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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역풍 부른 입방정 논란…"美 정보 제공 자랑해 위험 초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 정보를 활용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러시아가 "미국이 사실상 러시아를 상대로 직접 군사 행동에 참여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내에서는 "군사 정보 제공은 미국이 이번 전쟁에 말려들어갈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러 하원의장 "美 사실상 군사 행동 직접 참여" 경고

트위터에서 공개된 러시아의 모스크바함 침몰 전 모습. 트위터 캡처

트위터에서 공개된 러시아의 모스크바함 침몰 전 모습. 트위터 캡처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7일(현지시간) 자신의 텔레그램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실상 군사 작전을 조직하고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군사 행동에 직접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 측 정보 제공 덕분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해군 기함 모스크바함을 격침하고, 고위 장성을 10여명 넘게 사살할 수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들 매체는 지난 5일 "우크라이나군은 모스크바함 위치를 정확히 식별하지 못했는데, 미국이 위치 확인을 도와줘 격침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전날에는 "첩보 위성 등을 통해 입수한 러시아군 지휘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줬고,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장성을 표적으로 삼는 데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대해 미국 정부는 즉각 부인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측 역할을 너무 과장하고, 우크라이나 역할을 축소한 부적절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와 일정 부분 정보를 공유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러시아군 수뇌부의 위치 정보를 제공하거나, 목표 타격을 결정하는 데 관여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통신 감청이나, 러시아군의 동태 등을 우크라이나에 공유하지만, 그 이상의 '민감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해당 보도 이후 국가정보국 국장, 중앙정보국(CIA) 국장, 국방장관 등에게 전화해 "이런 식의 무모한 정보 유출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력하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할 공개 자랑, 확전 위험 초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 미국 앨라배마주에 있는 군수 업체 록히드 마틴의 공장을 찾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 미국 앨라배마주에 있는 군수 업체 록히드 마틴의 공장을 찾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러한 미국의 군사 정보 제공이 러시아의 심기를 자극해 확전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의 리처드 폰테인 대표는 NYT 등의 보도에 인용된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향해 "이런 식으로 (미 정부의 관여를) 확인해주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서방 국가들이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러시아 측의 명분만 키워준다"고도 비판했다. CNN은 "미국이 이 전쟁에 휘말리지 않은 상태에서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정말 노력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NYT의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역시 칼럼을 통해 "이같은 정보 유출은 결코 신중한 전략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확전을 선언할 기회를 준 것일 수 있다"면서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예상보다 더 깊이 끌려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프리드먼은 "미국을 이번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세력이 러시아만이 아니다"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미국의 경계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젤렌스키의 리더십에 경외감을 표하지만, 그는 미국을 자기편에서 싸우게 만들고 싶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돕되, 이로 인해 원치 않는 위험 속에 끌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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