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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베스핀글로벌 이한주 “尹 정부, K행정 소프트웨어 내다 팔아야”

중앙일보

입력 2022.05.09 05:00

4조원짜리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이 열리고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란 업무용 서버와 저장공간 등을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로,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네이버 클라우드 등이 이 시장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 시장 규모는 2017년부터 연평균 20.5%씩 성장해 3조 4400억원에 달했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가 지난달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가 지난달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퍼블릭 클라우드 업계의 최대 격전지는 공공 시장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2025년까지 8600억원을 들여 행정·공공기관 정보시스템 1만여개를 클라우드로 전면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탔다.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도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내세우면서 클라우드 전환은 필수불가결해진 상황.

팩플팀은 지난달 4일 클라우드 MSP 업체인 베스핀글로벌의 이한주(50) 대표를 만났다. MSP(MSP·Managed Service Provider)란 기업의 클라우드 관련 서비스 전반을 관리해주는 일종의 기술 컨설팅 업체. 2015년 이 대표가 창업한 베스핀글로벌은 지난해 연 매출 2277억원, 고객사 3000곳을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 호스트웨이, 인도 어피니티 미디어, 한국 스파크랩 등에 이어 베스핀글로벌을 창업한 연쇄 창업가다. 지난해엔 서울상공회의소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인터뷰에서 이한주 대표는 “클라우드 전환한 정부 시스템을 SaaS(Software-as-a-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해외 수출할 생각까지 해야 한다”“미국·중국 눈치 보는 100여개국이 한국의 잠재 고객들”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공공 클라우드 운영·관리를 위한 자동화 솔루션 ‘옵스나우-G’를 출시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선진화된 K행정, 수출할 생각 왜 못하나”

국내 공공 부문이 민간 클라우드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국 정부는 디지털화를 너무 빨리 했다. 10~20년 전 외주로 만든 무거운 SI(통합 시스템)가 아직도 돌아간다. 우리 정부에 쌓인 디지털 데이터나 일처리 방식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훌륭하다. 정부 시스템을 클라우드 전환하는 김에, 해외 수출까지 가능하도록 구독형 SaaS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한국의 미래 먹거리다.”
정부 시스템을 수출하자고?
“민간에선 다음 수출 먹거리로서 SaaS 산업이 이미 시작됐다. 새벽배송 SaaS, 라이브 커머스 SaaS…. SAP가 20년 전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를 전 세계에 도배했듯 우리나라에서 그런 회사 100개쯤 나오면 하나하나가 1조원짜리 사업이 될 수 있다. 이런 사업을 정부라고 왜 못하나.”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가 지난달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가 지난달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민감한 국가 정보를 내다팔자는 게 아니다. 시스템 그 자체를 SaaS로 상품화해 팔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조달, 관세처럼 등록-검수-처리 과정이 어느 국가나 비슷비슷한 시스템은 물론, 민원24나 홈텍스 같은 행정 시스템도 다듬으면 기회가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화가 느리고 지방 정부 입김이 센데 한국과 주소 체계가 비슷한 일본에 한국의 동사무소 SaaS를 팔아볼 수 있지 않겠나.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국 정부가 쓰는 행정 시스템 패키지를 탐내지 않을까. 대한민국 정부의 철학과 프로세스를 전 세계에 퍼뜨릴 기회다.”
그런 시도를 하는 나라가 아직 없다. 보안 등의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무주공산인 거다. 모든 정부가 디지털화의 초입에 있다.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가면 된다. 미·중 G2의 파워 게임이 (한국엔) 기회다. 우선 중국 시스템은 다른 나라가 안 산다. 또 미국 시스템은 비싸고 정치적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도 보안이 좋고, 미국보다 싼 값에 선진화된 정부 SaaS를 수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잠재고객만 100여개국이다.”

