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초3 때 리프팅 2만개" 왼발 12골, 친형이 밝힌 비결

중앙일보

입력 2022.05.09 00:03

업데이트 2022.05.0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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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손흥민의 형 손흥윤 SON축구아카데미 코치. 손흥민이 왼발을 잘 쓰는 건 어릴 때부터 기본기를 다진 덕분이라고 했다. 김현동 기자

손흥민의 형 손흥윤 SON축구아카데미 코치. 손흥민이 왼발을 잘 쓰는 건 어릴 때부터 기본기를 다진 덕분이라고 했다. 김현동 기자

“(손)흥민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조기 축구를 하시는 데 따라갔다가 옆에서 공을 찼어요. 쉬는 시간에 승부욕이 강한 저랑 흥민이가 닌텐도 한 대를 두고 서로 하겠다고 티격태격하다가 아버지에게 게임기를 뺏겼죠. 흥민이랑 둘이 3~4시간 동안 리프팅(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차올리는 것)을 했어요. 2만2000개, 그 기억을 잊을 수 없어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공의 실밥이 보일 정도로 직각으로 차야 했죠. 공이 돌면 안돼요. 집중해서 공을 쳐다 보니까 나중에 평평한 땅조차 울퉁불퉁하게 보였어요.”

4일 강원도 춘천의 SON축구 아카데미에서 만난 손흥민(30)의 친형 손흥윤(33) 코치가 전해준 일화다.

토트넘의 손흥민은 8일 열린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리버풀과의 원정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트려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후반 11분 해리 케인-라이언 세세뇽으로 이어진 패스를 문전에 있던 손흥민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이번에도 왼발이었다. 올 시즌 20호 골로 득점 선두 모하메드 살라(리버풀·22골)를 2골 차로 따라붙었다. 손흥민은 올 시즌 20골 중 무려 12골을 왼발로 뽑아냈다. EPL 통산 득점을 분석하면 90골 중 왼발로 무려 38골(42%)을 넣었다.

토트넘 손흥민(왼쪽)이 8일 리버풀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뒤 팀 동료 케인의 품에 안겨 기뻐하고 있다. 1-1 무승부를 기록한 토트넘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다투고 있는 4위 아스날과 13일 맞대결을 펼친다. [AFP=연합뉴스]

토트넘 손흥민(왼쪽)이 8일 리버풀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뒤 팀 동료 케인의 품에 안겨 기뻐하고 있다. 1-1 무승부를 기록한 토트넘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다투고 있는 4위 아스날과 13일 맞대결을 펼친다. [AFP=연합뉴스]

오른발잡이 손흥민이 왼발 슛도 잘하는 비결은 뭘까. 손흥민의 형 손흥윤 코치는 독일 5부리그 할스텐벡 렐링겐에서 뛰었던 선수 출신이다. 손 코치는 “흥민이가 2010년 함부르크에 진출하자 일부 언론이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 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흥민이는 결코 혜성처럼 나타난 아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 손웅정(60)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의 작품이다. 손흥윤 코치는 “아버지는 요즘도 영국 런던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먼저 몸으로 임상 시험을 한 뒤 흥민이에게 가르쳐 준다. 근력과 근지구력을 몇 %씩 해야 할지 풀어가신다. 그 결과물이 손흥민”이라고 했다.

약 170억원을 들여 건립한 SON축구아카데미 전경. 손흥민 가족은 나라와 시에서 예산을 지원 받고 싶어하지 않아 전액을 들였다. 남들이 건물 지을 돈으로 ‘손씨 가문’은 축구 아카데미를 세웠다. 2018년까지는 춘천시 공지천 축구장을 시간대별로 예약하고 써야해 서러움도 겪었다. 김현동 기자

약 170억원을 들여 건립한 SON축구아카데미 전경. 손흥민 가족은 나라와 시에서 예산을 지원 받고 싶어하지 않아 전액을 들였다. 남들이 건물 지을 돈으로 ‘손씨 가문’은 축구 아카데미를 세웠다. 2018년까지는 춘천시 공지천 축구장을 시간대별로 예약하고 써야해 서러움도 겪었다. 김현동 기자

아버지 손웅정씨는 춘천시 동면의 손흥민체육공원에 ‘SON축구아카데미’를 지난해 준공했다. 손 씨는 “돈은 쌓아두면 종이에 불과하다”며 사비 약 170억원을 들여 축구 관련 시설을 만들었다. 7만 1000여㎡ 부지에 축구장 1면, 유소년축구장 2면, 돔구장 등이 들어섰다.

