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러시아군 사냥한 이것…요즘 북한도 탐내고 있다 [이철재의 밀담]

중앙일보

입력 2022.05.08 05:00

업데이트 2022.05.08 16:01

이철재의 밀담’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육군기계화학교는 5일 카운터 드론 관련 업체들을 불러 설명회를 열었다. 카운터 드론(Counter-Drone)이란 적의 무인기(UAS)를 탐지하거나 요격하는 체계를 뜻한다.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상공에서 러시아군 드론을 발견한 뒤 참호에서 돌격소총을 쏴 요격하려고 하고 있다. AFP=연합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상공에서 러시아군 드론을 발견한 뒤 참호에서 돌격소총을 쏴 요격하려고 하고 있다. AFP=연합

육군기계화학교는 다음 달 육군교육사령부가 기획한 세미나에서 기계화부대의 위협 요소와 대처 방안에 대한 내용을 다루려고 한다. 드론은 요즘 가장 떠오르는 위협 요소다.

지금도 격전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이 잘 보여준다. 양군은 전쟁터에서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터키에서 들여온 드론인 바이락토르 TB2는 러시아군의 기갑 부대와 수송 부대를 사냥하면서 명성을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추락한 러시아군 드론을 회수하고 있다. AP=연합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추락한 러시아군 드론을 회수하고 있다. AP=연합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이제 드론은 필수적 무기”라며 “카운터 드론을 제대로 갖추지 못할 경우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드론에 적극 투자

드론은 크게 정찰용 드론과 공격용 드론으로 나뉜다. 지상 20㎞ 높은 고도에서 정찰을 벌이는 RQ-4 글로벌호크가 대표적 정찰용 드론이다. 글로벌호크보다 훨씬 낮게 날면서 야전 부대에 적을 정찰하는 드론도 많다.

2017년 북한의 소형 드론. 중앙포토

2017년 북한의 소형 드론. 중앙포토

2001년 미국 공군과 중앙정보국(CIA)은 정찰용 중고도 드론인 RQ-1 프레데터에 AGM-114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 2발을 달면서 공격용 드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물론 이스라엘 하피와 같이 적 레이더에 스스로 돌진하는 자폭 방식의 공격용 드론도 있다.

그러나 한국군은 카운터 드론에 소홀했다. 주적인 북한의 드론 수준이 높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1970년대 초부터 드론 확보에 큰 관심을 가졌고, 현재 7종의 드론 300여 대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4년 이후 국내에서 발견된 북한 드론은 모두 5대였다. 북한 드론은 청와대, 경북 성주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기지를 비롯한 주요 시설을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자살형 공격용 드론인 스위치블레이드. AeroVironment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자살형 공격용 드론인 스위치블레이드. AeroVironment

하지만, 일제 캐논 카메라를 싣는 등 본격적인 군사용 드론은 아니었다. 북한의 드론 기술력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젠 상용 드론으로도 전투 임무 수행

이후 상황이 확 달라졌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이 대표적이다.

아에로로즈비드카 소속 병사가 드론을 날리고 있다. aerorozvidka 페이스북

아에로로즈비드카 소속 병사가 드론을 날리고 있다. aerorozvidka 페이스북

우크라이나군은 민간 전문가를 모아 ‘아에로로즈비드카(공중정찰)’라는 항공정찰부대를 만들었다. 이 부대는 밤에 드론을 띄워 러시아군의 위치를 찾아낼뿐더러 대형 옥토콥터형 드론(회전날개가 8개인 드론)에 실은 수류탄을 그 위로 떨어뜨려 파괴했다.

아에로로즈비드카가 드론으로 러시아군 차량을 공격하고 있다. aerorozvidka 페이스북

아에로로즈비드카가 드론으로 러시아군 차량을 공격하고 있다. aerorozvidka 페이스북

전 세계 상용 드론 시장을 장악한 중국의 DJI 제품은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모두 정찰 임무에 투입하고 있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미사일로 조준하는데”고 비난하자, DJI는 우크라이나ㆍ러시아에서 모두 사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군사용 드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ㆍ러시아처럼 상용 드론을 군사용으로 전용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2020년 열병식을 촬영 중인 중국제 드론인 DJI 매빅 2 프로. DroneDJ

2020년 열병식을 촬영 중인 중국제 드론인 DJI 매빅 2 프로. DroneDJ

2020년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DJI의 드론인 매빅 2 프로(MAVIC 2 pro)가 공중에서 촬영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드론은 2017년 채택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에 의해 북한이 수입할 수 없는 품목이다.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2020 설맞이 축하 무대’에선 드론이 광장 상공에서 ‘2020’을 비롯해 새해를 축하하는 내용의 여러 문자를 그려냈다.

