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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류승완·박정자…강수연 애도물결 "한국 이미지 바닥일 때 세계정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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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 최초 월드스타 배우 강수연(1966~2022)의 별세 소식에 영화계가 슬픔에 잠겼다. 강수연은 지난 5일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치료를 받아오다 이틀 만에 숨을 거뒀다. 그는 4살에 아역배우 데뷔해 반세기 동안 40편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영화 역사로 살았다. 1987년 아시아 최초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씨받이’), 1989년 한국 최초 모스크바영화제 최우수여배우상(‘아제 아제 바라아제’) 수상이란 진기록도 세웠다.

배우 강수연 별세 [1966~2022] #영화계 안팎 추모 물결 잇따라

배우 강수연이 7일 세상을 떠났다. 한국 최초의 월드스타이자, 충무로 대소사에 앞장선 대장부였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 중이던 강수연이 영화잡지 인터뷰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한 모습이다. [중앙포토]

배우 강수연이 7일 세상을 떠났다. 한국 최초의 월드스타이자, 충무로 대소사에 앞장선 대장부였다. 사진은 지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 중이던 강수연이 영화잡지 인터뷰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한 모습이다. [중앙포토]

연상호 "강수연은 한국영화 그 자체" 

 연상호 감독은 “한국영화 그 자체였던 분”이라고 표현했다. 강수연의 유고작이 된 넷플릭스 영화 ‘정이’를 지난 1월까지 함께 찍은 그는 “선배님 편히 쉬세요. 선배님과 함께한 지난 1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추모했다.
 전날 백상예술대상 수상 무대에서 강수연의 쾌차를 빌었던 류승완 감독도 애도를 표했다. “제 영화 ‘베테랑’(2015)에서 주인공 서도철이 부패 형사에게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하는 대사는, 김동호 위원장님의 사진전 참석 후 뒤풀이에서 강수연 선배님께서 하셨던 말씀을 기억했다가 쓴 대사였다”라며 고인에게 “그동안 좋은 작품 많이 남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편안히 쉬시길”이라 전했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란 말이 바로 강수연"

1989년 8월 모스크바 영화제에 참석한 임권택 감독(왼쪽부터 두번째)과 '아제아제바라아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강수연씨(세번째) [사진 제공 김동호]

1989년 8월 모스크바 영화제에 참석한 임권택 감독(왼쪽부터 두번째)과 '아제아제바라아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강수연씨(세번째) [사진 제공 김동호]

이명세 감독은 “이거 말도 안 된다. 너무 젊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영화 ‘지독한 사랑’(1996)을 강수연과 함께했다. “당당한 배우, 자기가 누군지 정확히 알고 있는 배우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가 바로 강수연을 보여주는 말”이라며 “강수연은 아역 배우로서도 빛났고, 성공한 청춘스타였고, 어린 나이에 최초로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한 세계적 배우”라 한국영화에서의 의미를 짚었다. 또 “영화인들이 힘들 때면 많은 위로를 건넸다”면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2015년 취임해 2017년 사퇴) 이후 연기자로서 그 독보적인 얼굴을 볼 수 있는 작품이 별로 없지 않을까 하던 차에 연상호 감독 작품 한다는 소식 듣고 ‘잘됐다’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방은진 "마지막 세대 은막의 스타"

동 세대 배우이자 감독 방은진은 “어제(6일)도 병원에 갔다왔다”면서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울먹였다. 방은진은 “어제도 밤새 그녀에 얽힌 기억을 떠올렸다”면서 “연배가 딱 한 살 차이어서 작품 인연은 없었지만 사적으로 가까이 만났다. 4살 때부터 배우였기 때문에 세트장 먼지를 평생 어렸을 때부터 마셔서 천식이 있었다더라. 독보적인 은막 스타의 마지막 세대”라고 회고했다. “베니스영화제가 뭔지도 몰랐을 때 여우주연상을 탔고 평생 월드스타였다”면서 “어떨 때는 뇌쇄적이고 어떨 땐 너무 아이 같은 아름다운 미소를 가지고 있었던 우리 시대 청춘의 초상”이라고 했다.

