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출마에 "피의자 도주 계획서"…윤희숙 '계양을 맞짱'?

중앙일보

입력 2022.05.08 15:02

업데이트 2022.05.08 20:44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 김경록 기자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 김경록 기자

국민의힘이 ‘이재명 저격수’를 인천 계양을에 자객 공천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8일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윤희숙 전 의원을 출마시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이날 “윤 전 의원을 계양을에 전략 공천하자는 당내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윤 전 의원 계양을 공천 주장은 이재명 고문의 출마 선언이 임박하자 SNS 등 온라인 상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아이디어 차원의 주장으로 먼저 떠돌았다. 그러던 중 윤 전 의원이 지난 6일 방송 인터뷰에서 “정당에서는 선당후사라는 원칙이 있다”며 “당에서 ‘네가 꼭 필요하니 나가라’고 그러면 저는 당연히 따라야죠”라고 밝히면서 당내 논의는 진지해졌다.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윤 전 의원 카드를 국민의힘이 꺼낸다면 전략 공천 형식이 될 전망이다.

다만 당내에선 윤 전 의원을 내세운 맞불 작전의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윤 전 의원이 출마해 6ㆍ1 지방선거 전체 판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 신중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재명 고문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성남(분당갑)에서 보궐선거를 하는데도 굳이 텃밭인 계양을에 출마하는 게 모양빠지는 일 아니냐”며 “이 고문은 그냥 가만 두는 게 전체 선거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양을은 2004년 17대 총선 때 계양구를 갑·을로 분구한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이 모두 승리한 곳이다.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내려놓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16대 총선 때 분구 전 계양구에서 첫 금배지를 단 이후 계양을에서 4선(17·18·20·21대)을 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계양을이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이유를 이재명 고문 출마를 비판하는 핵심 근거로 삼아왔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이 이 고문 전략 공천을 확정하자 “(이 고문이) 어떻게든 원내 입성해 본인에 대한 지리멸렬한 수사를 방탄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전 의원도 8일 이 고문의 출마 선언 뒤 페이스북에 “역사상 가장 후안무치한 피의자 도주 계획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고문의 출마 선언 문구를 인용한 뒤 “본인의 범죄 행위로 인한 정치적 위험은 수사부터 받고 깨끗이 혐의를 벗은 후에 선출직에 나오는 게 국민에 대한 기본적 도리”라며 “국회의원 배지 속으로 숨어야 살 수 있겠다는 절박한 마음을 이렇게 공세적으로 표현하는 분은 한국 정치 70년 역사에 없었고 앞으로도 있어선 안 된다”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전략적 득실 계산을 위해 8일 계양을 지역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에 착수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윤 전 의원의 경쟁력이 상당하다면 전략 공천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윤희숙 카드’는 소멸할 수 있다.

일각에선 19대 총선 때 민주당 간판으로 이곳에서 당선됐던 최원식 전 의원을 출마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천 출신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 활동한 그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이번 대선 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돕다가 최근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의원이 이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면 지역 연고가 있는 최 전 의원을 공천하는 게 전략적으로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9일 회의에서 계양을 지역 공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윤 전 의원은 2020년 7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임대차 3법 비판 연설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경제학자 출신인 그는 이재명 전 고문이 대선 때 주장한 기본소득 정책을 예리하게 공격하며 ‘이재명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으며 정치적 몸집을 키웠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에 윤 전 의원의 부친이 세종시에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포함되며 시련을 겪었다. 서울 서초갑 지역구 의원이던 그는 권익위 발표 이틀 뒤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고,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에서 사직안이 통과돼 금배지를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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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의원직 사퇴 당시 약속한 대로 부친이 투기 의혹을 받은 세종시 땅을 매각한 뒤 차익을 전액 기부한 게 확인되기도 했다. 윤 전 의원 부친은 지난 2월 7일 세종시 땅을 매각했고, 6억1000만원의 매매차익 중 양도소득세로 3억1000만원을 납부하고 남은 3억원을 지난 3월 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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