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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시고 달고 가볍고 미끄럽고…‘물맛’ 분석하는 워터소믈리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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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인간은 물 없이 일주일 이상 버티기 힘들고 성인 남성 기준 신체의 약 70%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죠. 물이 그만큼 인간에게 중요하다는 건데요. 이런 물의 소중함을 다루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워터소믈리에’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이사를 역임 중인 김하늘 워터소믈리에(가운데)를 만나 ‘워터소믈리에’라는 직업의 세계를 살펴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이사를 역임 중인 김하늘 워터소믈리에(가운데)를 만나 ‘워터소믈리에’라는 직업의 세계를 살펴봤다.

워터소믈리에는 물에 대한 이론적·실무적 전문지식과 활용능력을 바탕으로, 물의 맛과 품질을 평가해 백화점‧레스토랑 등에서 판매하고, 소비자에게 추천하며, 시장에 유통하는 전문가죠. 권도준·김하원 학생기자가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인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를 만났어요.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2014년 한국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현재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이사, (주)더좋은물 부사장을 역임하고 있죠.

김하늘 워터소믈리에가 2019년 슬로베니아 블레드 워터페스티벌에 초청받아 한국의 워터소믈리에 시스템을 소개했다. BWF

김하늘 워터소믈리에가 2019년 슬로베니아 블레드 워터페스티벌에 초청받아 한국의 워터소믈리에 시스템을 소개했다. BWF

물 전문가인 워터소믈리에는 그리 오래된 직업은 아니에요. 2001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리츠 칼튼 호텔에 근무하던 소믈리에 필립 레트만이 음식과 와인에 어울리는 물을 고객들에게 추천하면서 ‘워터소믈리에’라는 직업이 탄생했죠. 이듬해인 2002년에는 워터소믈리에 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집니다. 이탈리아에서 물 전문가·지질학자·영양사·의사 등이 모여 아담(ADAM·Associazione Degustatori Acque Minerali)협회를 설립, 워터소믈리에를 양성하기 시작했죠.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산하에 한국워터소믈리에협회가 만들어졌고,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함께 워터소믈리에 교육·대회를 실시해요. “자격증은 국가 공인이 없고 민간 자격시험으로 받을 수 있어요. 한국커피협회 등 식음료와 관련된 다양한 협회에서도 시험을 진행하죠.”

2019년 제9회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나선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왼쪽은 대회 우승자 권순민 워터소믈리에.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2019년 제9회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나선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왼쪽은 대회 우승자 권순민 워터소믈리에.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도준 학생기자가 “워터소믈리에란 직업이 생소합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워터소믈리에는 몇 명인가요?”라고 물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워터소믈리에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500명이 넘어요. 해외까지 합치면 1000명 정도죠. 우리나라가 절반을 차지한 이유는 스펙의 일종으로 자격증을 따는 경우가 많아서예요. 물 관련 회사에 취업할 때, 물을 활용하는 바리스타나 바텐더가 되려고 할 때 워터소믈리에 공부를 하거든요.”

먹는물관리법에 따르면 우리가 먹는 물은 자연 상태의 물과 처리수로 나뉩니다. 자연 상태에서의 물은 약수터·샘터·우물·하천 등을 통해 얻죠. 처리수로는 수돗물과 ‘먹는샘물’ ‘먹는염지하수’ ‘먹는해양심층수’가 있어요. 보통 가게에서 사 먹는 생수는 대부분 먹는샘물·먹는염지하수·먹는해양심층수에 속하죠. 하원 학생기자가 “먹는 물의 종류가 다양한데 종류를 나누는 기준도 많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첫 번째로 탄산수 함량에 따른 기준이 있어요. 탄산 함량에 따라 탄산수(스파클링 워터)를 스틸워터(1L당 탄산 함량 0mg 미만), 에퍼베센트워터(0~2.5mg), 라이트워터(2.5~5mg), 클래식워터(5~7.5mg), 볼드워터(7.5mg 이상)로 나누죠.”

물을 다루는 직업인 워터소믈리에의 세계에 대해 알아본 김하원(왼쪽)·권도준 학생기자.

