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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주의 영화 ‘장진호’ 비판한 中언론인…징역 7개월

중앙일보

입력

중국 국경절 연휴이던 지난해 10월 3일 베이징의 한 극장 계산대에 애국주의 전쟁 영화 ‘장진호’ 포스터가 붙어 있다. 신경진 기자

중국 국경절 연휴이던 지난해 10월 3일 베이징의 한 극장 계산대에 애국주의 전쟁 영화 ‘장진호’ 포스터가 붙어 있다. 신경진 기자

중국 사법당국이 SNS에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자국 언론인에게 징역 7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6일 중국 중앙(CC)TV에 따르면 하이난성 싼야시 청자오 인민법원은 전날 영웅 열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언론인 뤄창핑에게 징역 7개월을 선고했다.

중국의 유명한 탐사 기자였던 뤄창핑은 지난해 10월 6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반세기가 지났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전쟁이 정의로웠는지에 대해 거의 반성하지 않았다. 당시 모래조각 부대가 상부의 훌륭한 결정을 의심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영화 ‘장진호’를 비판하는 짤막한 글을 올렸다.

영화 ‘장진호’는 6·25 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를 철저하게 중국인의 시각에서 그린 영화다.

1950년 겨울 개마고원 장진호 일대까지 북진했던 미 해병 1사단이 중공군 7개 사단에 포위돼 전멸 위기에 처했다가 포위망을 뚫고 철수하는 과정에서 미군과 중공군 모두 큰 피해를 봤지만, 영화는 이 전투가 항미원조(한국전쟁의 중국식 표현) 최종 승리의 토대를 닦았다고 묘사했다.

중국인들은 혹한의 추위에서 얼어 죽은 중공군 병사들을 향해 ‘얼음조각 부대’라고 칭하며 영웅으로 대접하고 있다.

뤄창핑이 막대한 사상자를 낸 군 수뇌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동시에 얼음조각 부대로 칭송받은 희생자들을 ‘모래조각’(어수룩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중국의 인터넷 용어) 부대로 묘사하자 중국 네티즌들은 뤄창핑을 향해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에 뤄창핑은 다음날 오전 글을 삭제하고 오후에는 또 다른 SNS에 사과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하이난성 싼야시 공안은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인 8일 전쟁 영웅과 순교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를 거쳐 지난 2월 기소했다

법원은 이날 재판에서 “뤄창핑은 인터넷에서 영웅 열사를 모욕하고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과 항미원조 정신을 부정했다”며 “사회 공공질서를 파괴하고 사회 공공이익을 해쳤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의 행위는 영웅 열사의 명예를 침해하는 죄가 되므로 법에 따라 처벌하고 그에 따른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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