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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풍 맞을 수 있다"…구속기간은 열흘, 일 늘어난 경찰 고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구속 수사 땐 부담이 큰데…늘 시간이 부족하다”

 최근 자신이 맡은 사건에서 구속수사를 진행한 한 경찰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공포되면서 형사사법 체계는 73년 만에 대변화를 맞았다. 그러나 경찰 안팎에선 충분한 의견 수렴 없는 ‘강행’ 처리로 인해서 구속 기간 등 실무적인 부분에선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수완박 등으로) 경찰의 권한이 커졌단 건 경찰이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는 걸 의미한다”며 “이를 뒷받침해 줄 고민이나 숙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관계자가 드나들고 있다.   뉴스1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관계자가 드나들고 있다. 뉴스1

경찰 구속 기간 10일…“할 일 많은데”

형사소송법 202조는 사법경찰관의 구속 기간을 규정한다.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구속했을 때 10일 이내 피의자를 검사에게 인치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석방토록 했다. 이번 검수완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관련 법안에서 이 조항은 그대로 유지됐다.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의 권한을 줄이고, 경찰의 권한은 확대됐다는 평가를 다수 받는다. 이런 가운데 구속 수사 기간이 기존과 같이 ‘경찰 10일·검찰 최장 20일(10일+10일)’을 유지하는 게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경찰 안팎에서 나온다.

일선 팀장급 한 경찰은 “구속사건 피의자의 송치가 수사의 끝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초동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로선 10일이란 기간이 부담되긴 하다”며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수사와 송치 후 수사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은 “할 일은 많고, 권한은 커졌다 하는데 구속 기간 10일은 여전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잘하지 않으면 역풍은 경찰이 맞게 된다”고 했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검찰 보완수사 유지…큰 변화 없어”

이런 일각의 우려에 대해 ‘기우(杞憂)’라는 의견도 있다. 검찰의 보완 수사가 유지됐고, 추가 송치 등도 가능한 만큼 기존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청 측도 “검사한테 통제를 받는 장치는 하나도 안 바뀌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검찰은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 보완 수사가 가능하다.

한 경정은 “10일 이내 피의자를 송치해야 하는 건 맞지만, 실질적으로 추가 수사 및 송치가 있다”며 “범위가 일부 축소됐지만, 검찰 보완수사도 유지됐다. 기존 환경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 구속 기간이 10일 제한이 그대로라고 해서 (송치 후) 수사가 완전히 끝나는 게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뒤따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사 경찰은 지금도 매일매일 사건이 쌓인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구속 피의자 송치 후 추가 수사 등이 원활히 이뤄질지는 의문스럽다”고 짚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공포 후 이틀 후인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반포대로에서 바라본 서울중앙지검(오른쪽)과 서울고검의 모습. 연합뉴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공포 후 이틀 후인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반포대로에서 바라본 서울중앙지검(오른쪽)과 서울고검의 모습. 연합뉴스

실무상 혼란 우려도…“더 고민했어야”

경찰 안팎에선 이번 법안 통과 과정에서 경찰·검찰의 구속 기간 등 실무 분야에서 불거질 우려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단 의견이 다수 나온다. 실무·학계에서도 검수완박 법안 관련 실무상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두고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그간 경찰과 검찰이 일종의 역할 분담으로 맡아왔던 분야를 충분한 고민과 논의 없이 강행함에 따라 이런 혼란이 빚어지게 된 셈이다”며 “경찰과 검찰 누구에 권한을 더 주냐 뺏느냐 하는 관점이 아니라 제도와 체계 측면에서 법안이 심도 있게 다뤄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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