물을 다루는 직업인 워터소믈리에의 세계에 대해 알아본 김하원(왼쪽)·권도준 학생기자.

pH(수소이온농도지수) 기준도 있어요. 물의 pH에 따라 7이면 중성수(중성), 7보다 낮으면 산성수(산성), 7보다 높으면 알칼리수(알칼리성)로 나뉘죠. 또 칼슘‧마그네슘‧칼륨‧염소‧인‧나트륨‧황 등으로 구성된 미네랄(무기질) 기준이 있습니다. 순수한 물을 빼고 물에 녹아있는(용해) 미네랄·이온 등의 물질을 모두 더한 것을 ‘TDS(총용존고형물)’라고 하는데, 리터당 밀리그램(mg/L)으로 나타내죠. “TDS 함유량에 따라 슈퍼 로우(0~50mg/L), 로우(~250mg/L), 미디엄(250~800mg/L), 하이(800mg/L 이상), 베리 하이(1500mg/L 이상)로 구분해요.”

흔히 말하는 경수(센물)나 연수(단물)는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함량만 따로 빼서 분류한 겁니다. 경수는 무겁고, 연수는 연하고 부드럽죠. 경도는 물의 세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물 1L에 녹아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이온함량을 표준물질의 중량으로 환산한 거예요. 연수와 경수를 구분하는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 한국수자원공사 등 기관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경도 75㎎/L 이하면 '연수', 75∼150㎎/L면 '적당한 경수', 경도 150∼300㎎/L면 '경수', 경도 300㎎/L 이상이면 '강한 경수'로 분류하죠. 일반적으로 국내에선 경도가 120mg/L보다 낮으면 연수, 그 이상이면 경수라고 해요.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성장기인 소중 친구들에게 물을 많이 충분히 마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성장기인 소중 친구들에게 물을 많이 충분히 마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다양한 물을 분석하기 위해 워터소믈리에는 테이스팅을 합니다. 김하늘 워터소믈리에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물 테이스팅 방법을 가르쳐 줬죠. “우리가 평소 물을 마시는 건 ‘드링킹(Drinking)’이라고 하고 맛을 보는 건 ‘테이스팅(Tasting)’이라고 해요. 테이스팅은 시각적, 후각적, 미각적 관찰·분석을 순서대로 합니다. 시각적으로는 물의 투명성을 봐요. 잔을 들어 빛을 투과시켜 보고, 물이 든 잔 밑에 손가락을 대어 지문이 뚜렷하게 보이는지 확인합니다. 기포의 크기‧양을 통해 탄산이 얼마나 함유됐는지도 알아보죠. 미네랄이 많은 물은 소금 같은 흰색 가루가 보일 거예요.”

도준 학생기자가 “물에서도 향이 느껴지나요?”라고 질문했어요. “테이스팅할 때 후각을 이용하는 이유는 불량한 물을 찾기 위해서죠. 코를 잔에 대고 크게 숨을 들이쉬고 가볍게 잔을 흔들어 두세 번 냄새 맡기를 반복해요. 물의 향을 한 번에 알아채는 건 어렵고, 불쾌한 향이 난다고 해도 모두 불량한 물은 아니에요. 물의 수원지, 종류, 미네랄 함량 등에 따라 냄새가 다양하게 나기 때문이죠.”

미각적 분석은 진짜 물맛을 보는 겁니다. 물맛은 대개 물속 미네랄에 따라 좌우돼요. 산성이면 신맛, 알칼리성이거나 칼슘‧칼륨이 많으면 단맛, 미네랄이 많으면 비린 맛, 마그네슘이 많으면 쓴맛이 나죠. 맛은 물론, 미네랄 함량 차이에 따라 미네랄이 많으면 무게가 무겁고, 적으면 가볍고 부드러운지도 혀끝 감각으로 알 수 있어요. 여러 물을 맛볼 때는 물을 한 번 맛보고 뱉어내야 해요. 다른 물의 맛을 볼 때 맛이 섞일 수 있으니까요.

권도준 학생기자가 일반 생수 중에서 한국의 삼다수와 프랑스의 에비앙 물맛을 신중히 테이스팅했다.

권도준 학생기자가 일반 생수 중에서 한국의 삼다수와 프랑스의 에비앙 물맛을 신중히 테이스팅했다.

도준·하원 학생기자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수와 탄산수를 골라 테이스팅에 나섰습니다.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생수인 ‘삼다수’ ‘에비앙’, 탄산수인 ‘산펠레그리노’ ‘씨그램 플레인’이 대상이었죠. 삼다수를 맛본 뒤 “맑고 냄새는 없으며 가벼워요. 첫맛은 쓴데 뒷맛이 살짝 단 것 같아요”라고 한 소중 학생기자단은 에비앙에 대해선 “하얀 가루가 보이고 짠맛이 있어요. 물에 무게가 느껴지고 미끌미끌해요”라고 했죠. 산펠레그리노를 맛본 도준 학생기자는 “탄산도 많고 쓴맛도 강해요”, 하원 학생기자는 “약간 신 냄새가 나요. 무게는 살짝 무거운 것 같아요”라고 평가했죠. 씨그램 플레인에 대해선 모두 “가볍지만 신맛도 강하고 약간 쓴맛도 있는 느낌이에요”라고 했어요.

