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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없는 소박한 중식당, 맛의 달인 인생 2막의 놀라운 여정[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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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 왕육성입니다
안충기·왕육성 지음
동아시아

겨울 바람 매섭던 2015년 1월 초 어느 밤,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적한 골목에 한국 요리계 내로라하는 달인들이 모였다. 중식당 진진(津津)의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는 이연복 셰프가 직접 주방으로 들어가 웍을 잡았다.

진진은 그가 ‘중화요리계의 BTS이자 내 인생의 스승’이라 부르는 왕육성 셰프가 인생 2막을 위해 오픈한 소박한 식당. 대중교통으로 닿기 어렵고 주차도 힘든 이 작은 식당은 곧 미쉐린 가이드 별을 따내며 핫플로 떠오른다. 비결은 뭘까. 신간 『진진, 왕육성입니다』에 아낌없이 담겨있다.

왕육성 셰프가 맛의 달인이라면, 글쓴이는 말의 명인. 둘이 만났으니 책은 그 자체로 읽는 맛이 일품일 수밖에. 왕육성 셰프의 인생사부터 진진의 운영 스토리까지 담아냈다. 왕육성의 인생이 곧 한국 중화요리계의 역사인만큼 흥미가 진진하다. 요리와 식당 경영을 넘어 인생과 리더십에 관한 혜안은 보너스.

진진은 한국 중식당의 기본인 짜장면이 없다. 주변 상권과 조화를 꾀하기 위한 왕 셰프의 선택이었다. 진진에서 짜장면을 팔면 이웃 식당들 매출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 한적한 서교동 뒷골목은 이제 진진 덕에 사람들이 일부러 찾는 명소가 됐다.

또 하나 특징은 직원들 미소에 진심이 녹아 있다는 점. 역시 왕 셰프의 철저한 전략 덕이다. 진진은 급여에 인색하지 않다. 좋은 직원을 잡기 위한 투자다. 왕 셰프가 후계자 황진선 셰프를 발굴하고 키워낸 과정은 좋은 인재를 키우고픈 기업인이라면 필독해야 할 리더십 지침. 붙박이 직원들이 진진과 더불어 성장하는 모습은 손님들에겐 요리의 맛과 함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진진, 왕육성 셰프

진진, 왕육성 셰프

책엔 왕 셰프가 호텔의 오너셰프였던 시절 IMF위기를 극복한 지혜부터 팬데믹을 헤쳐나간 전략도 꼼꼼히 담겨있다. 여전히 만두를 직접 빚고 쉬는 날엔 발품 팔며 상권을 분석하는 왕 셰프의 철학이 궁금하다면, 이 책 한권이면 된다. 여기에 중화요리 4대문파 스토리부터 짜장면과 탕수육의 역사까지 담겨있으니 잘 차려낸 한 상. 숟가락을 들지 않으면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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