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 추모행렬…빈소 찾은 황희 장관 "올가을 훈장 추서 준비"

중앙일보

입력 2022.05.08 18:47

업데이트 2022.05.08 19:10

“아니 내가 먼저 죽어야 되는데 나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 먼저 가니까….”
배우 강수연(1966~2022) 별세 이틀째인 8일 장례식장을 찾은 임권택 감독은 낙담한 표정이었다. 강수연이 20대 초부터 한국 최초 월드스타가 된 과정을 함께한 임 감독이다. 그의 영화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강수연은 각각 1987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 1989년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최초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임 감독은 “좋은 연기자를 만난 행운 덕분에 내 영화가 좀 더 빛날 수 있었다”고 오랜 페르소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지팡이를 짚고 빈소로 다시 들어서던 그는 고인을 향한 마음들을 확인하듯 입구를 가득 메운 조화를 하나하나 멈춰서 들여다봤다. 배우인 아내 채령은 “너무 황망한 상황이라 감독께서 많이 힘들어하신다. ‘내가 가야 할 자리를 왜 수연이가 먼저 가냐’면서…”라고 중앙일보에 전하기도 했다.

배우 강수연의 빈소가 8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국화 대신 생전 고인을 닮은 장미와 백합으로 장식한 영정 사진 속에 강수연의 모습이 바로 어제처럼 생생했다. 2004년 사진작가 구본창이 한 패션지 특집기사를 위해 찍은 것이다. 당시 기사 제목은 ‘더 타임리스 뷰티’,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이란 뜻이었다. 조문을 온 영화인들도 이른 부고에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뉴스1]

배우 강수연의 빈소가 8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국화 대신 생전 고인을 닮은 장미와 백합으로 장식한 영정 사진 속에 강수연의 모습이 바로 어제처럼 생생했다. 2004년 사진작가 구본창이 한 패션지 특집기사를 위해 찍은 것이다. 당시 기사 제목은 ‘더 타임리스 뷰티’,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이란 뜻이었다. 조문을 온 영화인들도 이른 부고에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뉴스1]

봉준호 "몇달 전에도 뵀는데 실감 안나" 

임권택 감독이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영화배우 강수연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임권택 감독이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영화배우 강수연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봉준호 감독이 8일 배우 강수연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봉준호 감독이 8일 배우 강수연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이날 오전 10시 공식 조문이 시작된 서울 강남구 삼성병원 장례식장엔 영화계 안팎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전날 빈소에 들렀다가 8일 오전 9시 30분께 일찌감치 다시 찾아 이날 첫 번째 조문을 했다. 이어 빈소를 찾은 봉준호 감독은 “몇달 전까지 종종 뵀고 얘기를 길게 나눴는데 실감이 안 난다”고 착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영화 ‘고래사냥 2’(1985)를 함께한 배창호 감독은 “1983년 ‘고래사냥’ 1편을 준비할 때도 여주인공 후보로 만났는데 나이(당시 고등학교 2학년)가 어려서 2편을 하게 됐다. 어려운 촬영이 많았는데 내색 없이 야무지게 잘 따라와 줬다”면서 “서구적 마스크지만 한국적인 미도 잘 갖춘 배우였다. (‘고래사냥 2’ 공동 주연한) 안성기와 함께 한국영화사에 연기자로서 큰 획을 그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배우 강수연(1966~2022) 별세 조문 첫날
배창호 "서구적 마스크지만 한국적 미"
예지원 "늘 베풀던 월드스타, 소박·검소했죠"

"강PD, 현장의 대장" 강수연, "소박·검소, 늘 베풀어"

배우 김혜수가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배우 고 강수연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배우 김혜수가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배우 고 강수연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작품마다 촬영현장을 살뜰히 챙겨 “강 PD, 현장의 대장”(이현승 감독)으로 불렸다는 강수연이다. 지난 1월 촬영을 마친 영화 ‘정이’로 복귀하기까지 연기 공백이 길었다. 지금까지 공개된 그의 마지막 주연작은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 올리기’(2010)였다.
이 영화를 함께했던 배우 예지원은 강수연을 “평생 남을 돌보고 사신 분. 베푸는 삶이었다”고 추억했다. “월드 스타가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 언니(강수연)는 소박하고 정말 검소했다. 영화를 누구보다 사랑했다”면서 “좋은 연기자로도 1등이지만 주변 챙기기론 내가 본 사람 중 최고였다. 어릴 때부터 몸에 배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못 견뎠다”고 부은 눈으로 추억했다. “영화 할 때도 대사를 정말 빨리 외우셨다”면서 “저희 윗세대는 현장이 빡빡하고 굉장히 열악했는데 언니는 안 먹고 안 재워도 아무 일 없었던 듯이 건강하게 잘 버텼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많이 요구하고 기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 이용관 이사장 "존경하고 미안하고…"