“한국은 보안 강국…국정원 SaaS도 가능”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나.
“중국이나 미국보다 훨씬 낫다. 이스라엘도 첨예한 보안 이슈가 많은 나라지만, 그게 오히려 ‘보안이 좋다’는 이미지로 작용한다. 베스핀글로벌은 북미, 일본, 중국, 중동, 동남아에서 서비스 해봤다. 한국의 보안 제품이 같은 이유로 해외에서 반은 먹고 들어간다. 근데 여태까지 한국 정부의 보안·행정을 해외로 수출할 생각을 안 했다.”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다?
“아무도 상상을 안 했다. 가령 국정원의 보안 시스템, 이걸 팔 수는 없을까? 매일 북한과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력 상당하다. 국정원이 ‘수출 넘버원’이 될 수 있다. 이 시장에 들어올 만한 나라가 이스라엘, 인도, 베트남 정도다. 그들도 우리도 ‘정부 시스템을 팔아보자’ 상상하느냐 마냐의 차이다.”
클라우드 다음 기술이 나오면 SaaS도 SI처럼 순식간에 한물간 트렌드가 될 수 있지 않나.
“클라우드는 기술의 진화가 한 번 멈추면서 생긴 분기점이다. 마치 인간의 DNA가 진화를 거듭하다 어느 순간 멈춘 것과 같다. SaaS는 매분 매초 고객의 니즈(수요)에 맞춰 실시간 업데이트 되는 구독형 서비스다. 그래서 잘나가는 SaaS 기업들은 하루에도 수백 번 새로운 코드를 배포한다. 한번 도입하면 뜯어고치기 어려운 SI와는 다르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가 지난달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가 지난달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클라우드 전환, 최상위 리더십이 중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은 2010년대부터 공공 부문의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해오고 있다. 클라우드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라는 판단에서다. 후발주자인 중국도 자국 클라우드 사용 의무화를 통해 디지털 전환을 앞당겼다.

2009년부터 정책을 추진해온 영국의 경우 공공 부문이 쓸 수 있는 SaaS가 12만개에 달한다. 미국은 최근 2년간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까지 복수의 민간 클라우드 기업을 교차 활용하는 ‘멀티 클라우드’를 도입해 보안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사했다.

한국은 공공 부문 클라우드 전환도 이제 시작이다. 정부 SaaS 수출 전에 해결할 문제가 많아보인다.
“최상위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대통령이 먼저 디지털 세상에서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산업이 뭘지 고민해야 한다. 입법부는 정부 시스템이 퍼블릭 클라우드에 잘 올라갈 수 있도록 새로 입법해야 하고, 행정부는 공무원 KPI(성과 평가) 항목에 ‘클라우드 도입’을 넣어 촉진시켜야 한다.”
공공 부문 클라우드 전환에서 가장 시급한 숙제는?
“거버넌스부터 다듬어야 한다. 행안부 혼자 결정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실무하는 과기부도 있고, 예산권 가진 기획재정부도 있다. 행안부 시스템을 쓰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금융위원회도 있고. 모두 유기적으로 연동돼 있다. 한 곳만 찌르면 자포자기한다. 최상위 부처에 강력한 권한을 주고 각 부처 KPI에 어떻게 반영할지부터 주도면밀하게 고민해야 한다.”

“보안 걱정? 클라우드가 100% 더 안전”

국내 클라우드 활성화 저해 요인 2위(26.2%)가 보안이다.
“내 방에 돈을 쌓아두는 것과 은행에 맡기는 것 중 어떤 게 더 위험할까. 내 방을 아무리 잘 보호해봤자 매일 보안만 생각하는 은행엔 못 미친다. 클라우드도 마찬가지다. 웬만한 대기업이라도 주구장창 보안만 신경쓰는 클라우드 기업에 비하면 한참 떨어진다. 클라우드가 기존 보안 시스템보다 100% 더 안전하다.”
기존 보안 시스템과 비교해달라.
“레거시 IT의 보안은 담(방화벽)을 쌓는 식이었다. 소수의 신뢰하는 내부자를 제외하곤 아무도 그 담 안쪽에 못 들어오게 한다. 그 내부자가 정보를 유출하면 끝인데도, 다른 사람들의 생활까지 불편하게 한다. 반면, 클라우드는 ‘제로 트러스트’를 추구한다.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 대신 들어올 때마다 신원 검증을 받고 딱 필요한 권한만 부여하는 방식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펜타곤(미국 국방부)에서 의장대가 미국과 한국 국기를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펜타곤(미국 국방부)에서 의장대가 미국과 한국 국기를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국방부도 멀티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미국 국방부가 클라우드를 도입하기로 한 문서를 보면 ‘클라우드를 쓰지 않으면 안보적으로 가장 위험한 요소를 대처할 수 없다’고 되어있다. 지금의 안보는 정보력으로 귀결된다. 정보를 실시간 분석하는 최첨단 시스템들이 다 클라우드 위에 있다. 극단적으로 클라우드는 ‘사람 죽이는 무기’가 된 거다. 우리나라가 클라우드 전환을 하느냐 마느냐는 더 이상 민간 기업을 키울 거냐 말 거냐의 문제도, 선택의 문제도 아니다. 나라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이한주 대표는 ‘앞으로 5년이 클라우드 전환의 골든 타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공공 부문) 클라우드 전환은 절대로 새로 출범하는 정부를 넘기면 안 된다. 앞으로의 5년이 골든 타임이다. 지금 해놓으면 우리가 앞서가는 거고, 못하면 침체기에 접어든 기존 산업들이 그대로 그냥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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