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윤 당선인 “한덕수 인준 부결되면 총리 없이 가겠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87호 05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신설된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당선인 대변인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신설된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당선인 대변인실]

“불의한 정치적 요구에 타협하지 않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조건부 인준 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새 정부의 정상적인 국정 출범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복수의 장관 후보자 낙마를 요구하며 이를 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과 연계 대응하는 데 대해 격노한 것”이란 게 윤 당선인 측 설명이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 인준을 부결시킬 경우 윤 당선인은 “총리 없이 가겠다”는 뜻도 주변에 내비쳤다고 한다. 국회 과반을 차지한 ‘거야’ 민주당의 요구에 윤 당선인이 ‘원칙’으로 맞서면서 청문 정국이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6일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전날 당선인 비서실 주요 참모들 만찬 자리에 참석해 “한 후보자의 경륜을 높이 샀던 민주당이 180도 태도를 바꾼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새로운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어 자신이 직접 한 후보자에게 전화해 “새 정부의 총리는 한 후보자밖에 없다. 마음을 굳건히 하시라”고 말한 사실도 참모들에게 전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한 후보자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용했던 사람이고 산업·통상·외교를 아우를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한 인사”라며 “민주당이 한 후보자를 정치적 목적에 따라 볼모로 잡은 데 대해 윤 당선인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협치를 위한 카드를 되레 민주당이 ‘발목 잡기’ 용도로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윤 당선인은 민주당이 ‘부적격’으로 판정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청문회를 시작도 하기 전에 ‘안 된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흥정하듯 인사청문회를 대하는 데 대해 윤 당선인이 아주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앞서 한동훈 후보자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던 민주당은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등 일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추가로 요구하며 전선을 넓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들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현저히 미치지 못했다”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총리 인준을) 연계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민주당이 한 후보자 인준을 끝내 거부할 경우 다른 총리 후보자 지명 없이 총리 대행 체제로 국정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김부겸 현 총리가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를 임명 제청한 뒤 사임하고 추 부총리가 총리 대행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관계자는 “헌법 정신에 따른 기준과 원칙이 윤 당선인이 강조한 새 정부의 기본 국정 운영 방향”이라며 “불공정한 요구엔 앞으로도 타협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문제 삼는 이들 가운데 여론의 반응이 좋지 않은 정 후보자 등 일부 인사는 추가 낙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발목 잡기’ 프레임을 부각하기 위해서라도 문제 있는 인사의 결단 내지 선제적인 지명 철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후보자 추가 사퇴는 없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우리 당 의견을 비공개로 윤 당선인 측에 전달했다”며 “윤 당선인이 각종 의견이나 여론을 감안해 적절한 판단을 하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 ‘낙마 공세’의 초점을 한동훈 후보자에 집중했다. 당 지도부는 한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를 넘어 수사 개시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윤호중 공동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한 후보자 고교생 딸의 ‘허위 스펙’ 의혹을 언급하며 “경찰과 공수처는 한 후보자에 대해 즉각적인 수사를 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 전 장관은 포악한 악어 앞에 작은 송사리였다. 조 전 장관에게 윤석열·한동훈 검찰이 들이댄 잣대대로라면 엄중한 법적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면서다.

윤 위원장은 이어 “한 후보자가 앉아야 할 자리는 국무위원석이 아니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실 의자”라며 “공익 보도에 시비를 걸기 전에 본인 휴대전화 비밀번호부터 당장 풀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수사 당시 검찰이 한 후보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도 비밀번호를 풀지 못한 점을 꼬집은 발언이다.

민주당의 공세가 인사청문회도 열리지 않은 한 후보자에게 집중된 것은 ‘윤 당선인의 최측근’이란 상징성에 ‘자녀 스펙’ 논란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한 후보자 자녀가 ‘부모 찬스’로 거짓 이력을 쌓았다면 내로남불의 아이콘은 이제 ‘조국’이 아닌 ‘한동훈’이 되는 것”이라며 “이 검증은 한 치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공세 수위를 높여가는 건 “현재 국면이 나쁘지 않다”는 인식에서다. 당 관계자는 “청문회 이후 원 구성 협상과 사법개혁특위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논의가 진짜 승부처로, 부적격 후보 논란이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 측도 강도 높게 대응하고 나섰다. 한 후보자 측은 전날 고교생 딸의 ‘논문 작성’ 의혹이 제기되자 “장기간에 걸쳐 쓴 에세이 등을 모은 것으로 왜곡 과장이자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후보자 딸이 ‘부모 찬스’로 대학 진학용 ‘기부 스펙’을 쌓았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허위보도”라며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