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에서 '투표'가 이뤄지고 민주주의가 작동한다고? [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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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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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뇌
제프 호킨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데아

지난 수십 년 동안 뇌과학이 눈부신 발전을 했다고는 하나 뇌의 비밀을 완전히 풀기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지능을 상징하는 뇌를 닮은 인공지능(AI) 기술 또한 최근에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지만 인간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컴퓨터공학자이기도 한 제프 호킨스는 뇌과학과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진정한 기계지능의 시대 개척에 나섰다. 호킨스는『천 개의 뇌』에서 그가 지금까지 성취한 뇌과학 분야의 독보적인 성과를 소개하고 이를 인공지능에 어떻게 접목할까를 연구해 온 성찰을 담았다. 이 책은 뇌 전문가나 AI 비즈니스 종사자들뿐 아니라 지적 호기심이 많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재미와 의미를 함께 줄 수 있는 격조 높은 텍스트다.

뇌의 가장 바깥쪽 층인 신피질은 뇌의 전체 부피 중 약 70%를 차지한다. 언어, 음악, 수학, 과학, 공학 같은 우리가 지능으로 간주하는 모든 능력은 신피질에서 생겨난다. [사진 이데아]

뇌의 가장 바깥쪽 층인 신피질은 뇌의 전체 부피 중 약 70%를 차지한다. 언어, 음악, 수학, 과학, 공학 같은 우리가 지능으로 간주하는 모든 능력은 신피질에서 생겨난다. [사진 이데아]

전반부는 뇌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사실들을 비교적 쉬운 용어로 설명했다. 어려운 과학 이론을 다양한 실제 사례에 비유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풀었다. 먼저 ‘천 개의 뇌 이론(A Thousand Brains Theory)’이라는 이름이 붙은 호킨스의 뇌 연구 성과를 따라가 보자.

 우리 머릿속에 떠 있는 무게 1.5㎏의 세포 덩어리인 뇌는 오래된 뇌와 새로운 뇌, 즉 신피질(neocortex, 새겉질)로 구분할 수 있다. 오래된 뇌는 인간의 생존과 번식 등의 본능적 기능을 담당한다. ‘가장 바깥쪽 층’을 뜻하는 신피질은 뇌의 전체 부피 중 약 70%를 차지한다. 신피질은 지능이 머무는 기관이다. 언어, 음악, 수학, 과학, 공학 같은 우리가 지능으로 간주하는 모든 능력은 신피질에서 생겨난다.

 신피질은 수많은 인지기능을 담당하지만 각 영역이 시각적으로는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영역은 각자의 고유한 기능이 아니라 무엇에 연결되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피질 영역을 눈에 연결시키면 우리는 사물을 보게 된다. 같은 영역을 귀에 연결시키면 우리는 소리를 듣는다. 피질 영역들을 다른 영역들과 연결시키면 언어 같은 더 높은 차원의 사고 능력을 얻게 된다.

사람의 뇌. [사진 이데아]

사람의 뇌. [사진 이데아]

 신피질의 기본 단위, 즉 지능의 기본 단위는 피질 기둥(cortical column)이다. 사람의 신피질에는 약 15만 개의 피질 기둥이 촘촘하게 늘어서 있다. 각각의 피질 기둥은 다시 수백 개의 소(小)기둥으로 나뉘어 있다. 각각의 소기둥 안에는 100개를 조금 넘는 신경세포가 모든 층에 걸쳐 뻗어 있다.

 신피질의 피질 기둥들은 ‘세계 모형’을 배우고 그 모형을 바탕으로 예측을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사람의 뇌에 스테이플러 모형이 있다고 하자. 이 모형에는 스테이플러의 생김새와 감촉, 사용할 때 나는 소리 등이 포함된다. 또 스테이플러 윗부분이 바닥 부분에 대해 어떻게 움직이며 윗부분을 누를 때 스테이플이 어떻게 나오는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모형은 그 사람이 살아온 어느 시점에 배운 것이며 신피질에 저장돼 있다.

 막 태어났을 때 우리의 신피질은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신피질은 경험을 통해 풍부하고 복잡한 세계 모형을 배운다. 우리는 컴퓨터와 달라서 파일을 뇌에 업로드할 수 없다. 뇌가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각이나 촉각 같은 감각을 통해 입력되는 정보의 변화를 인식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신피질은 기준틀이라는 일종의 지도를 사용해 세계를 인식하는 모형을 만든다.

전형적인 신경세포의 모습. [사진 이데아]

전형적인 신경세포의 모습. [사진 이데아]

 뇌에서 지식은 분산돼 있다. 우리가 아는 지식 중에서 한 세포나 한 피질 기둥처럼 한 장소에 저장된 것은 하나도 없다. 예를 들어, 우리가 커피잔에 대해 아는 것은 수천 개의 피질 기둥에 수천 개의 모형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발견을 ‘천 개의 뇌 이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지각은 피질 기둥들이 자체 ‘투표’를 통해 이룬 합의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피질 기둥들은 무수히 쏟아져 입력되는 정보들에 대해 투표를 하고 하나의 인식의 답을 완성하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호킨스의 이른바 투표이론에 대해 “뇌 속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한다고?”라며 놀라워했다.

 여기까지가  ‘천 개의 뇌 이론’에 대한 설명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미래에 진정한 지능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뇌를 더 비슷하게 모방한 원리가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딥러닝이라고 부르는 인공 신경망이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의 AI 시스템은 르네상스를 맞고 있긴 하지만 진정한 지능은 갖고 있지 않다고 본다.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와 같은 AI가 바둑두기 등 오직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는 반면 신경세포망을 가진 사람은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AI 연구의 장기 목표는 사람과 같은 지능을 보여 주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기계는 새로운 과제를 빨리 배우고, 서로 다른 과제들 사이에서 유사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그래서 현재의 제한적인 AI와 구별하기 위해 인공일반지능(AGI)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호킨스의 바람처럼 나(I)라는 의식을 가진 AGI가 21세기 안에 출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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