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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 안나, 영정사진도 영화 같다" 영원한 별 故강수연 조문 행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내 영화를 빛내준 고마운 연기자” (임권택 감독)
“똑 소리가 나는 똑순이” (배우 박정자)
“영화인의 기세의 중심”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한국 영화의 큰 별 故 강수연의 빈소가 8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져있다. 사진 故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한국 영화의 큰 별 故 강수연의 빈소가 8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져있다. 사진 故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지난 7일 별세한 배우 강수연의 빈소 입구 벽면은 영화계 선후배들이 보낸 화환 리본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서울 강남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2층 17호에 마련된 빈소에는 8일 오전 10시부터 봉준호 감독, 배우 문근영, 배우 김윤진, 연상호 감독, 임권택 감독 등 영화계 인사들이 다녀가며 고인을 애도했다.

고인은 지난 5일 오후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 7일 숨을 거뒀다. 향년 55세.

8일 오후 배우 故(고) 강수연의 빈소 벽면이 영화계 인사들이 보낸 화환 리본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나원정 기자

8일 오후 배우 故(고) 강수연의 빈소 벽면이 영화계 인사들이 보낸 화환 리본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나원정 기자

영화계는 영화인장으로 고인의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김동호 강릉영화제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장례위원회를 꾸려 배우 김지미, 박정자, 박중훈, 손숙, 신용균, 안성기, 영화감독 이우석, 임권택, 정지영, 정진우, 황기성이 고문을 맡았다.

김 이사장은 “33년간 때로는 딸처럼 때로는 누이동생이나 아주 친한 친구처럼 여기면서 지내왔다. 한 달 전에 같이 만나서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장시간 이야기를 했는데 황망하다”며 “영화계에서 뜻을 모아 영화인장으로 모시게 된 것은 다행이면서 고인의 두터운 신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 봉준호 “실감이 안 나…영정사진 영화 소품 같아”

8일 봉준호 감독이 배우 故(고) 강수연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사진 故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8일 봉준호 감독이 배우 故(고) 강수연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사진 故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이날 오전 조문을 마치고 나온 봉준호 감독은 “몇 달 전에 뵀었는데 너무 실감이 안 난다. 영정사진도 영화 소품 같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인 채 식장을 빠져나갔다.

영화 ‘기생충’의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고인은 늘 우리 세대 영화인들의 기세의 중심이었다”며 “실질적으로도 마음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아 와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곽 대표가 영화 잡지 ‘키노’의 창간에 몰두하던 1995년 당시 창간호의 표지모델을 맡은 것이 고인이었다고 한다.

선배 임권택 “좋은 연기자를 만난 행운에 영화가 빛나”

8일 임권택 감독이 배우 故(고) 강수연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사진 故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8일 임권택 감독이 배우 故(고) 강수연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사진 故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별세 소식이 이어진 7일 밤에 이어 8일 오전 11시 30분쯤에도 빈소를 찾은 임권택 감독은 “좋은 연기자를 만난 행운 때문에 내 영화가 좀 더 빛날 수 있었다. 여러모로 감사한 배우였다”며 “워낙 영리한 사람이 돼서 그 많은 세월을 일했는데도 영화 촬영 과정에서 지장을 주었다거나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정자 배우는 고인에 대해 “함께 영화 ‘웨스턴 애비뉴’를 찍었는데 치열하게 스텝들과 배우들을 응원하는 아주 똑 부러진 똑순이였다. 정말 너무 잘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8일 배우 박정자가 배우 故(고) 강수연의 빈소를 조문해 김동호 강릉영화제 이사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故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8일 배우 박정자가 배우 故(고) 강수연의 빈소를 조문해 김동호 강릉영화제 이사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故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앞으로 지금보다도 더 크게 대한민국 영화사에 역할을 하실 분이었는데 너무 일찍 가셔서 너무 안타깝다”며 “정부가 올가을에 문화훈장 추서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계 후배들과 유가족들이 고인이 이룬 것들을 잘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4살에 데뷔해 하이틴 스타·월드 스타로

박중훈, 강수연 출연 영화 '청춘스케치'의 한 장면.

박중훈, 강수연 출연 영화 '청춘스케치'의 한 장면.

고인은 네 살 때인 1969년 동양방송(TBC) 전속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드라마 ‘고교생 일기’와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등에 출연하며 하이틴 스타가 됐다. 고인은 임권택 감독을 만나 86년 영화 ‘씨받이’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89년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는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001년 드라마 ‘여인천하’에서는 정난정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영화 '청춘스케치'의 한 장면.

영화 '청춘스케치'의 한 장면.

고인은 영화 ‘정이’를 통해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고인의 복귀작이자 유작이 된 ‘정이’는 촬영을 마쳐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발인은 11일 오전 10시 예정이며, 김 이사장의 추도사와 선후배 배우들의 추도의 말로 영결식을 치를 예정이다. 장지는 고인의 부모님이 잠든 용인공원묘원을 염두에 두고 현장 답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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