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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손흥민 초3 때 리프팅 2만개" 왼발 12골, 친형이 밝힌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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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손흥민의 친형인 손흥윤 .독일 할스텐벡 렐링겐에서 뛰었고 현재 SON축구아카데미 수석코치를 맡고 있다. 김현동 기자

손흥민의 친형인 손흥윤 .독일 할스텐벡 렐링겐에서 뛰었고 현재 SON축구아카데미 수석코치를 맡고 있다. 김현동 기자

“(손)흥민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조기 축구를 하시는 데 따라갔다가 옆에서 공을 찼어요. 쉬는 시간에 승부욕이 강한 저랑 흥민이가 닌텐도 한 대를 두고 서로 많이 하겠다고 티격태격하다가 아버지에게 게임기를 뺏겼죠. 흥민이랑 둘이 3~4시간 리프팅(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차올리는 것)을 했어요. 2만2000개, 그 기억을 잊을 수 없어요. 실밥이 보일 정도로 직각으로 차야 했죠. 공이 돌면 안돼요. 물체를 집중해서 보다 보니 나중에 평평한 땅이 울퉁불퉁하게 보였어요.”

지난 4일 강원도 춘천의 SON축구아카데미에서 만난 손흥민(30·토트넘)의 친형 손흥윤(33) 코치가 전해준 일화다.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은 8일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리버풀과의 원정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트려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후반 11분 해리 케인~라이언 세세뇽으로 이어진 패스를 문전에 있던 손흥민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이번에도 왼발이었다. 올 시즌 20호골로 득점 선두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22골)를 2골 차로 추격했는데, 손흥민은 20골 중 왼발로 무려 12골을 뽑아냈다. EPL 통산 득점 90골 중 왼발로 38골을 넣었고 비율이 42%에 달한다.

오른발잡이 손흥민이 왼발도 강한 비결은 뭘까. 독일 5부리그 할스텐벡 렐링겐에서 뛰었고 현재 SON축구아카데미 수석코치인 손흥윤에게 물었다.

손흥민의 친형인 손흥윤 코치도 왼발킥이 정확했다. 김현동 기자

손흥민의 친형인 손흥윤 코치도 왼발킥이 정확했다. 김현동 기자

손 코치는 “(손)흥민이가 (2010년) 함부르크에서 뛸 때 한 한국 기사 타이틀이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였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스토리를 푼다면 결코 ‘혜성처럼 나타난 아이’가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2011년 함부르크 시절 손흥민과 아버지 손웅정씨. [연합뉴스]

2011년 함부르크 시절 손흥민과 아버지 손웅정씨. [연합뉴스]

손흥민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 손웅정(60)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의 작품이다. 손흥윤 코치는 “아버지는 요즘도 영국 런던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근력과 근지구력을 몇 %씩 배분해야 할지 풀어갔다. 직접 먼저 몸으로 임상 실험을 해서 흥민이란 성공적인 결과물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손흥민 가족이 약 170억원을 들여 건립한 SON축구아카데미 전경. 김현동 기자

손흥민 가족이 약 170억원을 들여 건립한 SON축구아카데미 전경. 김현동 기자

“돈은 쌓아두면 종이에 불과하다”는 손웅정씨는 춘천시 동면의 손흥민체육공원에 ‘SON축구아카데미’를 작년에 준공했다. 7만 1000여㎡ 부지에 축구장 1면, 유소년축구장 2면, 돔으로 된 실내구장 등이 들어섰다. 건립에 손흥민 가족의 자비 170억원이 들어갔다. 손 코치는 “공사에 그 정도 금액이 들었다. 아버지가 나라와 시에서 예산 지원을 받고 싶어하지 않으셔서 전액을 들였다. 흥민이도 그렇고 집안 내력상 누군가에게 터치 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들이 건물 지을 돈으로 ‘손씨 가문’은 축구 아카데미를 세웠다. 2018년까지는 춘천시 공지천 축구장을 시간대별로 예약하고 써야해서러움도 겪었다.

SON축구아카데미에는 각 높이가 다른 ‘특수 계단’이 있다. 손웅정씨가 직접 설계했고 2년 전 특허 출원했다. 김현동 기자

SON축구아카데미에는 각 높이가 다른 ‘특수 계단’이 있다. 손웅정씨가 직접 설계했고 2년 전 특허 출원했다. 김현동 기자

SON축구아카데미의 지도 방식을 보면 손흥민의 성장 과정이 보인다. 손흥민을 키운 방식 그대로 유소년들을 가르친다. 축구장 한 켠에는 각각 높이가 다른 ‘특수 계단’이 있다. 손웅정씨가 직접 설계했고 2년 전 특허 출원한 것이다. 손 코치는 “흥민이는 어릴 때부터 양말도, 축구화도 왼발부터 신었다. 아이들도 흥민이처럼 축구화를 왼발부터 신고, 계단 오를 때도 왼발부터 딛는다. 무의식 중에 반대발을 써야 경기에서 양발을 5대5로 쓸 수 있다. ‘동양인은 외국 선수들처럼 특출나게 빠르거나 피지컬이 좋을 수 없다. 한국인은 머리가 좋으니 양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게 아버지 말씀”이라고 했다.

