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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120분 싸웠고, 한동훈은 지켜만 봤다…희한한 청문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지만, 정작 한 후보자는 인사말 모두 발언을 빼곤 청문회 시작 이후 120분간 입을 열지 못했다. 여야가 9일 오전 내내 한 후보자를 앉혀 놓고 의사진행 발언만으로 신경전을 벌이면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모두 발언 이후 약 2시간 동안 여야의 공방만 지켜봤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모두 발언 이후 약 2시간 동안 여야의 공방만 지켜봤다. 김성룡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오전 10시부터 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시작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모두 발언 이후 12시 20분 정회될 때까지 한 후보자 가족 관련 개인자료 제출 거부와 ‘검수완박’ 법안을 비판한 모두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답변은 듣지 않고 공세만 벌였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민주당 최강욱 의원의 청문위원 제척을 요구하는 등 맞서 후보자에 대한 질의는 시작도 못했다.

민주당 “검증 불가할 정도 자료 제출 안 해”…野 “추미애도 0건”

더불어민주당은 우선 한 후보자가 청문회 자료를 전혀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문제 삼았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도저히 검증이 불가할 정도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한 후보자 모친의 탈세 및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 한 후보자의 농지법 위반 의혹, 한 후보자 딸의 스펙 의혹 등을 거론하며 관련 자료 제출을 촉구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은 “본인은 감추고 안 내주면서 어떻게 수사받는 사람들에게는 자료를 내놔라, 안 내놓으면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하느냐”며 “이것은 국회의원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청문회법을 보면 자료 요구 대상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기관이지 후보자가 아니다”라며 “2019년 추미애 장관 청문회 당시 본인 자료 0건 증인 관련 0건으로 기록돼 있고 2021년 1월 박범계 장관 청문회 때도 자녀 병역, 부동산 거래 내역 등 본인 자료 제출은 거부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후보자에게 황당한 자료 요구도 상당수”라고 하자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그게 왜 황당합니까”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 국민의힘은 채널A 사건에 연루된 최 의원에 대해 "청문위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 국민의힘은 채널A 사건에 연루된 최 의원에 대해 "청문위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채널A 사건 연루 최강욱…청문위원 자격 없어”

대신 국민의힘은 민주당 최강욱 의원의 청문위원 자격 문제를 거론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 자리에는 인사청문 위원으로 참석하는 것이 대단히 부적절한 분이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이라며 “통칭 채널A 사건을 사실상 만들고 관련 가짜뉴스를 무차별·무분별하게 유포해 피고인이자 피의자가 된 분”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인사청문회법상 '후보자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사유'에 명백하게 해당하기 때문에 이분은 청문회에 참여할 수 없다”며 “자칫 형사 사건의 피고인이 자기변호를 하는 자리로 청문회를 별질시킬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제척을 요구했다.

이에 최강욱 의원은 “저는 공직 후보자와 직접 이해관계가 있지 않다”며 “후보자와 저의 악연은 윤석열 당선인 문제 때문에 생긴 일이고 한 후보자와 제가 원고와 피고로 만난 적은 없다”고 맞받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회의가 정회되자 대기실로 이동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시작부터 12시20분 정회될때까지 모두발언만 읽고 입을 열지 못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회의가 정회되자 대기실로 이동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시작부터 12시20분 정회될때까지 모두발언만 읽고 입을 열지 못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동훈 “부패 정치인 처벌 어렵게 해”…민주당 “싸우겠다는 것”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검수완박’을 둘러싸고도 설전을 벌였다. 한 후보자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최근 소위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을 앞두고 있어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법안은 부패한 정치인과 공직자의 처벌을 어렵게 한다”며 “그 과정에서 국민이 보게 될 피해는 너무나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한 후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사과하지 않을 경우 청문회를 진행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검수완박 용어를 굳이 쓴 것은 싸우겠다는 것이죠”라며 “제가 청문회를 여러 번해봤지만, 인사말에서 ‘한 판 붙을래’ 이런 식으로 했던 후보는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던 민형배 의원은 “검수완박이라는 용어는 정치적 선동 용어였다”며 “검수완박 발언에 대한 한 후보자의 사과 없이 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검수완박’이 틀린 말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 입장, 정부 입장에서 보면 100% 검수완박이 맞다”라며 “정부를 대표하는 장관 자리 가실 분이 검수완박이라고 표현하는 게 뭐가 잘못됐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좋은 법이면 왜 날치기 처리를 했느냐”며 “사과할 일이 아닌데 사과하라고 한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한 후보자의) 유감 표명과 사과 문제는 논란이 종식되지 않기 때문에 여야 간사가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협의해달라”며 정회를 선포했다.

“1998년 군 법무관 훈련 때 아파트 매수…세무조사 감”

한편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가 1998년 서울 신반포 청구아파트를 매수한 걸 놓고 ‘세무조사 감’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신반포 청구아파트를 1998년 2월에서 4월경에 후보자가 매수한 것으로 돼 있다”며 “그 무렵은 후보자가 사법연수원을 막 마치고 군 법무관 훈련 중인 기간으로 당시 1억원 초반대 돈으로 매수를 했다라고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현재는 공시지가가 12억원이 넘는데, 지금으로 따지면 12억 원에 가까운 돈을 만 25살, 24살 정도인 후보자가 어릴 때부터 모아서 매매 대금을 지급했다는 주장”이라며 “이런 내용이 기사가 난다면 아마 국세청에서 바로 세무 조사를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라며 소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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