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금배지냐 당 위한 희생이냐…이재명 '초고속 재등판'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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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상임고문을 6ㆍ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6일 전략공천했다. 3ㆍ9 대선 패배 후 두 달도 채 안 돼 이 고문의 정치 재개가 공식화됐다. 국민의힘에선 성남FC 사건 등에 대해 경찰 수사를 받는 이 고문이 ‘방탄용 금배지’를 얻기 위해 출마한다는 혹평을 쏟아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3월 7일 제주도 제주시 동문로터리에서 열린 '놀멍쉬멍 평화 제주! 느영나영 모두를 위해 이재명!' 제주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3월 7일 제주도 제주시 동문로터리에서 열린 '놀멍쉬멍 평화 제주! 느영나영 모두를 위해 이재명!' 제주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 “진두지휘하겠다”…텃밭 안고 전국 지휘 책임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의결 사실을 밝힌 후 “최근 지도부가 직접 출마를 제안했고 이 고문도 동의를 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번 선거 총괄상임선대위장을 맡기기로 비대위가 결정했다”며 “이 고문도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당 안팎에선 그간 이 고문의 출마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또 출마할 경우 인천 계양을과 성남 분당갑 중 어디로 나가야 하느냐를 두고서도 의견이 갈렸다. 분당갑은 이 고문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명분론이 있고, 계양을은 당선 확률이 높다는 현실론이 있었다. 계양을은 송영길 전 대표가 16ㆍ17ㆍ18ㆍ20ㆍ21대 총선에서 승리한 곳으로, 최근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공석이 됐다.

결국 민주당은 이 고문에게 텃밭을 안겨주는 대신, 전국 선거를 이끌 책임도 같이 부여하는 식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고 대변인은 “계양을이 녹록한 곳은 아니다”라고 항변하면서도 “이 고문을 반드시 원내 입성에 성공시켜야 하고, 또 이 고문이 전체 선거판도 다 이끌어야 하므로 그런 결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고문이 전국 선거 지휘를 할 수 있으면서도 당선이 가능한 곳이 계양을이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이날 분당갑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의 대결은 무산됐다. 민주당은 이곳에 게임업체 웹젠 대표 출신인 김병관 전 의원을 전략공천했다.

지난 3월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3월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李, 2~3일 전 심경 변화”…민주 비대위 전격 결정
이날 민주당의 발표는 예상보다 빨랐다. 전날까지만 해도 당 안팎에서는 “6일 비대위 회의에서 당이 요청하면, 주말쯤 이 고문이 수락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재명 7인회’로 불리는 측근 의원들과 경기도청 출신 핵심 참모 그룹 상당수가 “출마는 안 된다”고 말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어젯밤까지 비대위 안건엔 이 고문 전략공천이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비대위는 전격적으로 이 고문의 인천 계양을 전략공천을 결정했다. 한 참석자가 “이 고문 측과 충분한 논의 없이 발표하는 게 맞느냐”고 문제제기를 했는데,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그런 대화가 있었고 거기에 대해 동의했다”고 답한 게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다만 이 고문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이 고문이 비대위 발표 2~3일 전 이미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출마 가능성을 일축해 온 지난달과 달리, 이때부터 주변에 “내가 희생하더라도 당의 어려움을 외면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오른쪽)과 박찬대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오른쪽)과 박찬대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고문의 심경 변화가 감지되면서 당 지도부의 ‘이재명 띄우기’ 작업도 속속 이뤄졌다. “이재명만 한 스타는 없다”(3일, 이원욱 전략공관위원장), “열어놓고 판단하자”(4일, 박홍근 원내대표)는 식이었다. 박찬대ㆍ이성만ㆍ정일영ㆍ허종식 등 인천지역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5일 이 고문의 계양을 공천을 공식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파급력 있겠지만 비판 불가피”…국힘 “도망자 이재명”

이 고문의 등판이 결정되면서 지방선거 정국도 요동칠 전망이다. 비록 패했지만 이 고문은 역대 민주당 후보 중 최고 득표를 기록했고, 경기도 득표에선 윤 당선인을 앞서기도 했다. 공천 결정 후 “이 고문의 출마가 접전지역은 물론 열세지역에서도 큰 파급력을 줄 거라고 기대한다”(민주당 인천시당 성명)는 입장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다만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민주당 후보들의 득표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명분 없는 출마라는 비판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힘에선 이날 “정당성이 없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이준석 대표는 전략공천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든 원내에 입성해 본인 수사에 방탄치려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검찰의 수사와 재판에 대처하기 위해 금배지를 달려는 것”이라며 며 “그 속내가 뻔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유권자들이 잘 판단해서 심판할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 측도 이 고문의 인천 출마 결정을 공세적으로 파고들었다. 캠프의 황규환 대변인은 “이 고문은 ‘(성남 분당) 대장동 사업은 최대 치적’이라고 했었다”며 “인천 출마 결정은 대장동 사업이 떳떳함이 아닌 부끄러움임을 스스로 실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망자 이재명”, “다시는 경기도를 입에 올릴 자격 없다”는 공세도 덧붙였다. 비판이 계속되자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계양을 차출은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고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민주당의 명분”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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