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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동훈, 딸 논란 해명하고, ‘아빠 찬스’ 정호영 사퇴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한, 케냐 대필작가 등 공정했는지 밝혀야

정, “불법은 없다”고 대충 넘길 사안 아냐

윤 당선인, 국민 마음 얻으려는 노력 필요  

윤석열 정부 출범을 하루 앞둔 오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윤석열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의 대치 속에 진행돼 온 인사청문 국면에서 가장 뜨거운 충돌 지점이다. 통합과 협치를 얘기해야 할 지금, 갈등과 분열을 보게 된 건 안타까운 일이다. 윤 당선인의 한 후보자 지명은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에 맞서는 성격이 있다. 한 후보자는 “지난 45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명분 없는 야반도주까지 벌이나”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 후보자를 향해 “굉장히 부적절했다”고 언급하는 일이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기이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검증 공세를 높여 한 후보자의 고2 딸의 기부·봉사·논문 활동을 문제삼았다. 조국 전 장관 자녀와 유사한 ‘허위 스펙’이라고 주장한다. 한 후보자의 딸 논문 작성에 케냐 출신 대필 작가의 도움이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한 후보자가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이라고 해명하며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는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이 또한 공정의 문제다. 더욱이 한 후보자는 조 전 장관 가족 수사를 했다. 그런 만큼 자신의 자녀를 향한 검증을 불편해 하거나 반발하기보단 겸허한 자세로 충분히 설명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일부 보도에 대해 사법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검찰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의 형사 고소가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윤 당선인이 국회에 오늘까지 정호영(복지)·원희룡(국토교통)·이상민(행정안전)·박보균(문화체육관광)·박진(외교) 장관 후보자, 13일까지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재송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모두 법적 시한(20일)을 넘긴 경우로 임명 수순을 밟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정호영 후보자를 임명하는 건 잘못이다. 누차 지적하지만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원장·부원장으로 있으면서 자녀들을 같은 대학 의대 편입학 시험에 응시하도록 한 자체가 낯뜨거운 일이다. 엄청난 이해충돌이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법은 없다”고 대충 뭉개고 넘길 사안이 아니다.

대구·경북과 호남 등의 의사단체가 정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는데, 이 또한 유감이다. 사안을 국민 눈높이에서 보지 못하고 사회 지도층이라는 의사들끼리 챙겨주기에 여념이 없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입장문을 낼수록 정 후보자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자에 대해 임명이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56.6%로, 적절하다(24.7%)를 압도했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 첫 인선에서 ‘아는 사람’ 위주로 하다 보니 내각도, 청와대도 치우쳤다. 지역별·성별·연령별로 고른 안배가 없었고, 특히 청와대에 검찰 출신들이 과도하게 포진한 것은 우려를 낳는다. 인사기획관은 물론 총무·공직기강·법률·인사비서관 등이 전직 검사거나 검찰 일반직 출신이다. 민주당에서 ‘검찰공화국’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윤 당선인이 빌미를 제공했다고 본다. 국민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