김 워터소믈리에는 탄산 함량이 적은 물은 야채 등 가벼운 음식이, 탄산 함량이 많으면 육류나 해산물이 어울린다고 추천했죠. “한식을 먹을 때 나물‧국 종류는 우리나라 생수가 어울려요. 고기를 굽거나 홍어처럼 향과 맛이 강한 음식을 먹을 때는 에비앙같이 오일리(oily)하고 미끌미끌한 물이 잘 맞습니다.”

탄산수 중 산펠레그리노, 씨그램 플레인을 테이스팅하고 서로 비교하는 김하원 학생기자.

탄산수 중 산펠레그리노, 씨그램 플레인을 테이스팅하고 서로 비교하는 김하원 학생기자.

하원 학생기자가 “워터소믈리에로 일하면서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였나요?”라고 궁금해했죠. “2019년 슬로베니아 수자원 연구 관련 ‘블레드 워터 페스티벌’에 초대됐어요. 슬로베니아는 OECD가 발표한 ‘2050 환경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물이 풍족하고, 수질도 최고로 꼽히는 나라예요. 다만 물에 대한 연구만 해서 워터소믈리에라는 직업을 잘 몰랐죠. 슬로베니아에서 저를 초대해 워터소믈리에 직업을 소개했어요. 정말 뜻깊은 자리였죠.”

소중 독자 또래 어린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물은 무엇인지 도준 학생기자가 질문했어요. “어떤 물보다도 일단 물을 많이 충분히 마시는 게 중요해요. 특히 성장기에는 칼슘이 많은 물을 자주 먹으면 더 좋아요.” 물의 중요성을 강조한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는 우리나라 워터소믈리에들이 전 세계를 누비고, 해외에서 워터소믈리에 교육을 받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일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전했습니다.

다양한 처리수 종류

처리수(處理水)는 각종 처리 과정을 거쳐 오염물 농도가 감소한 물입니다. 반대로 인공적인 처리를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물을 원수(原水)라고 하죠. 처리수를 식수, 즉 먹는 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위생 조건을 통과해야 해요.

수돗물:하천·지하수·해수 등 자연 상태의 물을 상수원수 처리 과정을 통해 상수도로 급수되는 물.
먹는샘물: 샘물을 물리적 처리 등을 통해 먹기 적합하도록 제조한 물. 채수가 가능한 암반 지층인 암반대수층 안에는 지하수·용천수 등이 있고, 그중 자연 상태에서 수질의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깨끗한 물을 먹는 용도로 사용하는 원수를 샘물이라고 한다.
먹는염지하수: 염지하수(鹽地下水)를 물리적 처리 등을 통해 먹기에 적합하도록 제조한 물. 염지하수는 물속에 녹아있는 염분 등 성분 함량이 2000mg/L 이상인 암반대수층 안의 지하수다.
먹는해양심층수(海洋深層水): 깊이가 200m 이상인 바다의 물을 먹을 수 있도록 적합하게 제조·가공한 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일반적인 먹는 물의 미네랄 함량은 8~32mg/L인 반면, 해양심층수는 2g/L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첫 취재여서 긴장됐는데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님이 워터소믈리에라는 직업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는 과학을 좋아하는데 워터소믈리에도 물에 관련된 과학적인 원리들이 숨어있어서 재미있었어요. 테이스팅하는 법을 가르쳐주셔서 알려주신 대로 직접 해봤는데 물맛을 구별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고 진짜 물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져서 신기했습니다. 시각·후각·미각을 다 사용해 물을 관찰하는 것도 신기했죠. 워터소믈리에가 지금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직업이지만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는 직업이 될 것 같습니다.   권도준(서울 구룡초 4) 학생기자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님을 만나 워터소믈리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소믈리에님이 테이스팅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셨는데, 미네랄이 많은 물은 혀로 느꼈을 때 묵직했습니다. 국내 생수인 삼다수에는 쓴맛이 약간 있고, 프랑스 생수인 에비앙에는 짠맛이 약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돼 흥미로웠죠. 취재하면서 워터소믈리에를 해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어요. 김하늘 워터소믈리에님이 앞으로도 계속 워터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유명해지도록 힘써주셔서 전 세계에 한국의 워터소믈리에를 널리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김하원(경기도 하스토리홈스쿨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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