홍콩을 꺾고 사상 처음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다. 1923년 럭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100년 만의 쾌거다. 지난해 12월에는 2022 남아공 월드컵(9월) 아시아 예선에서 준우승하며 지난 2005년 이후 17년 만에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럭비 대표팀 정연식(가운데)이 도쿄올림픽 일본전에서 득점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럭비 대표팀 정연식(가운데)이 도쿄올림픽 일본전에서 득점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로 감독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분석에 있다. 영상과 모션 센서 등을 활용해 선수들의 움직임을 체크한 뒤 맞춤형 전술을 구성한다. 빅 데이터를 활용한 경기력 분석 시스템은 프로 스포츠 무대에서 폭넓게 쓰이지만, 국내 럭비에선 신세계다.

'황금 인맥'도 적극 활용한다. 로 감독은 친분이 두터운 잉글랜드(15인제) 에디 존스 감독, 마이크 프라이데이 미국(7인제) 감독 등과 자주 교류하며 전술과 정보를 교환한다. 미국계 혼혈 국가대표 안드레 진은 "감독님은 축구로 따지면 알렉스 퍼거슨, 펩 과르디올라, 조세 모리뉴 등 톱클래스 사령탑들과 소통한다. 제자 중엔 호날두나 메시급 수퍼 스타도 많다. 이런 분께 배울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한국말이 서툰 로 감독은 말보단 스킨십을 통해 소통한다. 선수들은 '찰리(찰스의 애칭) 삼촌'이라 부르며 격의 없이 따른다. 진은 "대표팀 소집 기간엔 감독님과 하루에도 수 차례 대화한다. 주제는 전술부터 일상까지 다양하다"면서 "사제지간에 끈끈한 정이 생겨 조직력이 더욱 탄탄해졌다"고 말했다.

한국 럭비 성장 과정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영화 '인빅터스(2010년)'와 닮았다. 국제 럭비계 만년 꼴찌였던 남아공이 넬슨 만델라 당시 대통령과 주장 프랑수아의 리더십 아래 1995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기적처럼 우승한 실제 사례를 다룬 작품이다. 로 감독은 "한국 럭비는 잠재력이 대단하다. 축구의 손흥민 같은 세계적인 스타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며 "선수들과 '원 팀'을 만들어 월드컵에서 사상 첫 승,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찰스 로

출생: 1965년 4월 5일(남아공 버터워스)
소속: 한국 남자 7·15인제 럭비대표팀 감독
경력: 남아공(현 럭비 세계 1위) 18세 이하
대표팀 감독, 남아공 프로팀 샤크스 감독
성과: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
17년 만의 월드컵 진출(이상 7인제)
목표: 월드컵 첫 승, 아시안게임 금, ‘럭비 손흥민’ 발굴
별명: 찰리 삼촌, 전술의 달인, 황금인맥 보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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