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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전 '괴물' 한국 뒤흔들다…진짜 비결은 부모·자녀 의기투합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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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인기가 대단하다. 지난 2월23일 ‘포켓몬빵’ 출시 이후 먹거리는 물론 패션·완구·호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마케팅의 핵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인기의 출발점인 포켓몬빵은 지금까지 무려 2000만개 가까이 팔렸다. 지난 1996년 게임에서 나온 주머니 속 괴물(포켓몬스터)들이 26년이 지난 지금 한국 시장을 뒤흔드는 이유는 뭘까.

최근 던킨도너츠가 내놓은 '포켓몬 도넛' [사진 SPC그룹]

최근 던킨도너츠가 내놓은 '포켓몬 도넛' [사진 SPC그룹]

◆ 1500원의 로또
포켓몬의 인기 비결은 빵이나 과자 안에 든 ‘띠부실(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이다. 총 159개 스티커를 전부 모으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런 욕구는 아이뿐 아니라 포켓몬의 추억이 생생한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막연한 기대로 사는 로또는 매번 실망감을 안겨주지만, 1500원짜리 포켓몬빵 속엔 비록 원하는 캐릭터가 아니라도 100% 스티커가 들어있다. 그것이 수집욕구든, 복고(레트로) 트렌드든, 스티커를 되파는 재테크 수단이든 포켓몬은 코로나19로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내 맘대로 되는’ 몇 안 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쇼핑카트에 포켓몬빵을 담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쇼핑카트에 포켓몬빵을 담고 있다. 뉴스1

◆ 티라노사우루스를 아시나요
스테고사우루스·트리케라톱스·브라키오사우루스…. 어린 아이들이 발음하기도 어려운 공룡 이름을 줄줄이 외는 것을 보면 신기할 때가 있다. 미니카를 가지고 놀며 국내외 각종 자동차를 빠삭히 꿰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각각 다른 모습과 특징, 이색적인 이름을 지닌 포켓몬은 아이들에게 자동차나 공룡과 비슷한 점이 많다. 피카츄·라이츄·파이리·꼬부기 등 다양한 몬스터를 발음하고 구분하고 알아가는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놀이 대상이다.

◆ 허니버터와 다른 ‘마니아’ 시장  
2014년 8월 한국 유통가는 ‘허니버터칩(해태제과) 신드롬’에 끓어올랐다. 당시 유치원생부터 기업 임원까지 전 국민이 ‘나도 한번 먹어보자’며 달려드는 바람에 허니버터칩을 구하는 게 권력의 상징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포켓몬 열풍이 허니버터칩과 다른 점은 관심없는 사람도 많다는 점이다. 대신 마니아들이 깊게 파고드는(dig) ‘디깅 소비’를 하며 확실한 팬덤을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소비가 인터넷을 통해 취향을 공유하는 ‘태그니티(해시태그 커뮤니티)’ 문화로 이어지면서 뚜렷한 사회현상으로 드러나게 됐다.

서울의 한 마트에서 사람들이 개장시간 전부터 포켓몬빵을 구매하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마트에서 사람들이 개장시간 전부터 포켓몬빵을 구매하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 “라떼도 말이야~”
구세대와 신세대는 거의 모든 면에서 갈등이 있다. 부모는 아이를, 아이는 부모를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포켓몬의 경우 90년대 후반 게임을 하고 애니메이션을 봤던 세대가 지금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됐고 어린 자녀를 둔 경우가 많다. 겉으론 포켓몬 상품을 사달라는 아이에게 그만 좀 하라고 하지만 속으론 ‘맞아, 나도 좋아했어’라고 이해한다. 부모와 자녀세대가 하나의 테마를 소비하며 소통하는 매우 드문 현상인 셈이다. 유통 전문가 중엔 포켓몬 시장이 이렇게 커진 진짜 배경을 부모 팬들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

세계 톱10 미디어 프랜차이즈 순위. [자료 : 세이프베팅사이트]

세계 톱10 미디어 프랜차이즈 순위. [자료 : 세이프베팅사이트]

◆ 공들인 콘텐트가 무너지랴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포켓몬을 가리켜 “일본의 가장 성공적인 문화 수출품”이라고 평가했다. 세이프베팅사이트에 따르면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이 여러 분야로 확장한 미디어 프랜차이즈 가운데 포켓몬의 매출은 1000억 달러(약 127조원, 2021년 3월 기준)로 세계 1위다. 인기의 근간은 결국 콘텐트 경쟁력이란 얘기다.
누가 봐도 귀여운 외모에, 캐릭터마다 뚜렷한 개성, 다른 포켓몬과 만나며 점점 강해지는 성장 스토리 등 재미·쾌감·스릴·성취·감동의 요소를 골고루 갖췄다. 월드스타 BTS만 봐도 치열한 노력과 치밀한 전략으로 빚은 소프트 파워가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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