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료 갈등, 아바타 성추행…“디지털 전환이 사회갈등 초래"

중앙일보

입력 2022.05.09 15:08

업데이트 2022.05.09 17:47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단체인 자영업연대와 굿딜리버리 협동조합은 최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자회사인 ‘우아한청년들’의 탈세 의혹을 국세청에 고발했다. 배달비 전체를 업주의 수익으로 잡아 업주의 수수료 및 세금 부담을 가중시켰고, 결국 배달의민족이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달 우아한청년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 전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며 전에 없던 새로운 갈등이 나타나고,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온라인 플랫폼이 기존 전통적 사업자나 시장 참여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9일 국회입법조사처의 ‘4차산업혁명 시대, 일상의 디지털 전환이 초래한 사회갈등의 현황과 대응 방안’ 보고서와 인포그래픽 따르면 ▶기존 산업과 플랫폼 사업자 사이의 갈등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자 사이의 갈등 ▶이용자 간의 갈등이 디지털 전환이 초래한 사회갈등의 유형으로 꼽혔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이 기존의 사회ㆍ경제적 거래 방식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의 대립이 발생하게 되는데, 기존의 법ㆍ제도가 이런 대립을 충분히 조정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술 변화에 상응하는 제도 및 사회규범의 공진화(Co-evolution)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기존 산업과 플랫폼 사업자 사이의 갈등으로는 중개 보수를 둘러싼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간의 마찰이 있다. 가상현실(VR) 같은 첨단기술을 적용한 직방의 새로운 서비스에서는 부동산 중개 계약이 성사될 경우 직방이 공인중개사가 받는 수수료의 절반을 가져간다. 직방은 “중개업자의 기회를 확대한다”고 주장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은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플랫폼의 횡포”라고 맞서고 있다.

택시업계와 갈등 끝에 결국 시장에서 사라진 ‘타다’, 변호사법 위법 논란에 휩싸인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 의료계와 갈등을 겪는 ‘강남언니’ 등도 비슷한 경우다.

자료: 국회입법조사처

자료: 국회입법조사처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로는 배달앱 수수료ㆍ배달료 갈등을 꼽을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플랫폼 사업자는 초기에 입점업체ㆍ이용자 확대를 위하여 무료 또는 낮은 수수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일정 시간이 경과한 다음에는 수수료를 올리거나, 성능이 향상된 추가 서비스를 만들어서 추가비용 납입을 거부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을 이용한다”며 “입점업체의 수수료 부담이 큰 상황이므로 적정 수수료의 수준에 대해서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사이의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자 간에 일어나는 문제로는 일부 소비자들의 이른바 ‘리뷰 갑질’이 대표적이다. 자영업자들은 일부 소비자들의 별점 테러와 악성 리뷰로 아예 식당을 유지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호소한다.

3차원 가상공간(메타버스)에서의 성범죄도 비슷한 이용자 간의 갈등 사례로 꼽혔다. 일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아바타를 강제추행하거나, 아바타에게 성행위 자세를 취하게 하는 등의 사이버 성폭력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가상공간에서 일어난 일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부작용이 커지자 메타(옛 페이스북)의 자회사 호라이즌은 최근 자사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에 아바타 간 ‘거리 유지’ 기능을 도입하기도 했다.

메타, VR 기기 이용자들에 아바타 세상 '호라이즌 월드' 개방.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메타, VR 기기 이용자들에 아바타 세상 '호라이즌 월드' 개방.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의 상호작용이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제도와 사회 규범이 그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회갈등이 지속할 경우 4차산업혁명의 잠재적 가능성이 과소 실현되고, 국민이 4차산업혁명의 편익을 골고루 누리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데이터ㆍ인공지능ㆍ네트워크의 기술개발과 응용에 대한 지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4차산업혁명이 초래하는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대안도 균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법조사처는 이런 사회갈등 대응을 위한 제도적 과제로 ▶사회갈등을 사전에 예측하고, 적절한 조정 방안을 모색하는 ‘(가칭)사회갈등영향평가’ 도입 ▶사회갈등 문제를 접수ㆍ처리하는 독립적인 단일 창구인 ‘(가칭)디지털 사회갈등 옴부즈만’ 신설 ▶ 플랫폼 생태계 내부의 사회갈등 해소를 위한 입법적 대안 모색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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