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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첫 베니스 수상…"돈이 없지 가오 없냐" 말했던 월드스타 [강수연 1966~2022.5.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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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최초의 월드스타 강수연이 향년 56세로 별세했다. 강수연은 5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있다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구급대원이 출동했을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강수연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다. 강수연은 지난해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정이’로 8년 만에 현장에 복귀해 지난 1월 촬영을 마친 상태였다.

배우 강수연. 중앙포토

배우 강수연. 중앙포토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난 강수연은 1969년 TBC 전속 아역배우로 연기를 시작해 평생을 배우로 살았다. 21세인 1987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아시아 최초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세계 3대 영화제인 칸‧베를린‧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공식 수상한 최초 기록이다. 대를 이으려는 부잣집 욕망에 포박당한 산골 소녀 연기로 아역을 넘어 연기파 스타로 인정받았다.

 영화 '씨받이'의 한 장면. 강수연은 이 영화로 1987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중앙포토

영화 '씨받이'의 한 장면. 강수연은 이 영화로 1987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중앙포토

강수연은 1987년 한해에만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연산군’ 등 6편의 영화를 선보이며 80년대 충무로를 장악했다. 2년 뒤인 1989년엔 비구니 역을 맡아 삭발까지 한 임 감독의 ‘아제아제바라아제’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지난해 본지와 통화에서 강수연은 “베니스는 상을 타리란 상상도 못 해 참석 못 했고 모스크바영화제 때 참석했는데 유럽 관계자들은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더라. 그러다 1990년대 초중반부터 급격하게 커진 한국영화에 관심을 보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90년대엔 박광수‧장선우‧이현승 등 ‘코리안 뉴시네마’ 감독들과 전성기를 이어갔다. ‘베를린 리포트’(1991), ‘경마장 가는 길’(1991) 등 사회파 영화부터 ‘그 여자, 그 남자’(1993), ‘지독한 사랑’(1996) 등 로맨스‧멜로까지 연기폭을 넓혀갔다. ‘그대안의 블루’(1992),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에선 여성의 거리낌 없는 욕망에 목소리를 부여했다.

드라마로는 2001년 SBS 사극 ‘여인천하’의 주인공 정난정 역으로 인기를 끌며 공동 주연 전인화와 함께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후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2006),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2010) 등 출연작을 이어가던 그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집행위원장이 연출 데뷔한 단편 ‘주리’(2013)를 마지막으로 연기 일선에선 한동안 물러났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강수연이 2017년 10월 결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강수연이 2017년 10월 결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강수연은 영화계 대소사에도 힘을 보탰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에서 주연 황정민이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한 대사는 한 영화인 모임에서 강수연이 실제 한 말을 류 감독이 인상깊게 기억했다가 넣은 대사다. 강수연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맡았다. 2014년 세월호 소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사태로 영화제가 좌초 위기에 처하자 이듬해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으며 구원투수로 나섰다가 2017년 2년 만에 사퇴했다.

유고작인 SF ‘정이’에서 강수연은 기후변화로 지구에 살 수 없게 된 22세기 인류의 내전을 해결할 뇌 복제 로봇을 책임지는 연구소 팀장 역을 맡았다. ‘정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올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강수연은 오랜 만의 시청자 반응을 끝내 지켜보지 못하게 됐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2층 17호에 차려졌다. 조문은 8일부터 가능하며 발인은 1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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