이 축구아카데미에선 손흥민을 키운 방식 그대로 유소년 유망주들을 가르친다. 축구장 한 켠에는 각각 높이가 다른 ‘특수 계단’이 있다. 손웅정씨가 직접 설계한 뒤 2년 전 특허 출원한 것이다. 손 코치는 “흥민이는 어렸을 때부터 양말도, 축구화도 왼발부터 신었다. 학생들도 흥민이처럼 축구화를 왼발부터 신는다. 계단을 오를 때도 왼발부터 딛는다. 무의식중에도 익숙하지 않은 발을 써야 경기에서 양발을 5대5로 쓸 수 있다”고 했다.

SON축구아카데미에는 각 높이가 다른 ‘특수 계단’이 있다. 손웅정 감독이 직접 설계했고 2년 전 특허 출원했다. 김현동 기자

SON축구아카데미에는 각 높이가 다른 ‘특수 계단’이 있다. 손웅정 감독이 직접 설계했고 2년 전 특허 출원했다. 김현동 기자

손 코치는 또 “흥민이가 고등학교에 가기 전까지 슈팅 훈련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아버지의 지론은 ‘명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였다. 그래서 (흥민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6년 넘도록 기본기 훈련만 했다. ‘대나무가 땅속에 뿌리내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만, 일단 땅을 뚫고 나오면 하루에 50~60㎝씩 자란다’는 말씀을 반복하셨다”고 덧붙였다.

손 코치는 이어 “아버지는 우리 형제를 지도할 때 한 번도 선글라스를 쓰지 않았다. 응달에서 가르치지 않았다. 맨땅 운동장에 먼저 나가셔서 돌과 쓰레기부터 치웠다. 평평한 그라운드를 만들기 위해 작은 트럭까지 사서 장비를 매단 뒤 춘천 부안초등학교 운동장을 평평하게 갈았다. 눈이 오는 날에는 15~20m 정사각형 정도를 치웠다. 거기서 하루도 쉬지 않고 볼 터치와 드리블 연습을 시키셨다”고 밝혔다.

2011년 함부르크 시절 손흥민과 그의 스승이자 아버지인 손웅정씨. [중앙포토]

2011년 함부르크 시절 손흥민과 그의 스승이자 아버지인 손웅정씨. [중앙포토]

손웅정씨는 또 아들 손흥민이 16세의 어린 나이에 함부르크 유소년팀에 입단하자 밥솥을 챙겨가서 아들의 뒷바라지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들이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자 손수 음식을 해먹이면서 손흥민을 키워냈다. 손 코치는 “지금도 어머니가 런던에서 음식을 해주시고, 아버지가 집안 정리 정돈을 한다”고 했다.

SON축구아카데미 단체훈련은 오후에 1시간30분~2시간 정도만 한다. 강압적인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코치는 휘슬이나 초시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손웅정씨는 귀국할 때마다 축구아카데미로 달려가 아이들을 하나하나 안아주면서 훈련을 한다.

손흥윤 코치도 손흥민처럼 왼발킥이 정확했다. 김현동 기자

손흥윤 코치도 손흥민처럼 왼발킥이 정확했다. 김현동 기자

손웅정 감독에게 10년 넘게 지도를 받은 2002년생 류동완과 최인우는 지난 1월 독일 2부 파더보른 21세 이하 팀에 입단했다. 손 코치는 “제2의 손흥민을 키워내기 위해 차근차근 노력 중이다. 아이들의 기본기를 중시하면서 훈련하다 보면 20년이나 30년, 아니면 50년 후에는 흥민이 같은 선수가 또 나오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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