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말하는 능력은 타고 나는 것 vs 배워서 익히는 것[BOOK]

책표지

보이스
존 콜로핀토 지음
고현석 옮김
매경출판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 기자 존 콜로핀토는 2000년대 초 잡지사 직원이 멤버인 밴드에서 리드 보컬을 맡았다. 밴드는 뉴욕 맨해튼의 한 클럽에서 2000명 넘는 관객을 놓고 공연하게 됐다. 관객 중에는 존 레넌의 부인 오노 요코 등 유명 인사가 꽤 있었다.

밴드는 공연을 앞두고 일주일에 두 차례씩 연습했고, 콜로핀토는 매번 목이 쉬도록 노래했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목소리가 갈라지더니 아예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어렵게 공연을 마친 콜로핀토는 사흘간 후두염을 앓았다. 그 후로 목소리가 거친 자갈을 가는 것처럼 변했다.

 콜로핀토는 병원에서 성대에 폴립(용종)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제거 수술을 받기로 했다가 포기했다. 목소리가 자신의 직업에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여겼다. 그렇게 10년쯤 흐른 2012년, 다른 잡지사인 '뉴요커'로 옮긴 콜로핀토는 취재를 위해 목소리 전문의사인 스티븐 자이텔스를 만난다.

자이텔스는 영국 가수 아델의 성대 폴립 제거 수술을 집도하는 등 유명인 목소리를 관리하던 전문의다. 인터뷰 도중 콜로핀토는 "목소리가 매우 나쁘다. 정상인의 쓰는 성대의 3~4%밖에 못 쓰고 있다"고 지적받았다. 목소리와 성대에 관한 자이텔스 인터뷰 기사를 쓴 콜로핀토는 "목소리를 주제로 책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았고, 그렇게 이 책이 탄생했다.

지난달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반전 콘서트에서 러시아 싱어송라이터 모네토치카가 노래하는 모습[AFP=연합뉴스]

원서 제목이 『This is the voice』인 이 책은 목소리에 관한 백과사전적인 책이다. 요컨대 출판사 측 표현을 빌리면 '뇌과학.인문학.진화생물학.인류학으로 낱낱이 파헤친 목소리의 모든 것'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엄마 뱃속의 태아가 엄마 목소리를 감지하는 과학적 연구와 이론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또 신생아가 성장 과정에서 음성언어를 습득하고 이를 강화하는 것과 관련한 연구 사례도 소개한다.

 이어지는 장에서 저자는 왜 인간만이 목소리를 가질까, 왜 인간은 목소리와 관련해 특정하게 행동하고 반응할까 등에 관한 주장과 사례를 소개한다. 특히 앞쪽 3개 장인 ▶기원 ▶감정 ▶언어에서는 진화(심리)학과 뇌과학 등 과학에 기반을 둔 연구를 주로 소개하고, 뒤쪽 3개 장인 ▶섹스와 젠더 ▶사회에서의 목소리 ▶리더십과 설득의 목소리에서는 인문학과 역사 쪽 사례를 주로 얘기한다.

 저자는 "우리 인간이 동물과 기계를 통틀어 감정과 언어를 하나의 목소리 음파로 섞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말한다. 하지만 관련 연구가 쉽지 않다고 덧붙인다. 이유는 이렇다. 우선 신체에서 발음과 관련된 뇌, 폐, 후두, 혀, 입술은 화석화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동물 조상들의 외침이나 울음이 어떻게 말이 됐는지 단서를 찾을 수 없다. 또 그 소리는 이미 공기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의 기원'은 과학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다.

 저자는 '언어의 기원'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선 두 가지 주장을 소개한다. 한쪽은 언어가 학습에 의해서만 습득이 가능하며 인간은 말하는 능력을 전혀 타고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행동주의 연구자인  B F 스키너가 대표적인 학자다.

 다른 한쪽은 언어란 배울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면 언어 능력은 다른 신체 기관처럼 자라는 것이라는 이론이다. 이를 주장하는 대표 학자가 언어철학자인 놈 촘스키다. 저자는 단순히 맞선 이론을 소개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취재력을 발휘해 양측의 현장 연구에 동행해 자세히 소개한다.

 저자가 저널리스트라서 책은 전반적으로 어렵지 않다. 그래도 과학을 주로 다룬 전반부가 다소 난도가 있다. 키케로, 링컨, 히틀러, 트럼프, 오바마의 사례 등 인문학과 역사를 다룬 후반부로 건너뛰어 먼저 읽어도 큰 무리가 없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이 있지만, 각 장이 독립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