강수연, 이영하 주연 영화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한 장면. 이 영화로 두 배우는 1987년 12월 제26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남녀주연상을 차지했다. [중앙포토]

강수연, 이영하 주연 영화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한 장면. 이 영화로 두 배우는 1987년 12월 제26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남녀주연상을 차지했다. [중앙포토]

방 감독은 일찍 배우 생활을 시작한 강수연의 대장부다운 면도 돌이켰다. “제가 (감독으로서) 작품이 계속 엎어져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하자 ‘돈은 한순간에 벌리는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영화 ‘경마장 가는 길’(1991)에서 베드신이라고 하기엔 너무 코믹한, 도발적이고 상징적이면서도 남녀의 위치가 전복된 듯한 장면이 가능했던 건 강수연의 존재감이 아니었을까”라고 했다. “저처럼 통곡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면서 “임권택 감독님이 걱정된다. 그녀를 아끼는 영화계 여러 어르신들에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한국, 한국영화 이미지 바닥이던 때 세계정상 올라"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전 이사장의 감독 데뷔작인 단편 ‘주리’(2013), 연출작 ‘블랙잭’(1997)등으로 강수연과 함께한 정지영 감독은 “일과 관계없이 가끔 술잔을 나누곤 했던 유일한 여자 연기자 아니었나 싶다. 여장부였고,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이름 앞에 월드스타라는 수식어를 얻어낸 최초로 연기자로, 연기 외의 분야에서까지 그만큼의 몫을 해냈다.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났다”며 “영화계, 아니 대한민국이 큰 별 하나를 잃었다”고 추모했다. 전양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강수연은 한국과 한국 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바닥이었을 때, 가난하고 문화 검열이 있는 나라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세계정상에 올랐다”며 “의심의 여지 없는 최고의 배우였다”고 했다.
 강수연의 장례위원회 고문을 맡은 배우 박정자씨는 “워낙 총명하고 영화든 영화제든 자기가 맡은 역할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면서 “한 30년 전 ‘웨스턴 애비뉴’(1993)란 영화를 딱 한편 같이했는데 (강수연을) 연극무대로 좀 끌어내고 싶어 같이 하자고 한 적도 있다. 영화 스케줄이 너무 바빠 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돌아봤다.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당시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강수연은 영화제에서 물러났다. [일간스포츠]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당시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강수연은 영화제에서 물러났다. [일간스포츠]

SNS에서도 추모 글이 잇따랐다. 배우 김규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화 ‘화장’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을 때 이춘연 사장님과 강수연 선배님께서 마지막까지 함께해주면서 힘을 보태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저도 나중에 ‘저렇게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 생각했다”고 존경과 애도를 표했다. 가수 윤종신은 “편히 잠드셔요. 오랜 시간 감사했습니다”라는 추도사를 강수연의 얼굴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남겼다. 작곡가 김형석도 트위터에 “가슴이 아프다.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길 빌었는데”라고 했고  배우 겸 감독 양익준은 “누나 같았고 따뜻했고 사랑스러웠던 분이 돌아가셨다”며 안타까워했다.

장례는 영화인장 장례위원장은 김동호 이사장

강수연의 유고작이 된 연상호 감독의 영화 '정이' 캐스팅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강수연의 유고작이 된 연상호 감독의 영화 '정이' 캐스팅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한 영화계 관계자에 따르면 강수연은 7일 오후 2시 10분쯤 별세했다. 장례는 5일장,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회 위원장은 김동호 전 부산영화제 이사장(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고문으로 김지미‧박정자‧박중훈‧손숙‧신영균‧안성기‧이우석‧임권택‧정지영‧정진우‧황기성씨가 함께한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 17호, 조문은 8~10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다. 발인은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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