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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전 ICBM, 이번엔 SLBM...尹 취임 앞두고 '종합도발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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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이 지난해 10월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 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10월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 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4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데 이어 사흘 만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카드를 꺼내들며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새 정부 출범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방한까지 염두에 두고 계획대로 '종합도발세트'를 하나씩 선보이며 긴장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7일 오후 2시 7분쯤 함경남도 신포 해상에서 동해상으로 SLBM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참은 북한이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600㎞, 고도는 60여㎞로 탐지했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SLBM 시험발사는 지난해 10월 19일 신포 일대에서 ‘미니 SLBM’ 1발을 시험 발사한 이후 약 7개월만이다. 군·정보 당국은 최근 신포 잠수함 기지에 정박 중인 고래급 잠수함(8·24 영웅함)의 특이 동향을 포착하고 북한의 SLBM 발사 가능성을 예의주시해 왔다.

북한의 이날 도발은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과 21일 한·미 정상회담 등을 염두에 둔 ‘계산된 도발’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런 5월의 대형 이벤트들을 앞두고 도발 수위를 점차 높이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로 ‘클라이막스’를 장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다양한 미사일의 시험 발사를 통해 강화된 군사력을 과시하는 한편 새 정부와 미국의 대응 방향을 확인해 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핵 사용 문턱을 낮추겠다고 선언하며 미사일 능력을 한껏 끌어올리는 건 향후 대화가 재개될 경우도 대비한 협상력 제고 방안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은 올해 들어 앞선 14차례의 무력시위에서 한·미 군의 요격 방어망을 파고들 수 있는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신형 미사일 4종 세트(극초음속·KN-23·KN-24·순항미사일)와 ICBM(화성-15·17), 전술단거리탄도미사일(CRBM) 등을 선보이며 미사일 다종화 능력을 입증했다.

특히 북한이 이날 발사한 SLBM은 잠수함에 실려 바다 밑에서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탄도미사일에 비해 은밀성이 보장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거리와 관계없이 한·미를 비롯한 주변국이 북한의 SLBM 개발 상황을 주시하는 이유다.

북한이 4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도 이례적인 침묵을 이어가는 가운데 추가로 미사일을 발사한 배경도 주목된다.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면 통상 이튿날 관영 매체를 통해 발사 사실과 제원, 발사 목표 등을 관련 사진과 함께 공개해왔다. 하지만 4일 발사한 장거리 추정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7일 오후 5시 현재까지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례적 행태도 추가 도발을 염두에 두고 발사체의 종류 및 비행 제원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한편 극적 효과를 더하려는 전술로 보는 시각이 많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몰아치기식 보도를 위해 4일 미사일 시험발사를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관심을 끌기 위한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원하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북한이 4일 발사한 미사일은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에 쏜 정찰위성 시험발사 당시와 같이 1단을 다 연소한 뒤 정상적으로 동해에 떨어졌다. 추력 등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위성과 관련한 특정 성능의 실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4일) 발사가 실패했을 가능성도 열어 놓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이 SLBM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한반도와 지역,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시 도발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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