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MB맨들 세상 왔는데…그걸 감옥서 바라보는 MB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2.05.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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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왼쪽)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인선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던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장제원 실장은 대표적인 친이명박계 의원, 김대기 내정자는 MB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MB맨이다. 김상선 기자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왼쪽)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인선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던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장제원 실장은 대표적인 친이명박계 의원, 김대기 내정자는 MB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MB맨이다. 김상선 기자

 "서기자,승욱아~빨리 빨리 가자."
목발을 짚고 절뚝대는 그가 기자에게 손을 흔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5년 전, 2007년 대선 선거전이 한창일 때다. 다리를 다쳐 목발에 몸을 의지한 이는 강승규 이명박(MB) 대선 캠프 커뮤니케이션 팀장, 기자는 소위 MB의 '마크맨(담당 기자)'이었다.

강 팀장이 기자를 급하게 찾은 이유는 정진석 당시 추기경(2021년 선종)과의 면담에 동석시키기 위해서였다. '정 추기경이 MB를 지지할 수도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그는 지인들과 함께 명동성당으로 달려가는 길이었다. 강 팀장은 "현장 증인 역할을 해달라"며 기자에게 동행을 요청했다. 천주교 신자인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MB 진영은 보수진영 표심의 분산을 우려했다. 만에 하나 정 추기경의 지지를 얻는다면 MB에겐 천군만마였다.

하지만 추기경에게서 대선 후보 지지 발언을 이끌어내는 게 어디 보통일인가,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미션 임파서블'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강승규는 1%의 가능성에도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그와 지인들은 명동성당 앞 햄버거 가게에서 작전 회의까지 하고 면담에 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헛탕이었다. 30분 간의 면담에서 이리 묻고 저리 물어도 정 추기경은 답이 없었고, 미션은 완전 실패였다.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목발의 강승규는 그의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대표적 장면으로 기자의 기억에 남았다.

MB에게 몸을 던졌던 그가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실의 시민사회수석으로 내정됐다. 한밤중까지 홀로 사무실에 남아 일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이 발탁의 배경이 됐다고 하니 악바리 근성은 아직도 그대로인 모양이다.

속속 발표되는 윤석열 정부의 인선을 보고 있으면 ‘MB정부 시즌 2’라는 분석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김대기 전 MB청와대 정책실장과 그 유명한 '윤핵관'들을 필두로 윤 당선인 주변엔 MB맨들이 정말 수두룩하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내정자. 연합뉴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내정자. 연합뉴스

기자가 지금도 보관중인 ‘2010년 4월 10일 현재 이명박 청와대 직제표’도 그 생생한 증거다.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현 국가안보실 1차장 내정자),이종섭 대외전략비서관실 행정관(현 국방부장관 후보자),홍보수석실 제2대변인 김은혜(현 경기지사 후보,전 당선인 대변인),윤한홍 인사비서관실 행정관(현 국민의힘 의원,청와대 이전 TF 팀장),정무1비서관실 한오섭 행정관(현 국정상황실장 내정자),의전비서관실 김일범 행정관(현 의전비서관 내정자),임상범 외교안보수석실 행정관(현 안보전략비서관 내정자),한동훈 민정2비서관실 행정관(현 법무부장관 후보자),이상휘 춘추관장(현 당선인 비서실 정무2팀장)….눈에 대강 띄는 명단만 이 정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3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대국민 메세지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3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대국민 메세지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MB맨들이 국정의 한복판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상황이지만, 정작 이들의 과거 보스였던 MB는 현재도 수감중이다. "정권교체가 이뤄져 다행"이라면서도 MB측의 입장은 마냥 편치만은 않은 듯하다. 특히 기대했던 문재인 정부에서의 마지막 사면이 무산되면서 분위기는 더 가라앉았다.

MB 주변에선 윤 당선인 측을 향한 섭섭한 기운까지 감지된다. "윤 당선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까지 찾아가 만나더니, 우리에겐 그렇지 않다. 문 대통령을 만나선 MB 사면을 건의 조차 안했다"거나 "지방선거 표심에 미칠 악영향이 두려워 윤 당선인이 MB사면은 바로 못해준다더라, 8월15일 광복절에나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반응들이다.

안그래도 좋지 않은 기관지에 각종 기저질환이 겹친 MB는 현재 서울대병원에 머물고 있다. 주변에서 "산책과 면회라도 할 수 있는 교도소가 철창 없는 감옥인 병원보다 오히려 낫지 않나"란 말이 나올 정도로 MB는 극도로 심신이 불편한 상황이라고 한다.

MB 수사를 주도했던 당선인, 새 정부의 실세요직에 등용되는 MB의 측근들, 그 장면을 옥중에서 지켜보는 MB, 한국 정치의 역설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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