또 손 코치는 “아버지가 ‘명품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나무가 땅속에 뿌리내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만 땅을 뚫고 나오면 하루에 50~60㎝씩 자란다’고 말씀하셨다. 흥민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6년 넘게 기본기 훈련을 했다. 고등학교 전까지는 슈팅 훈련을 하지 않았다”며 “한 선수가 만들어지기까지 10년 이상이 넘게 걸린다. 아카데미 테스트 때 초등학교 3, 4학년을 선호하는 이유도 10년 후 스무살이 되기 때문이다. 경기에 노출되지 않은 선수일수록 기본기 훈련과 몰입도가 좋다”고 했다.

손흥윤 코치의 무릎 부근은 다 까져 있었다. 손 코치는 지시만 하는게 아니라 아이들과 똑같이 훈련한다. 김현동 기자

손흥윤 코치의 무릎 부근은 다 까져 있었다. 손 코치는 지시만 하는게 아니라 아이들과 똑같이 훈련한다. 김현동 기자

손흥윤 코치의 무릎은 다 까져 있었다. 손 코치는 “어제 훈련하다 그런 거다. 코치들도 아이들과 똑같이 훈련한다”며 “아버지도 우리 형제를 지도할 때 선글라스를 쓰거나 응달에서 가르치지 않았다. 아버지가 울퉁불퉁한 맨 땅 구장에 먼저 나가 돌과 쓰레기를 주웠다. 작은 트럭을 사서 춘천 부안초등학교 운동장을 평평하게 갈았다. 당시 트럭이 학교 운동장을 가로 지를 수 없어서 바깥쪽으로 돌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15~20m 정사격형 정도만 치우고 하루도 쉬지 않고 볼 터치 연습을 했다”고 회상했다.

주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가르치는 SON축구아카데미의 입학 방식은 독특하다. 아이들은 학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게 원칙이라서 ‘춘천 이사’가 필수다. 손흥민이 16세에 함부르크 유소년팀에 입단해 한국 음식을 그리워할 때 손웅정씨가 독일로 밥솥을 챙겨가 쌀밥을 지어줬다. 손 코치는 “춘천으로 부모가 이사 온 아이들의 집중력과 몰입도가 더 좋았다. 할머니 등 가족 한 분이라도 오셔야 한다고 말씀드린다”며 “지금도 흥민이를 위해 어머니가 런던에서 음식을 해주시고 청결한 아버지가 집안 정리 정돈을 한다 .흥민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깨끗하고 편한 환경을 위해서”라고 했다.

손흥윤 코치는 훈련을 엄하게 하지만 쉴 때는 아이들을 안아줬다. 김현동 기자

손흥윤 코치는 훈련을 엄하게 하지만 쉴 때는 아이들을 안아줬다. 김현동 기자

SON축구아카데미는 단체 훈련을 오후에 1시간반~2시간 정도만 한다. 손 코치는 “선수 생활 할 때 초시계를 들고 뛰게 하는 게 싫었다. 육상이 아니라 공 차는 게 좋아서 축구를 시작한 거다. 우리 코치들은 휘슬과 타임 워치를 들고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손흥민이 비 시즌과 A매치 휴식기에 귀국하면 손웅정씨는 SON아카데미로 달려와 아이들을 하나하나 안아주며 훈련한다. 손웅정씨는 주차장에서 아이가 부모에게 하는 행동을 멀리서 지켜본다고 한다. 아무리 축구실력이 빼어나도 인성이 좋은 선수를 뽑는다고 한다.

손웅정 감독에게 10년 넘게 지도 받았던 2002년생 류동완과 최인우는 지난 1월 독일 2부 파더보른 21세 이하 팀에 입단했다. 손흥윤 코치는 “흥민이 한 명이었지만 동완이와 인우가 갔다.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지금 배우는 아이들이 그 밑에 아이들을 가르친다면 20년, 30년, 50년 후에는 흥민이 같은 선수가 또 나오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손흥민 득점 분포
올 시즌: 20골 중 왼발(12골), 오른발(8골)
EPL 통산: 90골 중 왼발 38골(비율 42%)

손흥민 왼발의 비결
① 초3때 3~4시간 리프팅 2만2000개
② 축구화 신을 때도, 계단 오를 때도 왼발 먼저
③ 고등학교 전까지 기본기 훈련만. 이후 하루에 양발 슈팅 1000개
④ 헌신적인 부친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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