게다가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나 한국군이 출동할 경우 현지서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는 중국군은 다양한 공격용ㆍ정찰용 드론을 갖고 있다. 카운터 드론이 한국군에게서도 필수가 된 이유다.

독수리부터 레이저까지…다양한 카운터 드론

카운터 드론은 탐지와 요격으로 나뉜다. 탐지는 ▶조종사와 드론간 교신 주파수 ▶드론의 비행음 ▶카메라 ▶레이더 등으로 가능하며, 요격은 ▶주파수 교란 ▶GPS 도용 ▶고출력마이크로파(HPM) ▶그물ㆍ총 ▶레이저 ▶독수리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드론을 쫓고 있는 독수리. 가드프롬어보브

드론을 쫓고 있는 독수리. 가드프롬어보브

잠깐, 독수리? 맞다. 맹금류 독수리다. 네덜란드의 가드프롬어보브는 드론을 사냥하도록 훈련받은 독수리를 보내주는 회사다. 독수리는 드론을 하늘에서 바로 낚아채기 때문에 파편이 튀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독수리가 대개 멸종위기의 보호종이며, 독수리와 같은 조류가 항공기 엔진에 빨려 들어가 추락을 일으키기도 하는 게 단점이다.

레이저로 드론 잡으려는 미국과 이스라엘

카운터 드론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레이시언이 미국 육군에 납품할 직접에너지(DE) M-SHORAD인 가디언. 50㎾ 레이저를 쏜다. 레이시언

레이시언이 미국 육군에 납품할 직접에너지(DE) M-SHORAD인 가디언. 50㎾ 레이저를 쏜다. 레이시언

미 육군은 M1116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M230LF 기관포와 FIM-92 스팅어 미사일,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한 M-SHORAD(기동-단거리 대공방어)을 배치하고 있다. 같은 스트라이커 기반의 M-SHORAD인데 50㎾ 레이저를 쏘는 가디언 체계도 곧 도입할 예정이다.

M-SHORAD는 저고도에서 날아오는 항공기나 순항미사일을 요격하지만, 카운터 드론 임무도 맡고 있다.

미 육군은 차세대 소형 전술차량인 합동 경량 전술차량(JLTV)에 무장할 수 있는 기동 저속 소형 무인기 통합 방어체계(M-LIDS)를 시험하고 있다. 또 보병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소형 재머(주파수 교란기)인 드론버스터도 실전에서 쓰고 있다.

이스라엘도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드론과 로켓, 박격포탄을 요격하는 아이언 빔(Iron Beam)의 시험 사격에 성공했다.

더 다양한 카운터 드론 도입해야

육군은 드론봇 전투단을 추진하면서 전장에서 드론의 활용폭을 높일 예정이지만, 카운터 드론 능력은 아직 제한됐다.

방산업체인 한화가 개발 중인 보병 휴대용 레이저 소화기. 한화 유튜브 계정 캡처

방산업체인 한화가 개발 중인 보병 휴대용 레이저 소화기. 한화 유튜브 계정 캡처

한국군은 북한의 드론 침투 사건 이후 야전 방공체계를 개량해 드론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비호(자주 대공포), 비호 복합(신궁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을 함께 무장한 개량형), 지난해부터 배치 중인 차륜형 대공포 외엔 별다른 카운터 드론 체계가 없는 상태다.

최현호씨는 “이들 대공포는 기계화 부대나 고정 진지를 방어할 수 있지만, 보병이나 포병까지 보호하기 벅차다”고 말했다.

다행히 국방과학연구소(ADD)도 드론을 무력화하는 레이저 요격무기와 소형 드론 여러 대를 동시에 쏴 떨어뜨리는 드론 대응 전자기펄스(EMP) 발사기를 연구하고 있다. 방산업체인 한화는 폭발물을 먼 거리에서 쏴 터뜨리는 레이저를 개발 중인데, 이 레이저는 카운터 드론용으로도 쓸 수 있다.

관련기사

북한이 상용 드론으로 치고 빠지기식 게릴라전에 벌일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소형 재머를고려해볼 만 하다. 우크라이나군도 소형 재머를 갖췄다.

휴대용 소형 재머를 들고 드론 요격을 훈련 중인 미 해병대원. 미 해병대

휴대용 소형 재머를 들고 드론 요격을 훈련 중인 미 해병대원. 미 해병대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의 활약상은 싸움에선 군용과 상용의 구분이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가 드론을 쓸 수 있다면 적들도 쓸 수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늘 경계하고 우려해야만 할 것이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