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 면회와" 칼부림 데이트폭력 그놈의 소름돋는 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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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 끝에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전 남자친구가 유치장에서 제3자를 통해 전 여자친구에게 면회를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지난달 29일 20대 남성 A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병원에서 긴급체포했으며, 구속 수사 후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 피해자인 20대 여성 B씨는 1년가량 사귀어 오던 남자친구 A씨에게 6~7개월 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별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헤어지자고 할 때마다 흉기를 들고 찾아올 것처럼 위협하며 "네 가족을 해치겠다"고 협박했다.

위험한 만남이 이어지던 중 B씨는 결국 지난달 28일 밤 이별통보를 했다. A씨는 다음날 오전 4시쯤 수원시 권선구 B씨의 집으로 흉기를 들고 찾아가 B씨의 몸 곳곳을 찔렀다.

A씨는 범행후 B씨를 택시에 태워 인근 자신의 집 앞으로 갔고, 친구의 권유끝에 피해자를 병원에 이송했다. 병원 측의 신고로 경찰이 사건 당일 정오쯤 A씨를 체포했고, B씨는 그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A씨가 검찰에 넘겨지기 전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돼있던 상태에서도 B씨를 상대로 스토킹을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 B씨의 남동생은 "A씨는 누나가 피를 흘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데리고 다니면서 시간을 지체했다"며 "그는 수 시간 만에 간 병원에서도 '(누나가) 자해를 하다가 다쳤다'고 거짓말을 하는 등 범행을 숨겼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한 남자가 B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유치장에서 만났던 A씨가 당신의 전화번호 등을 알려줬다. A씨가 당신에게 '면회를 와달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B씨의 남동생은 "누나를 살해하려 한 것도 모자라 구속돼 경찰서 유치장 안에 있는 상태에서도 협박하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B씨도 연합뉴스에 "A씨가 구속된 이후에도 어떤 방식으로 해코지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큰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며 "나뿐만 아닌 가족까지 피해를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렵다"고 했다. 그는 복부와 팔·어깨 등을 다쳐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는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상태라고 한다.

수원서부서 관계자는 "B씨 측으로부터 구속 후 스토킹 시도에 대한 내용을 전해 들었으나, 유치장에서 A씨의 부탁을 받고 연락했던 사람에 대해 B씨가 위협을 느끼거나 이와 관련해 신변 보호 등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 후속 조처는 하지 않았다"며 "사건 내용에 관해서는 수사 중이어서 말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