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장례식을 치러줄 사람이 먼저 갔네요."
7일 별세한 배우 강수연의 빈소가 마련될 서울 강남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2층 17호를 찾은 영화계 원로인사들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 이같은 대화를 나누며 먼저떠난 고인을 추모했다.
한국 영화를 세계 무대로 이끈 '원조 월드스타'라는 평가를 받는 등 국내 영화계에서 고인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주듯, 조문이 시작되기 전인 이날 이른 오후부터 영화계 인사들의 추모발길이 잇따랐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고인의 별세 소식을 들은 직후 장례식장을 찾아 자리를 지켰다. 곧이어 임권택 감독 부부, 연상호 감독, 원로배우 한지일, 정상진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김 이사장은 고인과 부산국제영화제를 같이 이끌었고, 임 감독은 강수연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대표작인 영화 '씨받이'(1987)를 연출했다. 연 감독은 고인의 유작인 '정이'를 연출했다.
임 감독은 이날 오후 7시 40분쯤 부인인 배우 채령씨의 부축을 받으며 빈소로 향했고, 50분가량 머무르다 오후 8시 27분쯤 영화계 인사들의 배웅을 받으며 굳은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나섰다. 채씨는 "(남편 임 감독이) 지금 너무 충격을 받아 말씀을 못 하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장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만이 감돌았다. 영화계 인사 10여명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고인을 추억하고 애도했다.
영화계 인사들이 보낸 조화도 속속 도착했다. 이준익 감독, 배우 엄앵란·안성기, 박기용 영화진흥위원장, 이동하 영화사 레드피터 대표, 김중도 앙드레김 아뜰리에 대표이사 등이 조화를 보내 애도의 뜻을 밝혔다.
영화계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을 위원장으로 영화인장 장례위원회를 꾸려 장례를 치른다. 임권택·배창호·정지영·정진우 감독, 황기성 제작자, 김지미·박정자·박중훈·손숙·안성기 배우 등이 고문을 맡았다. 조문은 8일 오전 10시부터 가능하며 발인은 1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