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무혐의' 병원장 "경찰 위법수사"…1·2·3심 판단 같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4년 8월, 서울 서초경찰서는 강남구의 한 이비인후과 병원을 압수수색했다.

환자에게는 할인된 돈을 받고 보험사에는 할인되기 전 금액의 영수증을 발행해 과도한 보험금을 타낸다는 제보에서 출발한 수사였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미용 목적으로 수술하면서 치료 목적으로 수술한 것처럼 꾸며 진단서 등을 허위로 발급한 혐의 등이 적혔다.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지역의 모습. 뉴스1 ※본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지역의 모습. 뉴스1 ※본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해당 병원의 원장은 사기, 허위진단서 작성, 허위작성 진단서 행사, 의료법 위반,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2년 뒤인 2016년 7월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 사이 보험회사도 병원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같은 해 10월 역시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줄줄이 무혐의가 나자 해당 병원장을 포함해 의사 단체가 반격에 나섰다. 전국의사총연합과 대한의사협회가 순차적으로 서초경찰서 경찰관들과 보험회사 직원들을 형사 고발한 것이다. 여러 의료 전문지에도 ‘서초서의 과잉조사 논란’ ‘경찰의 무리한 압수수색’이라는 기사가 줄줄이 게재됐다. 이와 함께 병원장은 경찰관들과 보험회사, 전직 경찰관 출신인 보험회사 직원을 상대로 각 65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도 청구했다.

병원장은 압수수색 영장 당시 상황이 부적법했다는 점을 집중 공략했다. 압수수색을 집행할 때 참여할 수 있는 것은 ▶검사와 피고인, 변호인 뿐인데 보험회사 직원을 참여시켰으며 ▶보험회사 직원을 경찰로 소개했고 ▶압수수색 영장 발부 당시 자신의 집주소가 잘못 적혀있었는데도 실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등을 조목조목 지적한 것이다.

이에 약 2년 동안 병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었고, 병원의 이미지가 훼손돼 막대한 손해를 입었으므로 자신의 형사사건 변호사 선임 비용 5500만원과 위자료 1000만원을 배상해달라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우선 1·2심 법원은 “영장집행과정에서 경찰관이 아닌 자의 참여 여부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고 현실적으로 영장 집행과정에서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의 도움을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또 “영장 집행은 원고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에 불과하다”면서 “병원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원고(병원장)가 주장하는 손해와 인과 관계가 인정되지도 않고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했다.

병원장의 항소 끝에 3심까지 갔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원심의 판단에는 일부 충분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나 경찰관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며 병원장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경찰관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직무상 의무 위반행위를 하였다거나 이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는 원고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영장주의, 불법행위 책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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