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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내가 보복수사 피해자…딸 사회적 혜택, 잘못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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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저는 독직폭행도 당한 보복수사의 피해자”라며 “장관이 되면 보복수사와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말했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이던 2019년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채널A 사건’ 이후 네 차례 좌천 인사를 당한 것에 관해선 “무혐의 결정이 난 사안으로 누명을 씌우기 위해 공작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들이 독립된 환경에서 소신을 갖고 진실을 파헤쳐 책임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구체적 사건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법에 맞는다면 정권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인사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이날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일했을 뿐인데 조국 수사를 한 이후 저에 대한 평가가 180도 달라진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하는 등 조 전 장관 수사에 대해 사과하라는 더불어민주당 측의 요구를 일축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를 위한 ‘위장 탈당’ 논란에 휩싸인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과잉수사를 한 데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한 후보자는 “어려운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 과잉수사가 아니었다. 당사자가 음모론을 펴면서 수사팀을 공격하고, 뻔한 상황에 대해 거부할 경우 집중적인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조국 사건에 대해 (민주당과 조 전 장관이) 사과하신 것으로 알고 조국 사태의 강을 건넜다고도 했는데, 그러면 조국 수사를 하지 말아야 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 후보자는 자신의 딸이 고교 재학 중 작성한 논문·에세이 등과 봉사활동·수상 내역 등에 대해 제기된 각종 논란에 대해선 적극 해명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딸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제기하자 “입시에 쓰이지도 않았고, 입시에 쓰일 계획도 없는 습작 수준의 글을 올린 것을 갖고 수사까지 말씀하시는 건 과한 말씀 같다”고 맞받았고, 논문 대필 의혹이 제기된 외국인 벤슨(Benson)에 대해선 “학습 과정에서 온라인 튜터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은 있지만, 돈을 요구했다는 벤슨이라는 사람과는 접촉하거나 도움을 받은 적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한 후보자는 딸 스펙 논란에 대해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아니고 사회적 혜택을 받았다는 것을 저희 가족도 이해하고 있다. 제 딸에게 항상 살면서 봉사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는 “딸은 미성년자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공격을 당하고 있어서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김용민 의원이 조 전 장관의 딸 조민(31)씨 입시 비리 수사와 관련해 “그래서 여중생(조씨) 일기장까지 압수수색하고 들여다봤냐”고 쏘아붙이자, 한 후보자는 “그거를 여러 번 말씀하시는데, 수사팀에 물어보니 일기장을 압수한 적이 없다고 한다. 잘못 알고 계신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딸의 중학생 시절 일기장은 딸의 항의로 현장에서 돌려주었으나, 고교생 시절 일기장은 압수해갔다”고 재반박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일기장이 아니라 일정표를 압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후보자는 1998년 신반포 청구아파트를 편법으로 증여받았다는 의혹 제기에는 “모았던 돈과 부친께서 세금을 내면서 증여를 해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부친께서 공직 생활을 할 때 떳떳하게 하라고 여러 차례 세금 범위 내에서 주셨고, 세금을 내면서 증여도 받은 상태였다”면서다. 최기상 민주당 의원이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25년 전이라 자료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주로 저축은행에 돈이 있었던 것 같아서 파악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준비한 자료를 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준비한 자료를 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에는 일관된 반대 입장을 내놨다. 그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과의 문답에서 “위헌 소지가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된 내용의 법이 잘못된 절차로 제정된 것”이라며 “헌법에 규정된 수사권은 검찰의 것이 아니고 그것으로 이익을 받게 되는 국민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패한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처벌을 면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화운동 시기에도 고문을 하던 분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민주화운동 전체를 폄훼하지는 않지 않느냐”며 “과거에 있었던, 제가 관여하지 않은 특정 사건을 들어서 기관 자체를 폄훼하고 기능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은 동감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질의 때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 중앙정보부의 간첩단 조작 사건 중 하나인 ‘인민혁명당 사건’을 예로 들면서 “(검수완박법은)검찰 수뇌부가 사건을 마음대로 말아먹을 도구로 악용될 것”이라며 “과거 인혁당 사건에서 수사검사가 증거가 부족하다고 기소를 안 하겠다고 버텼다. 그때 검사장이 당직검사에 배당해서 기소했다. 인혁당 사태와 같은 처리 방법을 법으로 제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법의 가장 큰 문제는 뭘 할 수 있을지 복잡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권리 구제를 포기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권한쟁의심판 등 헌법쟁송 검토 여부에는 “아직 취임 전이고, 임명되는지도 확실치 않기 때문에 미리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여야가 한 후보자를 사이에 두고 의사진행발언과 신상발언 등으로 공방을 벌이면서 청문회가 파행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자료제출 현황과 ‘최근 소위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을 앞두고 있어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이라는 모두발언을 문제 삼아 사과를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채널A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재판을 받는 최강욱 민주당 의원이 인사청문회법상 제척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두 차례 정회 끝에 이날 오후 2시 10분쯤 속개된 회의에서 서로가 양보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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