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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고발사주 수사, 검사들 방해" 당사자 "비번까지 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4일 손준성 검사 한 명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며 나머지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검사들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증거인멸 등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2020년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 2명과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자(현 국민의힘 의원) 등에 대한 불기소결정서를 통해서다.

이에 당사자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같은 곳을 두 번씩이나 압수수색을 하는 데도 비밀번호까지 제공하며 협조했는 데 수사를 방해한 것처럼 썼다”고 반발하며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공수처가 고발인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에 통지한 불기소결정서에 따르면,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와 김웅 의원, 손 검사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시절 휘하에 있던 A 검사, B 검사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판단을 하면서 수사 대상자들이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지난해 9월 2일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뒤 공수처의 수사가 시작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하거나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하면서다.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지난 4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고발 사주'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다른 관계자들고 함께 브리핑실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지난 4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고발 사주'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다른 관계자들고 함께 브리핑실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공수처는 김웅 의원에 대해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 사건에 관해 뉴스버스가 최초로 기사를 보도한 지난해 9월 2일 휴대전화를 교체했고, 9월 10일 압수수색영장에 의해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했으나 압수수색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그 자료가 모두 삭제됐다”고 썼다. 손 검사와 당시 대검 A 검사에 대해선 “압수수색 영장에 의해 휴대전화를 확보했으나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해 포렌식이 불가했다(또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적었다. 손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한 진술을 “변명으로 일관한다” “경험칙상 수긍하기 어렵다” “변명은 신뢰하기 어렵다” 등의 표현으로 평가하는 대목도 있다.

B 검사에 대해선 “9월 2일 ‘10일 전 교체했던 PC의 하드디스크’를 또 다시 교체했으며 9월 7일 텔레그램 및 카카오톡 대화내역을 삭제했다” “9월 16일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내역을 삭제했고 9월 17일경 서울중앙지검의 조사를 받기에 앞서 A 검사와의 통화 내역 및 텔레그램 비밀채팅방을 각 삭제했다” “9월 21일 삭제정보 복구를 방해하는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했다” 등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했다.

이와 관련, B 검사는 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공수처로부터 1차로 대검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한 뒤 한 달 정도 지나 또 다른 공수처 검사가 같은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러 와서 ‘이미 저번에 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왜 또 하시는 거냐’고 말하자 ‘전에는 했는지 몰랐다’고 했는데도 최대한 협조한다는 취지로 한 번 더 압수수색을 하시라고 응대해 2차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수사에 최대한 협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건에서도 이렇게 특별한 사유 없이 두 번씩 같은 곳을 압수수색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마치 수사를 방해한 것처럼 적시된 불기소장이 공개된 것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B 검사는 이어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사실도 없고, 공수처에 소명을 마쳤다. 휴대전화와 텔레그램 비밀번호를 모두 제공해 협조했다”며 “사생활 정보의 과도한 노출을 방지하려는 취지로 9개월 전부터 이미 다른 안티포렌식 앱을 사용 중이었고, 공수처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추가 설치만 강조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검, 서울중앙지검, 공수처의 이중, 삼중 수사를 받았고, 중앙지검이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보름 가까이 지나 포렌식을 마치고 돌려준 지 하루 만에 공수처가 또 다시 압수해 과도한 인권침해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해 현재 조사 중”이라며 “무혐의 처분한 사안에 대해 더 이상 근거 없는 억측이 확대 생산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김웅 의원도 전날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 잠금해제 패턴을 알려주는 등 공수처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취지의 반박과 함께 “불기소 결정문에 허위내용이 포함돼 있다면 이는 허위공문서작성죄에 해당해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임을 경고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김의겸(왼쪽),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의겸(왼쪽),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편, 공수처는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 허위로 인턴 활동 확인서를 작성해주고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사건(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과 관련해 불기소결정서에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은 2회에 걸쳐 대검찰청에 ‘혐의없음’ 의견으로 보고했으나,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으로부터 ‘총장님은 기소의견이고 사건 재검토 지시’라는 연락을,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부터 ‘총장님은 기소 지시’라는 연락을 각각 받고, 서울중앙지검장의 지시로 사건처분 경과 관련 수사보고를 기록에 첨부한 다음 공소시효 만료일인 2020년 10월 15일 기소했다”고 썼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수사팀의 불기소 의견에도 무리하게 기소를 밀어붙였다는 취지다.

그러나 당시 최 의원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당시 수사팀은 최 의원 사건 수사결과 무혐의 의견으로 대검에 1차 보고했으나 대검에서는 법리 등 재검토 지시를 했고, 면밀히 법리 등을 검토한 결과 기소의견이 맞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서울중앙지검장에 보고했다”며 “중앙지검장은 기존 견해와 같이 무혐의 의견으로 대검에 보고할 것을 지시했고, 수사팀은 결재권자인 중앙지검장의 의견을 존중해 그 의견을 대검에 보내면서 그와 함께 수사팀의 기소 의견을 부기해 보고했다”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2020년 4월 총선 직전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법무법인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이 실제로 인턴을 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같은 해 8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최 의원은 같은 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최 의원은 지난해 6월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항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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