강수연은 정치적 갈등 속에 좌초 위기의 부산국제영화제에 구원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2015년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았다가 단독 집행위원장을 맡은 2017년 영화제 정상화 방식에 대해 영화계와 이견을 빚으며 사퇴했다. 이날 부산에서 올라온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굉장히 친했고 존경하고 미안하고…”라며 어렵게 운을 뗐다.
그는 또 “아무래도 부산국제영화제 때 타격을 많이 받으셨고 영화제를 지키기 위해 자기 스타일을 다 죽이면서…. 그 인내심을 봤다”면서 “영화제가 정상화 됐는데 다시 모여 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게 됐다. 작년 강릉영화제에서 멀리서 본 게 마지막”이라며 스스로 ‘죄인’이라 자책했다.

연상호 "선배님 얼굴 보며 '정이' 후반작업 중…누 안 끼치게"

강수연은 부산국제영화제 사퇴 후 공식 석상에 한동안 모습을 감췄다. 김동호 이사장의 감독 데뷔작인 단편 ‘주리’(2013) 이후 ‘정이’ 촬영 전까진 작품활동도 뜸했다. 빈소를 찾은 영화인들도 그가 불과 40대에 대중에게 잊혀간 시절을 안타까워했다.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당시 그를 만난 신수원 감독은 “강수연 배우 같은 분이 계속 활동하고 계시다는 게 든든한 마음이 있었다”면서 “윤여정 선생님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을 때 기뻤듯이 강수연 배우도 계속 활동했으면 배우로서 보여줄 모습이 10년, 20년 더 있지 않았을까. 그 기회가 없어졌다는 게…”라고 아쉬워했다. 장례위원 고문을 맡은 연극배우 박정자는 “배우들은 팬들의 사랑으로 크는데 죽은 다음에 아쉬워 말고 살아있을 때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시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10일 빈소를 찾을 예정이라는 이현승 감독은 본지와 통화에서 “오랜만에 젊은 감독(연상호)과 작품을 한 ‘정이’가 그래서 고마웠다”고 했다.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배우 고 강수연의 빈소에서 배우 박정자(오른쪽)가 조문을 마친 뒤 장례위원장인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8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배우 고 강수연의 빈소에서 배우 박정자(오른쪽)가 조문을 마친 뒤 장례위원장인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강수연의 유고작이 된 SF 영화 ‘정이’는 올해 안에 넷플릭스 출시를 목표로 후반 작업 중이다. 빈소에서 만난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 선배님이야 한국영화 상징같은 분이고 이번에 새롭게 하는 SF 영화에 나오시면 좋을 것 같아 (출연 제의) 연락을 드렸다”면서 “그전에 하셨던 작품과 촬영방식이 다른데도 적응도 빠르셨고 현장에서 스태프·배우들을 잘 챙겨주셨다. 제작진끼리 ‘역시 강수연이다’ 그런 얘기를 절로 했다. 앞으로도 선배님 얼굴 보면서 마지막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라 누를 안 끼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희 장관 "정부 올가을 훈장 추서 준비" 

공식 조문이 시작되기 전날부터 장례식장에는 임권택 감독 부부, 배우 문소리, ‘정이’ 제작진 등의 발길이 잇따랐다. 8일엔 김혜수‧이미연‧김윤진‧문근영‧한예리‧김학철 등 배우들과 윤제균‧이장호‧임순례‧민규동‧김한민·류승완 등 영화감독, 제작자 곽신애·길영민 등 영화인들이 찾아왔다. 생전 친분이 있던 가수 노영심은 오전 일찍부터 빈소를 지켰다. 각계각층 조화도 밀려들었다. 강수연의 영정 곁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김부겸 국무총리가 보낸 조화가 놓였다. 빈소 밖에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 배우 윤여정‧김지미‧전도연‧송강호‧강동원‧조인성‧이병헌‧이정현‧김고은‧독고영재, 가수 김건모·이은미, 개그맨 임하룡 등이 보낸 조화도 보였다. 빈소를 찾은 황희 문화체육부장관은 “정부에서 훈장을 올가을에 추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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