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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 "한동훈 딸, 조국보다 10배 심각…조력없인 안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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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조국 사태’, ‘나경원 아들 논문 청탁 의혹’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온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이번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장녀를 둘러싼 ‘논문’ 논란에 대해 “조국, 나경원 때보다 10배 이상 심각하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동훈 장관 지명자 딸의 논문들이 많은 이슈를 일으킨다. 몇 년 전, 조국 장관 딸과 나경원 의원 아들의 논문이 이슈가 되었을 때 보다 열 배 이상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한 후보자 딸이 고등학생 1학년 때 7~8편의 논문을 출판한 상황을 언급하면서 의혹에 대한 한 후보자 측의 해명이 불성실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 후보자 측이 ‘논문 논란’에 대해 “논문이 아니라 에세이”라고 반박한 것에 대해 “논문이 맞다”고 재반박했다.

우 교수는 “한동훈 지명자 측은 몇 년간 써 온 고등학생의 글을 전자문서화하기 위해 ‘오픈 액세스’ 저널에 형식을 갖추어 투고한 건데 논문으로 왜곡했다고 반박했다”며 “논문이 아니라 에세이라고 주장하지만, 저널에 출판된 논문형식의 글을 논문이 아니면 뭐라고 부르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오픈 액세스라는 말은 누구나 논문을 볼 수 있다는 뜻”이라며 “저널에 실린 논문들은 비싼 구독료를 내는 학교나 개인들만 볼 수 있지만, 오픈 액세스는 저널을 구독하지 않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한 후보자 딸의 논문들의 경우, 일부는 오픈 액세스고 일부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 후보자가 오픈 액세스 등의 표현을 써 학술 논문이 아닌 듯한 뉘앙스로 해명했으나 실상은 다르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우 교수는 “한동훈 측은 ‘온라인 저널’, ‘오픈 액세스’, ‘고등학생의 글’ 이런 표현으로 논문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려고 하지만, 논문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며 “논문이 아니라면 왜 굳이 저널에 투고해서 출판했을까? 전자문서화하기 위함이라는 답변은 매우 궁색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언론에는 논문이 아니라고 둘러대지만, 유학 입시 등에 스펙을 제시할 때 당연히 논문으로 포장하려고 저널에 투고해서 출판했을 거라는 게 합리적 추론”이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준비한 자료를 보고 있다. 공동취재=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준비한 자료를 보고 있다. 공동취재=뉴스1

“인공지능 논문을 중‧고교생 신분으로? 누군가 조력했을 것…한동훈 장관직 내려놔야”

‘논문’ 내용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우 교수는 “IEEE(전기전자공학자협회)에 실린 2편은 인공지능(AI) 관련 내용이라 중학생, 고교생 신분으로 연구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우 교수는 “한동훈 측은 몇 년간 써온 글들이라고 했지만, 그렇다면 중2, 중3, 고1때 쓴 글들을 모았다는 걸까? 중학생이 그런 글들을 쓸 수 있다는 주장일까”라며 “제가 보기엔 누군가의 상당한 조력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일 학교 선생님이나 대학교수 등, 누군가와 같이했다면 논문의 공저자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령 저자’”라고도 했다.

아울러 단독저자 논문의 표절 의혹을 거론하며 “두 논문을 비교한 자료를 보니 제 판단으로는 ‘빼박캔트(빼도 박도 할 수 없는)’ 표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 교수는 “연구자로서 자괴감이 든다”며 “전자문서화는 꿈도 꾸지도 못하는 수많은 고교생의 박탈감 이외에도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논문 출판이 중요하니 연구 경험을 쌓으라고 조언하는데 도대체 뭐란 말이냐”라고 개탄했다.

다만 “한 후보자 딸에 대한 마녀사냥이나 비난은 멈춰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스펙을 쌓고 미래를 준비하려고 하는 마음은 한동훈의 딸이나 조국의 딸이나 나경원의 아들이나 혹은 어느 고등학생들이나 마찬가지”라며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 나고 자란 우리 아이들을 잘못된 길로 이끈 것은 일차적으로 부모와 사회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 교수는 “그냥 불쌍하다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라며 “기가 막힌 스펙 쌓기 노하우를 드러낸 이번 사건으로 한 후보자가 장관직을 내려놓는 건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라며 한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끝으로 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가 계층에 따라 차별화되는 현상에 대한 자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몇 년째 이어지는 고등학생의 논문 출판 이슈. 이제는 사회가 반성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지인 찬스라며 불공정을 외친 대학생들과 수많은 비판자들은 조국 장관을 끌어내리는 일로 만족해야 했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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