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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스리랑카 총리 사임…동생인 대통령은 '요지부동'

중앙일보

입력

고타바야 라자팍사(사진 왼쪽) 스리랑카 대통령과 왕이 중국 외무장관이 지난해 1월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아 바다를 매립해 조성하는 포트 시티 프로젝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AP=연합뉴스

고타바야 라자팍사(사진 왼쪽) 스리랑카 대통령과 왕이 중국 외무장관이 지난해 1월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아 바다를 매립해 조성하는 포트 시티 프로젝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의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가 9일(현지시간) 자리에서 물러났다.

스리랑카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마힌다 총리는 이날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마힌다 총리는 자신의 사임 후 "대통령은 현재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통합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의 사임에 따라 현 내각도 자동으로 해산될 예정이다. 마힌다 총리는 2005∼2015년 대통령을 지냈으며 지난 2019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동생 고타바야에 의해 총리로 임명됐다.

마힌다 총리는 고타바야 대통령과 함께 최근 경제난을 유발한 '장본인'으로 지목받으며 야권 등으로부터 퇴진 압박에 시달려왔다.

지난달 9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스리랑카는 외화 부족으로 생필품 수입이 급감하는 등 ‘국가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9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스리랑카는 외화 부족으로 생필품 수입이 급감하는 등 ‘국가 부도 위기’를 맞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힌다 총리는 사임하지만 고타바야는 여전히 대통령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라자팍사 가문이 장악한 스리랑카의 현 정치 체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스리랑카는 대통령 중심제를 기본으로 총리가 내정에 상당한 권한을 갖는 의원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체제를 운용 중이기 때문이다.

마힌다 총리의 사임 발표는 수도 콜롬보에서 정부 지지자와 반정부 시위대 간에 유혈 충돌이 발생한 지 몇시간 이후 나왔다.

이날 대통령 집무실 인근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는 쇠막대 등으로 무장한 정부 지지자 수백명이 몰려와 시위 텐트 등을 철거하며 공격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대부분 비무장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 등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고 당국은 곧이어 콜롬보 남부, 북부, 중부 등 일부 지역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동시에 무장한 군인 수백명도 콜롬보로 투입됐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콜롬보 인근에서는 여당 의원 아마라키르티 아투코랄라가 반정부 시위대와 충돌한 끝에 목숨을 잃었다. 아투코랄라는 니탐부와에서 차를 가로막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 2명에게 중상을 입힌 뒤 대피하려했지만 인근 건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1948년 독립 후 최악이라고 불리는 경제난에 직면했다. 결국 스리랑카는 지난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 510억달러(약 65조원)에 달하는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이와 함께 당국은 인도, 중국,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WB) 등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빌려와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와중에 연료, 의약품, 식품 등의 부족이 계속되는 등 민생은 파탄 지경에 이르렀고 시위와 파업 등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일부터 국가비상사태까지 발동한 상태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연합(SJB)은 최근 고타바야 대통령 및 현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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