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감염병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공공병원을 확충하기로 했다. 고령화 추세 속에 재활전문치료기관이 부족해 나타나는 이른바 ‘재활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재활병원도 새로 짓는다.
“감염위기 시 기타 질병 앓는 취약계층 소외”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2026년까지 공공의료서비스 확대에 612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서울의료원 등 시립병원이 모두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됐다”며 “이 때문에 취약계층이 앓고 있는 다른 질병에 대응하기에 매우 곤란한 상황이 됐다. 취약계층 의료공백이 발생한 게 가장 뼈아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공보건의료재단 데이터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병원 비율은 5.5%다. 프랑스(45.5%), 미국(23.1%), 일본(18.4%)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낮다. 이중 서울시는 인구 1000명당 공공병상 비율이 0.86%로 전국 평균(1.24%)보다 낮다.
서초에 서울형공공병원, 은평에 공공재활병원
이에 서울시는 총 4000억 원을 투자해 2026년까지 서초구 원지동에 ‘서울형 공공병원(가칭)’을 짓기로 했다. 총 600병상(연면적 9만1879㎡) 규모로 평상시엔 일반병동으로 사용하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발생하면 동선 및 공조시설을 분리, 일반환자와 감염환자를 동시에 수용하는 식이다. 확진자 폭증 시 병원 유휴공간에 100개 이상의 임시병상을 설치할 수 있도록 산소·전기·급수 시설을 설계에 반영한다.
은평구 진관동엔 950억 원을 들여 200병상 규모의 공공재활병원도 짓는다. 재활병원이 부족해 1차 치료 후 일상회복률이 낮다는 지적에 따른 대안이다. 2021년 12월 현재 65세 이상 노년 인구가 17.1%에 달하는 등 초고령사회(20%) 진입을 앞두고 재활병원에 대한 필요성이 더 커지기도 했다는게 서울시 설명이다. 오 시장은 “어떤 재활병원은 굉장히 고급·고가여서 소비자들이 굉장한 불편을 겪어왔는데, 이런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내 1개소뿐인 장애인치과병원도 서울 서남권에 추가하기로 했다. 총 90억 원을 투입해 휠체어 등이 움직일 수 있도록 시설과 의료장비를 갖추는 내용이다. 총 1200㎡ 규모로 유니트체어 12개·전신마취실·회복실 등을 넣는다.
“의료인력 확충…인센티브 줘 민간의료자원 공유”
시설에 필요한 의료인력 확충 계획에 대해선 민간위탁 등 여러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이미 지난해에 의료인력이 많이 부족해 채용 방식도 개선했다”며 “보수 현실화 등을 통한 처우 개선과 파트타임 근무형태 등 시스템상 변화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라매병원과 같은 민간 위탁이나 서울의료원과 같은 특수법인 설립, 직영운영 등 형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병원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서울형 공공병원 내에 서울위기대응의료센터(EOCㆍEmergency Operation Center)를 짓고 민간 의료자원과 인력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이 경우 민간병원에 대해선 합당한 손실보상 기준을 마련해 지원키로 했다. 또 민간병원이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 서울시가 그에 부합하는 혜택을 주는 ‘서울형 병원 인센티브 지원사업’도 추진한다.
오 시장은 “(공공병원 비율이 높은 나라들과 비교해) 한국은 국민건강보험제도를 통해 민간의 고품질 의료를 싸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며 “(해외와) 평면적으로 비교할 순 없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가장 고통을 겪은 취약계층을 위해 두터운 의료 안전망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